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마지막 총재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여의도 마지막 총재가 사라지게 됐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당 ‘대표’로 직함이 바뀐다. 2008년 2월 자유선진당을 창당해 총재 자리에 오른 지 2년 만이다. 선진당은 그동안 당 총재 체제 폐지를 혁신대상 1순위로 꼽았다. 총재라는 직함이 제왕적 지위로 보일 수 있어 시대착오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 내 반대 세력의 압박으로 총재 직함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8일 당헌 개정을 통해 총재직을 폐지하고 당 대표 체제로 일원화 하기로 했다. 선진당은 이날 당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 오는 17일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이날 대표로 추대 될 예정이다.
박선영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오는 17일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수의 명칭을 ‘총재’에서 ‘대표’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진당은 그동안 ‘제왕총재’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총재 직함을 대표로 바꾸는 것을 당 혁신 방안 1순위로 꼽아 왔다. 마지막 남은 총재가 여의도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이 총재는 1997년 당시 신한국당 총재 자리에 오른 뒤 13년 동안 총재로 불렸다. 2002년 대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근소한 표차이로 고배를 마신 뒤 ‘전 총재’라고 불렸으나 2008년 2월 자유선진당을 창당해 다시 총재가 됐다.
민주당은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직에서 물러난 뒤 총재직이 없어졌고, 한나라당 역시 2002년 총재체제를 폐지했다. 현재 각 정당에선 ‘대표’ 체제가 대세다.
선진당은 이번 당 혁신을 추진하면서 ‘총재’ 직함을 없애는 동시에 원내대표를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격상시킨다는 방침이다. 당 대표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한다는 선진당 측의 방안이다.
특히 이번 당헌-당규개정안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제외한 7명의 최고위원 중 5명은 전당대회에서 선출하고 나머지 2명은 대표가 지명하기로 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1명은 반드시 최다득표 여성이 포함되도록 했다.
박 대변인은 이와관련 “총재와 대표로 나뉘었던 권한이 일원화되면서 자칫 대표에게 쏠릴 수 있는 권한을 분배, 견제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이는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 역시 “당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면서 문호개방과 당 체제정비를 강조 한 바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지식한 당 이미지 쇄신을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재 체제 폐지가 이 총재에 대한 당내 반대세력의 압박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선진당 측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외에 유력한 자치단체장 당선 후보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 당 혁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일단 오는 전당대회에서는 이 총재가 당 대표에 단독 출마하는 만큼 ‘총재’의 영향력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 혁신을 새해 슬로건으로 내세운 선진당이 오는 지방선거 선전을 위해 또 다른 내부 ‘혁신’으로 이 총재의 당 내 절대 권력을 분산시킬 가능성도 남아있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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