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끝장 전쟁 “상처만 남았다”

세종시 수정안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이 닷새 동안 세종시 문제를 놓고 의원총회를 벌였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마무리 됐다. ‘친박 사정설’과 친이 ‘막말’ 논란으로 설전이 오가며 친박-친이 간 의견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이번 의원총회에서 나온 합의안은 당론변경을 미루고 당내 ‘중진협의체’를 구성해 해결점을 찾자는 것이다. 하지만 중진협의체가 실질적으로 세종시 정국을 돌파할 대안으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의원총회 이후 세종시 대치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세종시 끝장 토론을 벌였다. 지난달 22일부터 26일 까지 닷새 동안 세종시 문제로 친이-친박 간 설전이 오갔다. 당 주류인 친이 측은 당론변경을 추진함과 동시에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표결에 부친다는 입장이었다. 친박 측은 원안 고수와 함께 표결을 통한 당론변경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 과정에서 사정기관에서 친박 의원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친박 사정설’과 친이 일부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막말을 했다는 ‘막말논란’이 불거져 파문이 일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근거없는 정치공세”라며 일축했다.
소득없이 끝난 의총 서로 입장차만 확인
의총 마지막 날인 26일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모든 의견을 모아 오늘 해법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희망”이라며 “각자의 찬반 의견도 물론 해야겠지만 좋은 해법이 있으면 모두가 이기고 상생할 수 있는 해법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내달라”고 주문했다.
안 원내대표 발언 이후 의원들은 해결책을 고심하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진 의원은 “국민들이 대단히 우려하는 것처럼 계파 갈등과 소모적인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과거 조선시대 당정과 다를 것이 없다”면서 “닷새동안 의총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국민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우 의원은 “당내 중진의원들의 모임에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원로들을 더해 9인 혹은 11인 회의를 만들자”며 “이 회의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양 쪽을 설득을 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하며 새로운 중진협의체 필요성을 강조 했다.
이에 김기현 의원은 “중진의원들이 활동이 중요하고 중진이 제 역할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당내 모임인 ‘민본21’과 ‘통합과 실용’ 등에서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비공식 만남도 자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일부 의원들은 중진협의체를 통해 또 다시 토론을 벌이기 보다는 의원총회에서의 표결을 통한 당내 여론 확인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흥길 의원은 “마지막 의총을 열어 원안과 수정안을 놓고 비밀투표를 하자”고 건의했다.
공성진 최고위원 역시 무기명 표결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방법론으로 이것이 정당과 국회의 존립 이유”라며 우리가 2500년 전 아테네 시민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표결을 통한 당론결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친박계 허원제 의원은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철회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단 수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폐기하든, 다시 수정해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게 하자”고 밝혔다.
허태열 의원은 “세종시는 이미 5년 전에 태어나 사람으로 치면 5살짜리 아기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수정안이든 절충안이든 원안을 변경하려면 당의 단합을 전제해야 하는데 아무도 이 부분은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진협의체 구성으로 돌파
지난 의총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하자 안 원내대표는 세종시 문제 해결을 위한 중진회의체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참석한 의원들이 이 같은 제안에 동의를 표시하면서 중진협의체 구성안은 표결 없이 통과됐고, 사실상 확정됐다.
중진협의체는 친이의원 2명, 친박의원 2명, 중도성향의원 2명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됐다.
한나라당은 지난 4일 세종시 해법을 논의할 ‘중진협의체’ 명단을 확정했다. 친이계 이병석 최병국 의원, 친박계 이경재 서병수 의원, 중립성향의 원희룡 권영세 의원 등 6명이 선정됐다.
정미경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중립 몫으로 선출된 권영세 의원은 고향이 충북 음성이고, 원희룡 의원은 중재안을 내놓은 점이 고려돼 선출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초 세종시 절충안을 제안해 박 근혜 전 대표의 심기를 건드렸던 김무성 의원은 중진협의체 명단 인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친박측이 거부감을 표시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대변인은 “김무성 의원이 수정안을 이미 제안했기 때문에 최고위원회 논의 결과, 협의체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몽준 대표가 중진협의체 구성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진협의체를 통해 세종시 문제를 책임지고 풀어내는 믿음직한 여당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며 “당원과 의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중진협의체를 뒷받침한다면 반드시 좋은 상황이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정해진 시한 안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진협의체가 중심으로 활발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한나라당의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수렴해 좋은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민주당은 중진협의체 구성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청와대에서 국민투표 카드로 나라를 어지럽히더니 오늘부터 중진협의체를 만들어 또 다른 정쟁을 하려 한다”면서 “결과는 뻔하다. 소모적인 정쟁을 집어치우고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세종시 원안추진을 촉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중진협의체가 세종시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어 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진협의체는 어디까지나 당내 공식기구인 최고위원회와 달리 임시적 기구다. 중진협의체가 당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당내 공식기구인 최고위원회 자문 형식으로 관여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는 중진협의체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을 주선하는 것이 세종시 정국 돌파의 가장 큰 해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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