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수도권 친노 대반격 시나리오 ②
6·2 수도권 친노 대반격 시나리오 ②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3-16 09:52
  • 승인 2010.03.16 09:52
  • 호수 829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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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초긴장 '한명숙 낙마시 이해찬 나선다'
지난 8일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는 가운데 이해찬 전 총리가 뒤 따르고 있다. [맹철영 기자] photo@dailypot.co.kr

지방선거가 90일로 다가오면서 전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민주당 등 야권이 사활을 건 수도권 쟁탈전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가 수도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재 한나라당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주당에선 한명숙 전 총리가 유력하다. 여론조사를 보면 가상대결에서는 오 시장이 더블스코어로 이기고 있지만 야권 단일후보로 1:1 가상대결을 벌일 경우 10%p내까지 한 전 총리가 추격하고 있다. 변수는 오는 4월 9일 1심 공판이다. 대체로 정치권에서는 무죄로 판결시 한 전 총리의 인기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반대로 유죄가 선언될 경우 서울시장 선거는 안갯속으로 빠질 공산이 높다는 전망이다.

한 전 총리에 대한 ‘5만 달러 뇌물수수’관련 2차 공판이 끝난 상황에서 1심 판결이 4월 9일 있을 전망이다.

1심 판결에서 유죄로 나올 경우 대법원 판결까지 내내 한 전 총리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높다. 또한 깨끗한 한 전 총리의 이미지도 크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로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1심 결과와 무관하게 선거에 대응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내심 불안한 모습이다. 한 전 총리외에 당내 마땅한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안부재론’을 들어 한 전 총리를 내세우는 것 역시 위험하다. 유죄 판결로 인해 당선 가능성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설령 당선되더라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초유의 서울시장 재선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울며 겨자먹기’로 외부에서 후보를 찾을 수밖에 없다. 당장 한명숙 대타로 이해찬 전 총리가 부상하는 배경이다.


검, 12월말 한명숙 체포영장, 대안 이해찬

실제로 친노 진영에서 민주당 ‘인물 부재론’을 근거로 이해찬 카드 시나리오가 진작부터 마련돼 있었다는 게 민주당내 시각이다.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구속 이후 실명이 거론된 것은 지난해 12월초다. 법원에서 한 전 총리 ‘5만달러 뇌물수수 의혹’으로 체포영장은 12월 17일 발부됐다. 그리고 같은 달 22일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로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

한 전 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고 공판을 받는 동안 보수 언론 매체를 비롯해 모든 여론조사기관이 한 전 총리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넣으면서 야권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서울시장 후보로 넣어 조사를 벌였다. 한 전 총리와 유 전 장관은 민주당 중소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서울시장 후보와 동시에 차기 대권 주자 후보로 위상이 높아졌다.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한 전 총리나 차기 대권까지 염두에 둔 유 전 장관으로서 대중적인 인지도 제고 효과는 톡톡히 본 셈이다.

반전은 유 전 장관이 경기도 지사 후보로 선회하면서부터다. 유 전 장관이 빠진 서울시장 후보 조사에서 한 전 장관의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가 급상승하는 효과를 낳았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한 전 총리는 총리대로 인지도 높이고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된 유 전 장관의 경기도지사 행으로 급한 쪽은 김문수 지사 진영이 되고 말았다. 여권의 수도권 선거에 빨간등이 켜진 배경이다.

그러나 역시 친노 진영의 고민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 결과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한 전 총리가 유죄 판결 이후에도 꿋꿋하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지켜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시점이다. 평소 온화하고 깨끗한 어머니상 이미지 타격에 성품상 흠집을 받은 이후 후보직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대안이 필요했고 그 카드로 이해찬 전 총리를 준비했다는 내용이 친노 진영의 수도권 점령 시나리오다.

실제로 이해찬 카드에 대해 민주당에서도 크게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 전 총리는 현재 무소속으로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에 입당하지 않았다. 만약 친노 진영에서는 민주당이 후보자를 내지 않을 경우 혹은 내더라도 표는 이 전 총리에게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이해찬 브랜드’로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다는 자신감마저 엿보인다.

이 전 총리와 오 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력과 경륜이다. 변호사와 국회의원 한번 한 오 시장이 ‘바람몰이’로 됐다면 이 전 총리의 이력은 기존 고건, 조순, 이명박 서울시장에 뒤지지 않는다. 1952년 충남 청양출신의 이 전 총리는 올해 58세다. 민청학련 사건,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2번의 투옥 끝에 13대 국회의원(서울 관악을)으로 국회에 입성해 내리 5선을 한 중진이다.

DJ 정부시절에는 교육부 장관을 하며 ‘이해찬 교육 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조순 전 서울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서울시 정무부시장까지 한 이력도 있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실세 총리’를 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일 잘하는 총리’로 이미지를 굳히면서 승승장구했다.


조순→고건→이명박 서울시장 중량급 이해찬

이후에도 노무현 대통령 정무특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등 화려한 정치 이력을 갖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전 총리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오 시장으로서는 ‘여우 피할려다 범 만난 격’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여야 정치권에서는 역대 중량감 있는 서울시장에 비해 오 시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미지 선거로 당선된 오 시장으로서 출발부터 갖는 한계였다. 여기에 한 전 총리와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까지 이 전 총리를 측면 지원할 경우 그 파괴력은 가늠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오 시장뿐만 아니라 전임 시장인 이명박 대통령까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오 시장과 이 전 총리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친이 일각에서 ‘제3의 후보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4월 9일 1심 공판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한명숙이냐 이해찬 카드냐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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