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현, 김영만 등 화려한 국내선수진과 NBA에서 풀타임을 뛴 제럴드 허니컷을 비롯한 초특급 용병들을 그가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LG는 예상 밖의 부진에 빠졌다. 4연패 뒤 5연승, 다시 3연패 뒤 4연승, 그리고 지옥 같은 11연패까지 LG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급강하와 급상승을 계속했다.황성인의 성적도 마찬가지였다. 5일까지 가로채기 부문에서는 경기당 1.97개로 3위에 올라 이름값을 했지만 포인트가드의 능력을 평가하는 어시스트는 경기당 5개로 전체 9위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그가 부진하자 팀도 덩달아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됐다. 뛰어난 멤버를 보유했음에도 팀이 하나가 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황성인이 원활하게 공수를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고 비난을 쏟아 부었다.
팀이 9연패의 수렁에 빠진 지난해 12월 28일, 황성인은 삭발을 감행했다. 연패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패배의식에 물든 팀원들을 자극하기 위한 ‘배수의 진’ 이었다.황성인의 삭발투혼에 자극받은 LG는 지난 2일 SBS를 상대로 길고 긴 연패의 터널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이틀 뒤 3연승을 달리던 상승세의 SK마저 잡아 한달 만에 연승을 맛봤다. 자신을 트레이드 시킨 친정팀을 상대로 연승을 올려 기쁨도 배가됐다. 2경기 동안 황성인은 평균 12.5점과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기록은 평범했지만 적재적소에 터지는 3점슛과 상대수비를 흔들어 놓는 패스. 바로 예전 황성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황성인은 “화려한 멤버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부진했던 가장 큰 책임은 포인트가드인 나한테 있었다고 생각한다. 잠도 안 오고 입술도 부르트고, 살도 3kg이나 빠졌다. 굿이라도 하고 싶었다” 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그는 “연패를 할 때는 앞서나갈 때도 불안했는데 지금은 지고 있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선수들끼리 서로 잘잘못을 알려주는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기 때문” 이라고 말하며 “득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다른 공격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 시즌이 아직 절반이나 남았기에 6강 진출을 포기하지 않겠다” 고 각오를 다졌다.‘송골매 군단’ 이 그동안의 부진을 뒤로하고 비상할 수 있을지 농구팬들은 그의 손끝을 주목하고 있다.
정소현 coda031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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