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고집이 세고 자기 논리가 강한 선수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양상. 이들 같은 경우엔 최소 4회 이상 접촉하고 상의한 끝에야 겨우 타협점을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장기전으로 진을 빼는 선수라 하더라도 시즌 내 그만큼의 몸값을 해준다면 당시의 고생 따위는 까맣게 잊게 된다. ‘잔머리 형’은 연봉협상 실무자들에게 가장 미움을 받는 유형이다. “누가 얼마를 받았다더라”식으로, 다른 팀의 특정 선수를 지정해 자기 몸값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스타일.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건 프로야구선수들의 인지상정. 하지만 타 구단에서 뛰고 있는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에 더 신경쓰며 머리 속으로 주판알 굴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은 괘씸죄 적용을 받을 때가 간혹 있다.협상 기간 내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묵묵부답 형’은 협상 실무자들이 가장 답답해 하는 형이다.
도대체 좋은 건지 싫은 건지 내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떨 때는 선수 눈치가 보일 정도라고. 한편 겉으로는 그럴싸해보이는 ‘백지위임 형’도 구단 측에서 항상 달가워하는 것만은 아니다. ‘백지위임’은 옥신각신 다투지 않고 구단이 주는 대로 받겠다는 뜻. 하지만 선수들 마음속에는 “믿고 맡기는데 설마 섭섭하게 대접하겠는가”하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구단 측에서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선수 체면도 생각해야겠고, 또 먼저 백기를 들고 들어온 선수를 매몰차게 대할 수도 없으니 더 곤혹스러운 것이다. 최근 선수들의 연봉 협상으로 골치를 심하게 앓았던 모 구단 관계자는 “이 맘 때가 되면 살이 저절로 쪽쪽 빠진다”며 “한 살이라도 더 뛸 수 있을 때 몸값을 두둑이 받아두려는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싶을 땐 정말 얄밉고 서운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가 마지막에 덧붙인 말이 더욱 재미있다. “과거에는 폭탄주 몇 잔 먹이면 그냥 도장 찍던 일도 있었다던데, 요즘엔 왜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든지…참 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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