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을 읽는 몇 안되는 측근이고 박 전의원은 여전히 김영삼 전대통령의 ‘대변인’으로 잔존하는 측근중의 최측근이기 때문이다.이에 부산정가에선 향후 박 전의원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박 전의원을 고리로 지난 대선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두 전현직 대통령이 화해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부산지역 민주화 세력의 양대 축인 두 인사가 ‘민주대연합’을 명분으로 손을 잡는다면 5·31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대선에서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감도 숨기질 않았다.
박종웅 만나 ‘부산시장’출마 제안
문희상 전의장과 박종웅 전의원이 지난 1월 23일 서울시내에서 오찬을 같이했다. 윤원호 부산시당위원장(비례대표)도 참석한 회동에서 문 전의장은 5·31지방선거에 영입하겠다며 부산시장 출마를 제안했다.여당내에선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할지라도 후보를 내야 기초의원들도 당선될 공산이 높다는 실리도 엿보인다.영입 제안을 받은 박 전의원은 낙선 가능성이 높은 부산지역에 선거용으로 출마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박 전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범민주세력 대연합이나 정계개편 등 큰 그림속에 움직일 수 있다”며 “시장 한 자리보고 입당하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또 그는 “비공식적인 제안이 아닌 당에서 모양새를 갖춰서 영입해야지 단순한 영입제안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박 전의원 측근에 따르면 좀 더 구체적인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즉 입당을 하더라도 경선은 할 수 없다는 박 전의원과 일단 경선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하고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의견 차이를 보였다는 전언이다.박 전의원 측근은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 가능성이 적은 PK지역에서 굳이 경선까지 해야되겠느냐”며 “전략 공천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박 전의원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탈당, 부산 사하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바 있다. 당시 박 전의원의 출마로 인해 열린우리당 조경태 후보가 어부지리로 PK지역에서 당선됐다.
박측 “전략 공천해야”
일단 열린우리당에서 부산시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과 변양균 기획예산처장관이 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낮은 당지지도로 인해 지방선거 참패론이 흘러나오면서 두 인사는 장관직을 벗어던지고 출마해야 되느냐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에 부산에서 3선을 한 박 전의원은 여당에 매력적인 카드로 급부상했다. 게다가 김영삼 전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산에서 일정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인사라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YS 최측근으로 부산내 잔존하는 YS 영향력으로 선전도 기대할 수 있다.부산시장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여당과 지역 대통합을 주장하는 노 대통령에게도 커다란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지역대통합을 위해 ‘권력의 반을 포기할 수 있다’고 대연정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의 반대로 논의는 중단됐지만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노력마저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정설이다. 비록 박 전의원이 부산시장에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의미있는 득표를 통해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이 당선돼도 당으로서는 호재다.또 박 전의원을 통해 부산지역 민주화 세력을 결집하고 YS와 대타협도 모색할 수 있다. 그동안 YS 역시 ‘민주세력 대결집’을 주장한 바 있다. 박 전의원이 정계개편이나 민주대연합 등 큰 그림을 언급한 이유이다. 청와대와 여당에 박종웅 카드는 PK지역 민주세력 대연합이라는 명분과 지역 대통합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매개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낙선해도 ‘보상입각’ 약속
박 전의원 곁에서 오랜 세월 보좌했던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이 최근 고향에서 살겠다. 생태공원을 조성하겠다는 발언은 예사로이 넘겨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나무 심기에는 노 대통령이 너무 젊고 정치스타일상 맞지도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YS와 DJ도 나이가 고희를 넘었지만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이 퇴임하는 2008년에도 62세다”라고 밝혔다.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퇴임 후 고향 동네 진영 또는 김해, 아니면 경남 또는 부산에 내려와 살겠다’고 밝혔었다.그는 노 대통령은 임기내 지역구도를 타파하지 못하면 퇴임후라도 정치 대통합을 위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덧붙여 그는 “부산 지역은 YS 이후 PK맹주가 없는 지역”이라며 “현재는 권철현, 정의화, 김무성 의원 등이 이 자리를 놓고 상호 견제하고 있지만 함량미달”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안상영 전 부산시장이나 현 허남식 부산시장도 이런 PK 맹주자리를 놓고 상호 견제속에 색깔이 없는 인사가 부산시장에 당선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열린우리당 입당 제의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박 전의원은 의미있는 득표를 통해 PK 지역 맹주 자리도 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전의원에겐 입당할 명분만 남았지 고사할 이유가 없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한편 보건복지위의 한 관계자는 “좀 이른 판단이지만 박 전의원이 부산시장 선거에 고배를 마신다고 해도 참여정부 하반기 보상 입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3선에 보건복지부 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박 전의원이 차기 보건복지부 장관이 못되란 법이 있느냐”고 예측하기도 했다.
