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에 혼쭐난 이동관, 언론사 5억원 소송 제기

이동관 청와대 홍부수석의 ‘TK 비하 발언’ 배경에 청와대내 고질적인 파워게임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경북일보는 이 수석이 ‘TK(대구.경북) X들, 정말 문제 많다’는 발언을 보도하면서 사퇴 압박까지 받았다. 당장 한나라당내 TK 인사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이 수석은 ‘허위사실 유포’로 해당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특히 이 수석은 사석에서 말한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데 대해 청와대내 TK 인맥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말마저 흘러나왔다. 특히 청와대내 ‘안티 이동관’ 성향의 TK 인맥과 비TK인맥간 파워게임의 산물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동관 홍보 수석이 지난 1일 청와대출입기자와 저녁 식사중에 한 발언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처음 보도한 경북일보에 따르면 이 수석은 이 자리에서 TK를 겨냥해 “‘대구·경북 X들, 정말 문제 많다’고 발언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이 수석이 “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경우도 이 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으면 선정되지 못했을 프로젝트”라며 “그런데도 고향인 대구·경북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은연중에 대구·경북이 ‘박근혜 텃밭’에 갇혀 이 대통령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것에 대한 일종의 분풀이성 발언인 셈이다. 하지만 사석에서 한 말이 공개되자 한나라당내 TK 인사들뿐만 아니라 강원도, 충청도까지 들고 일어서면서 지역 대결 양상마저 띄기 시작했다. 당장 한나라당 TK 진영과 야권에서는 “대통령 얼굴에 먹칠했다. 당장 사퇴하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수석의 발언 후폭풍은 강원도와 충북으로 튀었다. 당초 첨단복합의료단지는 강원도 원주, 충북 오성이 대구와 함께 경쟁을 벌였지만 최종 탈락해 불만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변인의 발언으로 인해 이 두 지역에서는 “이 대변인의 발언은 첨단복합단지 선정 결과 뒤에 누가 있었는 지 알게 하는 결정적인 증거”라며 이명박 정부의 사과와 재선정을 촉구했다.
이동관 발언, 강원도·충청도 선거 악재로
특히 지방선거 90일을 앞두고 터진 이 수석의 발언은 두 지역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후보들뿐만 아니라 중앙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야권은 지방선거를 ‘이명박 정권 중간 심판’으로 규정하고 있는 데다 지방선거 판세가 여권에게 유리하지 않게 돌아가고 있는 처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MB는 대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수석 발언 직후 이 대통령은 단단히 화가나 말조차 건네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이 인사는 “MB 스타일이 정말로 화가 나면 말을 하지 않고 무시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오히려 화를 된통 낼 경우 뒤끝이 없어 혼나는 사람이 더 시원해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 수석은 두 번째 MB와 독대에서 ‘혼꾸멍’을 당한 이후 해당 언론사에 반격에 나섰다.
이 수석은 해당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한편 명예훼손으로 손배소 5억 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수석은 “해당 취재기자가 현장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제 3자의 부정확한 전언을 그대로 이어받아 기사화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언론사는 ‘걸테면 걸어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경북일보 한 관계자는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것은 중재하자는 것 아니냐”며 “소송을 제기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직까지 법원으로부터 내용증명서를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수석의 ‘TK비하 발언’관련 이 인사는 “당시 참석한 기자의 메모 내용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이 수석의 ‘TK 비하 발언’에 대해 신빙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지방지, 방송기자 등 6명이 참석한 것으로 안다”며 “저녁자리에 참석한 것은 맞고 참석한 기자들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이 수석의 TK 비하발언을 안했다는 얘기는 하지 못하고 못들었다고만 말하고 있어 전혀 신빙성이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이 수석 발언 파문이 TK 인맥과 호남 출신의 이동관 인맥간 파워게임이라는 관측마저 나왔다. 내용인 즉 TK 출신의 영남 언론인이 청와대 근무당시 이 수석과 갈등관계가 있었고 그로 인해 물러난 이 인사가 악의를 품고 이번 발언을 해당 언론사에 흘렸다는 소문이다.
이 수석 정치 게임… MB 레임덕 자초할수도
나아가 이 인사는 TK출신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모 기획관과 함께 이 수석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 수석의 처가가 호남집안이고 공교롭게도 김백준 총무비서관도 거론되면서 같은 동향으로 영호남간 파워게임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지역간, 청와대내 계파간 갈등의 산물이라는 말도 돌았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정부분 지역간, 계파간 다툼이 존재 하지만 본질은 이 수석의 정치 스타일이 문제라는 해석이다. 본지와 통화한 청와대에 있는 이 인사는 “이 대통령이 탈여의도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수석이 자신도 모르게 정치게임을 즐겨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칫 하면 이 수석이 반대 세력과 잦은 정치 게임으로 MB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당분간 이 수석의 파워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TK비하 발언 직후 TK지역을 방문해 위로하고 또한 대전을 잇따라 방문할 정도로 신뢰가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친분이 높고 ‘이동관 대안부재론’까지 겹쳐 직을 떠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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