박근혜와 연대설 ‘싹’ 짜른다

민주당이 술렁이고 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신당창당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추진은 오는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노림수인 후보 단일화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제기 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06년 총선에서 정치자금법을 위반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설을 사전 차단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신당창당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화갑 신당’이 오는 6·2지방선거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대 총선을 기점으로 DJ 노선을 달려오던 동교동계 인사들은 정치권에서 사라졌다. 친노세력이 당을 장악 한 것. 하지만 한 전 대표가 가칭 ‘평화민주당’(이하 평민당) 창당을 공식화 하면서 정치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일 한 전 대표를 비롯한 동교동계 1세대 핵심 인사 10여명은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갖고 신당창당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동에는 권노갑 전 민주당 상임고문과 김경재, 정대철, 남궁진, 최재성, 한영애, 조재환, 김옥두, 이훈평, 장성민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가운데 찬반 의견이 첨예하기 대립했다.
이날 마포회동에 참석한 동교동계 A 전 의원에 따르면 최재성, 한영애, 조재원 전 의원이 신당창당에 적극 찬성했고 김옥두, 이훈평, 장성민 의원 등은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권 전 상임고문과 김경재, 정대철, 남궁진 전 의원은 ‘신중론’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파 민주당 “도로열린당” vs 반대파 “야권분열 초래”
신당창당에 찬성한 인물들은 민주당의 노선이 ‘도로열린당’ 으로 선회한 것에 우려를 표했다. 친노 세력이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당 내 의사소통 기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다는 것.
또한 발언기회와 참여기회 조차 없다는 것에 좌절을 느꼈던 것으로 풀이된다. A 전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반대한 인사들은 지금의 민주당이 자신들이 생각해 왔던 민주당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다”면서 “구 민주당 계통 사람들은 민주당을 친노파에게 빼앗겨 버린 박탈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옥두 전 의원을 비롯한 반대파들은 신당창당으로 당이 분열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실세인 친노-386세력이 신당창당 하는 것과 일선 정치에서 물러난 동교동계 인사들이 신당창당 하는 것은 사정이 다르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중론을 펼친 일부 인사들은 신당창당 시점은 적절하다고 보지만 명분이 전제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나는 (신당창당) 타이밍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신당은 정치적 수요가 있을 때 창당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창당을 위한 외적 여건이나 환경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논리적 명분을 국민에게 잘 설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시각은 다르다. 한 전 대표가 신당창당으로 지방선거 ‘승부수’를 띄웠지만 성공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한 전 대표의 검찰소환 조사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비례대표 공천대가로 각각 3억 원씩을 민주당 관계자에게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위반)로 양 모 도의원과 박 모 전 도의원을 구속한데 이어 한 전 대표를 9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한 전 대표를 상대로 앞서 구속된 인사들이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 된 뒤 그 대가로 돈을 전달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한 전 대표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검찰이 한 전 대표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만큼 신당창당이 되더라도 ‘민심’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또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인물들이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있으나 일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당창당에 뜻에 합류할 동교동계 세력이 소수라는 점도 문제다. 동교동계 좌장 격인 권 전 상임고문이 신중론을 편 것은 사실상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한 전 대표에게는 치명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한화갑 연대 사전 차단설
한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기소여부도 변수로 작용한다. 지방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심산인 한 전 대표가 검찰 기소되면 신당창당 추진동력을 잃게 된다. 지금 상황에선 검찰 기소여부를 떠나 소환조사라는 ‘낙인’ 하나만으로도 발목을 잡힌 상태다. 본인 입장에서는 무혐의 처분되길 바래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화갑-박근혜 연대가능성을 검찰이 사전에 차단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일단 한 전 대표와 박 전 대표는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남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민주당 텃밭이라 발도 담그기 어려웠던 호남지역에서 박 전 대표의 호감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호남지역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올랐다는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이쯤되면 악 조건을 안고 신당창당을 추진해야 하는 한 전 대표의 입장이 급선회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지역 정가에선 이 점이 검찰의 노림수라는 해석이다.
반대세력이 지적하듯 야권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도 호남지역 지방의원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변수 중 하나인 야권단일화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 민주당 측에서 주변 단도리를 할 공산이 높다.
민주당도 불쾌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영민 대변인은 “이미 역사적 소임을 다한 분들이 다시 역사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것은 노추”라고 맹비난했다.
창당자금 조달문제도 난제다. 국창국 전 의원이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국 의원은 한 전 대표와 등을 돌린 상태다. 권 전 상임고문은 이희호 여사와 의견을 조율 한 뒤 14일 회동참석자들과 다시 모여 신당창당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진다. 호남지역 정가에선 ‘한화갑 신당’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되더라도 공천탈락자들의 일시적 결사집단으로 끝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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