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에 미운털 박힌 탓?
구단에 미운털 박힌 탓?
  • 정소현 
  • 입력 2005-01-06 09:00
  • 승인 2005.01.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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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계약 불가를 통보받은 프로축구 성남 일화 신태용(36)과 관련, 이미 오래전부터 그를 내보내기 위한 구단 측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성남 일화의 한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신태용을 내보내기 위해 구단측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구단측은 특별한 사유도 없이 신태용을 경기에 출장시키지 않는 등 암묵적으로 은퇴를 강요해왔다”고 밝혔다. 92년 입단 이래 13년 동안이나 몸 바친 팀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신태용과 구단측의 갈등 전모를 살펴봤다. 최근 성남 일화는 팀의 주장인 신태용과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공식 발표했다. 신태용이 ‘너무 노쇠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의 나이 올해로 서른 여섯. 운동선수로서 사실 적은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재계약한 주전급 선수 김도훈의 나이는 신태용과 동갑. 게다가 삼십대 초반이거나 삼십대를 막 접어든 선수들이 팀에 대다수 포진해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체력’과 ‘나이’를 이유로 재계약을 포기한다는 것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특히 지난 92년 입단, 13년 동안이나 한 팀에 몸담으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한 신태용을 한마디 협의도 없이 팀에서 내보내겠다는 구단 측의 의사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이와 관련, 구단의 한 관계자는 “신태용이 구단 프런트에 ‘미운 털’이 박힌 탓”이라고 밝히며 궁금증의 실마리를 풀어줬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태용이 팀의 주장으로서 궂은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라면서 “동료 선수들을 위해 올곧은 소리를 해오던 그를 프런트에서 곱게 볼 리 없지 않은가. 구단 측이 그를 ‘눈엣 가시’처럼 여겼던 것은 선수들도 아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신태용은 작은 일에서부터 큰일에 이르기까지 직접 나서서 구단 측에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심지어 유니폼 세탁에서부터 슬리퍼 제공 여부 등과 같은 사소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구단 프런트를 직접 방문해 건의하곤 했다고. 사사건건 ‘토’를 달고 나서는 신태용을 구단 측이 좋아할 리 만무한 일. 하지만 충격적인 사실은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구단 측이 코칭스태프를 통해 “이제 내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신태용과 구단측간에 있었던 그동안의 사건들을 설명하던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원정 경기에서 신태용이 출전하지 못했던 것은 구단 측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코칭스태프가 모인 자리에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신태용을 출전 명단에서 빼라고 지시하며 왜 말을 안 듣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결국 이날 신태용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채 그라운드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구단 코칭스태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성남 일화의 모 코칭스태프는 “잘 모르겠다”며 다소 말을 아끼는가 싶더니 “신태용이 나이가 너무 많으니 빼야하지 않겠느냐는 말은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팀의 한 선수 역시 “신(태용) 선수를 은퇴시키려 한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면서 “신 선수가 구단측과 예전부터 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구단 관계자들이 못마땅해한다는 얘기도 오래전부터 돌았던 얘기”라고 말했다.하지만 구단 측은 다른 설명을 내놨다. 경기에 출장할 선수의 기용은 감독의 절대적인 권한이기 때문에 프런트가 관여할 수 없으며, 특히 스피드를 요구하는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신태용은 체력이 너무 달려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구단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 ‘소문’일 뿐”이라며 “구단 측과 갈등이나 마찰 따위는 전혀 없었다. 부부사이에 있는 문제는 부부 둘 만 아는 문제 아닌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괜히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태용 선수와 재계약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면서도 “팀이 새로운 구단으로 변모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일이다. 재계약 불가방침에는 코칭스태프의 의중도 어느 정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프로축구에서 유일하게 13시즌을 한 팀에서 소화한 신태용. 득점왕과 MVP 등 각종 상을 휩쓸었고, ‘베스트 11’에 무려 9번이나 뽑히는 등 ‘기록의 사나이’로 불려왔던 그는 이제 둥지를 잃을 위기에 놓여있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면서 2월말까지 모든 구단과 계약을 할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은 프로 인생 전부를 바친 성남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원한다. 그러나 구단 측은 “선수생활은 다른 구단에 가서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차가운 대답으로 일관할 뿐이다.

신태용 “체력 때문이라지만 난 건재하다”
얼마 전 경기도 용인시의 한 식당에서 만난 신태용은 다소 핼쑥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최근 재계약 불가 방침을 선언한 구단 측에 내심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며 그간 마음고생이 적잖았음을 털어놨다. 다음은 신태용과의 일문일답.

- 구단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받은 적이 있나.▲공식적으로 통보받은 적은 없다.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게 됐고, 그 문제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다. 체력이 노쇠해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나는 여전히 건재하다. 재계약 불가 이유가 체력 때문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구단 측 행동에 너무 서운할 뿐이다.

- 그렇다면 왜 구단이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난 성남일화에서만 13년을 뛴 선수다. 소위 ‘기록의 사나이’라 불릴 만큼 최선을 다해 뛰었고, 그만큼 좋은 결과도 팀에 많이 안겨줬다. 그럼에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내가 구단 측에 뭔가 ‘밉 보인 게’ 있어서가 아니겠는가.

- 일각에서는 구단 측과 불화가 있었다는 소문도 있던데.▲주장이다보니 구단 측과 이것저것 마찰이 있긴 했었다. 그런 나를 못마땅해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지난해 사우디와의 원정 경기 때 별다른 이유 없이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다행히 팀이 이겨서 그나마 위안이 됐지만 그 뒤로도 3~4차례 경기에서 빠져야만 했다. 특별한 부상도 없고 문제없었다.

- 구단 측에서는 신 선수가 호주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던데. ▲지난해 11월에 가족들과 함께 호주를 방문했다가 평소 친분이 있던 김판근(현재 호주 거주) 씨를 통해 호주 구단 쪽에 이력서를 넣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호주 진출은 생각지도 않았다. 현지 언론에서 계약했다고 보도한 것은 오보다. 난 마지막까지 성남에서 뛰고 싶다.

- 지도자 교육을 받을 생각은 없는가. ▲나는 선수생활을 더 하고 싶을 뿐이다.

-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지도자의 길을 선택할지, 호주로 가게 될지 아직 결정 못했다. 천천히 생각하고 싶다. 13년 동안이나 한 팀에 몸담았는데 지금 와서 다른 팀 유니폼 입는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 없다. 어떻게든 먹고 살기야 하겠지만 평생을 운동장에서 살아온 사람인만큼 이렇게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싶진 않다.

정소현  coda031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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