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이 스타선수 영입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직접적인 까닭은 올 2월 한·중·일 프로축구 팀이 맞붙는 A3 대회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등 다른 프로구단보다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 수원 삼성의 관계자는 “명문구단으로의 도약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동시에, 명문구단의 조건으로 평가되는 실질관중 2만 명 이상을 끌어 모으려면 스타 선수가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축구계에서는 과감한 투자를 하는 수원의 이런 ‘광폭 행보’가 프로축구를 살리는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일부 축구팬들은 이미 최상의 전력을 갖춘 수원이 우수선수를 끌어 모아 ‘독식’에 나서면 축구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특히 삼성은 야구에서도 스타급 선수들을 거액 연봉으로 대거 영입하는 행보를 보여 더욱 빈축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166억6,000만원
삼성이 올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3명을 잡기 위해 쏟아 부은 금액이다. 프로야구단의 1년 예산을 뛰어넘는 거액.심정수의 조건은 역대 최고이며 평균연봉(7억5,000만원) 역시 현대 정민태(7억4,000만원)를 뛰어넘었다. 타 구단 FA 1명당 전 소속팀에 전년도 연봉의 450%를 줘야 하는 보상금까지 합하면 천문학적 수치다.프로야구단의 최고 ‘명품’을 만들기 위한 삼성의 공격적인 스카우트는 미국프로야구 ‘뉴욕 양키스’를 연상케 한다. 양키스의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매년 돈을 물 쓰듯 하며 슈퍼스타들을 ‘싹쓸이’해 왔다. 올해 선수단 총연봉이 1억8,333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1위. 이를 두고 ‘100년 앙숙’인 보스턴은 양키스를 ‘악의 제국(Evil Empire·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소련을 일컬은 말에서 유래)’이라 칭하며 비난했다. 삼성에 대해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심정수는 롯데행, 박진만은 현대 잔류가 유력했으나 결국 돈싸움에서 밀렸다.특히 삼성은 프로배구에서 부산 연고를 추진하다 돌연 대전으로 돌아선데 이어 프로야구, 프로축구에서도 자금력을 바탕으로 스타급 선수들을 부산팀에서 빼앗아 가는 악연을 이어가 더욱 원성을 사고 있다. 인기 스타를 싹쓸이했지만, 배구 삼성화재는 지난해까지 겨울리그 최다연승(77연승), 슈퍼리그 8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배구리그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삼성의 독주를 우려하는 글들이 쏟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한 네티즌(luvelove)은 “경쟁자없는 스포츠는 아무 의미없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고, 또 다른 네티즌(wearcorean)은 “삼성 배구단 생겨나고 배구판 전멸했다. 야구판이 살아나려면 상생을 해야 하는데 삼성은 공멸로 가는 지름길을 택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 프로스포츠 관계자는 “삼성이 모든 스타들을 ‘돈’으로 데려가긴 했지만 그만큼의 인기를 얻었는지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팬들은 이제 한 스타만을 보기 위해 프로스포츠를 선택하지 않는다. 스타보다 수준높은 경기를 바라는 것이다. 관중의 눈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진정 프로스포츠의 발전을 원한다면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이 같은 독식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판 명문구단을 꿈꾸는 삼성이 과연 프로스포츠계에서 얼마만큼이나 팬들의 인기를 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소현 coda031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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