# 강원도지사 출마 이광재 ‘고민중’ 엄기영 영입설도
현재 강원도당 위원장이자 노대통령의 오른팔인 이광재 의원이 강원도지사 출마를 두고 고심중이다. 측근들도 찬반으로 나뉘어 통일되지 못한 형편이다. 이 의원의 도지사 출마에 부정적인 인사들은 우선적으로 김진선 현 도지사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자칫 배지만 날아가 당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반면 출마를 권유하는 쪽에서는 개인의 이익보다 당의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 대선의 전초전으로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에 당이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야 2007년 대선에서 강원도민표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광재측에선 일단 2·18전당대회를 통해 신임 지도부가 구성되면 출마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겠다는 입장이다.한편 강원도 내에선 MBC 엄기영 카드도 경쟁력 있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엄씨가 강원도 춘천이 고향이고 춘천고 출신이라는 점이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나아가 MBC 특임이사이지만 최문순 사장이 언론계 후배라는 MBC 내부사정도 엄씨가 하마평에 오르는 이유이다. 열린우리당에선 강원도지사 후보로 엄씨를 접촉한 사실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여권 일각에선 엄씨가 이광재 의원이 강원도지사로 출마할 경우 지역구를 이어받을 개연성도 점쳐지고 있다.
# 부산 동구 지역구 ‘바통 터치’노 대통령과 박종웅 ‘질긴 인연’
노무현 대통령과 박종웅 전의원의 인연은 지난 1988년 13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 공보비서관이던 박 전의원은 부산동구에 캠프를 차리고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총선직전에 김광일 변호사는 노무현 인권 변호사를 김영삼 총재에게 추천했다. 김 총재도 노 변호사를 만나 몇 차례 영입 제안을 했다. 하지만 정치인 삶에 매력을 못 느낀 노 변호사는 입당 제의를 거부했다.
그러자 김 총재는 부인인 권양숙씨를 상도동까지 데리고 와 설득해 결국 노 변호사를 통일민주당으로 영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노 변호사가 영입되자 박 전의원은 YS의 지시로 부산동구 지역구와 선거사무실을 통째로 넘겨줬다. 이런 인연으로 노 변호사는 13대에 이어 14대에 부산동을, 16대에는 부산 강서갑에 출마하면서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칭과 노사모라는 팬클럽이 탄생하게 된 단초를 마련하게 됐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지난 2002년 6·13지방선거가 임박해 박종웅 전의원을 찾았다.노 후보는 박 전의원을 찾기 전 YS를 만나 부산시장을 위해 ‘박종웅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YS는 ‘묵묵부답’인 태도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YS의 침묵은 ‘노’라는 뜻임을 알고 직접 박 전의원 설득작업에 나섰다. 당시 박 전의원 보좌관을 지냈던 인사는 “그 바쁜 일정 속에서도 2~3시간 시간을 할애해 설득했다”고 회고했다.그러나 박 전의원은 ‘주군’이 반대하면 갈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이후 노 후보는 한이헌씨를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내세웠다.당시 YS는 ‘노’ 한 것은 노 후보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낳았다. 정치9단인 YS가 커다란 정치적 오판을 한 것이다. 노 후보도 박 의원 영입 무산보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YS에 더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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