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 따라 느끼는 ‘그들만의 고통’
포지션 따라 느끼는 ‘그들만의 고통’
  • 조민성 
  • 입력 2004-06-17 09:00
  • 승인 2004.06.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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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만큼 포지션 전문화가 뚜렷한 스포츠도 드물다. 투수와 포수, 야수는 하는 일과 서 있는 위치가 다른 만큼 각자 애로사항도 특이하다. 포지션에 따라 느끼는 ‘그들만의 고통’은 무엇일까.
◆ 투수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을 때 사인볼을 달라고 하거나 사진찍게 한번 봐달라는 경우가 많아 난감하다. 삼성 권오준은 무심코 한 팬에게 공을 주었다가 다른 관중이 ‘왜 나는 주지 않느냐’며 공수교대때마다 상소리를 해 괴로운 적이 있었다고. 한편 롯데 김장현은 “졸전을 펼친 뒤 다음 로테이션을 기다릴 때 괜히 눈치가 보여 죽을 맛”이라고 책임감에 따른 고통이 적지 않음을 실토했고, SK 이승호는 “경기가 잘 안풀릴 때면 망망대해에 혼자 내버려진 기분”이라는 ‘실존적 고뇌’를 털어놓았다.

◆ 포수바로 등뒤에 서 있는 심판이 역시 신경쓰인다. 삼성 진갑용은 “인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사하는 사람에게 싫은 감정이 들 수는 없다는 것. 심판과 유착해서는 안되겠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 정도의 관계는 만들어놔야 한번 손이 올라갈게 두번 올라가지 않을까”라며 빙긋 미소를 짓는다.LG 조인성은 “20kg이 넘는 보호 장비를 벗었다 입었다하는게 힘들다”며 “여름엔 땀이 많이 나 클리닝타임때 유니폼을 갈아입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인다.

◆ 내야수기아 김종국은 수비 때 주자들이 라인에 스파이크자국을 많이 남겨 공이 불규칙하게 바운드되는 것이 신경쓰인다고 지적한다. 삼성 조동찬은 더블플레이를 할때 베이스 위로 발을 들고 들어오는 주자와 맞닥뜨릴 때 은근히 부담스럽다고. 최근 상대 주자의 발에 다리를 다쳐 기분이 언짢다.내야수들은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수비가 연봉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포수와 유격수, 2루수 등은 연봉평가가 재고되어야 한다”는 ‘권익향상’ 요구도 빼놓지 않았다.

◆ 외야수요즘 많이 줄어들었지만 외야 관중들이 이따금 욕설을 해 신경쓰인다. 특히 실책이라도 하나 하면 육두문자는 물론 동전이나 비비탄 같은 것도 가끔 날아들어 위험하다. 과거엔 콜라병이 날아들기도 했다. 삼성 강동우는 “아무리 속을 긁어 놓는다고 해도 아예 관중을 쳐다보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롯데 정수근은 “손 한번 흔들어달라는 관중이 있으면 큰 지장 없는 한 그렇게 해준다”고.한편 LG 박용택은 야간 경기 때 라이트속으로 공이 사라지면 수비하기가 어렵고, 특히 해질무렵엔 공색깔과 하늘색이 비슷해 수비하기가 힘들다는 점도 지적했다.외야수들은 “우리가 놀고 먹는 포지션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타구를 잡으러 전력질주 한번 해보라”며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조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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