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 경쟁심리가 선수몸값에 거품 만든다
프로야구 구단 경쟁심리가 선수몸값에 거품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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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1-13 09:00
  • 승인 2005.01.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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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에서 ‘거품몸값’이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곤 한다. 실력에 비해 몸값이 오히려 더 비싸다는 말인데, 이러한 현상은 선수들의 이기적인 욕심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지만 좋은 선수들을 데려오려는 구단 간의 자존심 경쟁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프로야구 A구단에 입단 계약을 한 선수의 경우, 경쟁 구단과의 교묘한 신경전을 이용해 자신의 몸값을 두 배 가까이 올려 받았다. 국내 유망주로 이름이 잘 알려진 이 선수는 자기에게 처음 영입제의를 했던 A구단측의 조건에 상당히 흡족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얼마 후 A구단과 경쟁관계에 있는 B구단에서 “같은 액수지만 더 좋은 조건을 붙여 줄 테니 와 달라”고 요구하자 갈등을 겪게 된다. 한참을 고민하던 이 선수는 A구단을 방문해 “B구단도 같은 금액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계약에 붙은 조건이 더 좋으므로 B구단으로 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평소 B구단의 ‘돈 질’ 때문에 좋은 선수들을 많이 뺏겨왔던 A구단은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또 훌륭한 선수를 뺏길 판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A구단 스카우터는 사장에게 직접 이 사실을 보고했고, 구단 사장은 1억원을 더 얹어 선수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선수는 다시 B구단에 이런 내용을 전하고 몸값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A구단이 신인선수에게 2억 원 이상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B구단은 “더 이상은 올려줄 수 없다”며 “이것저것 좋은 옵션을 더해줄 것”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계약을 마무리지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A구단 측에서 1억 원을 더 얹어 몸값을 책정해준 것. 애당초 몸값보다 2억 원이나 오른 액수였다. 돈 앞에 장사 없다고, 선수는 아무런 갈등 없이 A구단과 계약을 맺었고 현재 흡족한 표정으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결국 구단 간 자존심 싸움이 선수들의 몸값에 거품을 만들어준 셈이다.

최근 연봉협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프로야구계는 ‘성적 절대주의’를 강조하며 연봉 거품빼기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몇몇 구단은 괜한 경쟁심리와 우월의식 때문에 ‘거품 제조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야구관계자는 “연봉거품은 선수들의 사기 진작 측면에서도 좋지 않은 일”이라면서 “몇몇 구단이 돈 자랑을 하면 할수록 야구계의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화된다. 괜한 자존심 싸움에 결국 ‘먹튀(거대 연봉에 비해 제 역할을 못하는 선수)’들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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