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밀사 맡아 북한 공단 조성사업 참여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북한은 경제개발을 위해 중국과 긴밀한 협력을 꾀하면서 미국과는 경제지원을 조건으로 한 6자회담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남한이다. 남한은 북한 문제와 관련, 소외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북한은 남한을 배제한 북-미 양자 대화를 원하고 있다. 경제협력 역시 남북협력이 아닌 북-중 구도로 풀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주변에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남한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문제에 직면한 북한은 경제특구 문제 등을 놓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한의 경제개발 프로젝트 등이 물밑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최근 북한 경제개발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A사가 참여하고, A사 B회장이 대북 밀사로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정재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추적해 봤다. 김영일 북한 국제부장은 중국의 텐진을 방문하고 지난달 말 귀국했다. 텐진은 중국의 경공업이 발달한 도시로, 이 지역 방문은 경공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북한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남한 대북사업 히든카드
북한이 활발하게 움직이는데 반해 남한의 움직임은 둔감하다. 외신보도와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을 확인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북한과 공동으로 빅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초대형 대북경제지원참여사업을 위해 북한과 극비리에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사업의 전면에 굴지기업인 A그룹이 나설 것이라는 소리도 함께 들린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에 따르면 A사는 노후된 북한 유일의 국제공항인 순안공항 리모델링 사업을 주도할 계획이라는 것.
이 인사는 “A사는 그동안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북사업참여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달라졌다”며 “A사는 순안공항 건설공사와 더불어 평양에 대규모 공단조성사업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기업 평양입성의 의미
이 인사의 말대로 된다면 이는 매우 큰 의미가 있다. A사의 평양 진출은 구 소련 붕괴 후 맥도널드가 진출한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남한을 대표하는 기업이 북한의 수도 평양에 진출할 경우 평양을 경제적으로 점령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A사는 평양에 식품공장단지를 조성할 것이라고 한다.
이 인사는 “식량문제가 시급한 북측의 요구에 따라 식품공장단지를 조성할 것이라고 한다”며 “아직 북한과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구두상으로 상당한 진전을 본 상태”라고 전했다.
또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B회장이 대북밀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과거 국민의 정부시절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등이 대북 밀사역할을 했던 것처럼 B회장이 밀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B회장은 제 3국에서 북한 관계자와 접촉하고 있으며, 대북 사업을 놓고 중국과도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중국과 공동투자 형식으로 대북사업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중국-남한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는 한 북한 소식통은 “A사의 대북 사업 참여는 아직 소문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북한은 가급적 수도를 중심으로 경공업 공단이 조성되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이 공단 사업의 주체가 되길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북한이 평양 근처에 경공업단지를 조성한다면 파트너로 남한을 지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으로부터 경제협력 약속을 받아내고 남한을 통해 경제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 경공업단지 조성설이 현실화되면 남한 기업이 진출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사는 이같은 소문에 대해 “말도 안되는 루머”라고 일축했다.
A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그동안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북사업을 고사해왔다”며 “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상황은 전혀 나아진 게 없을 뿐 아니라 발전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대북사업참여를 고려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