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못 생긴 발, 하지만 자랑스럽다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박주영(20·고려대)의 최대의 축구비밀은 바로 ‘맨발 축구’.박주영은 초등학교 시절 어느 날, 축구화를 잃어버리고서 맨발로 게임에 나섰던 때를 시작으로 틈만 나면 맨발로 축구를 즐기기에 나섰다. 축구화를 신었을 때보다 훨씬 더 볼 감각과 터치감이 높기 때문이란다. 그 덕분에 박주영의 발등은 굳은살이 박혀 거칠고 퉁퉁하며, 발톱은 몇 차례나 나고 빠지기를 반복해 울퉁불퉁하다. 조선희 작가는 그런 박주영의 발을 테마로 잡았다. 발톱도 깎지 않은 채, 멍이 채 가시지 않은 그의 엄지발톱을 자연스럽게 앵글에 담았다. ‘
못난’ 발을 드러내기가 민망했던걸까. 스태프와 조선희 작가는 계속 망설이는 그를 달래느라 한참을 고생했다고.조선희 작가는 박주영의 촬영을 마친 후 “정말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라고 그를 평하며 “워낙 말이 없어 촬영 내내 민망해 죽는 줄 알았다”고 우스갯소리를 털어놨다. 영하의 날씨에 한강에서 민소매 촬영이라는 잔인한 미션(?)이 거의 끝나갈 무렵, 결국 감기기운까지 엄습한 박주영. 강행군을 소화한 모든 선수들에게 미안함을 전한 조선희 작가는 특히 박주영 선수에게 가장 미안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한편 이날 박주영이 입었던 빨간색 티셔츠는 모든 스태프들에게 인기 최고 상품이 됐다. 김영광 넘어지는 게 두렵지 않다김영광(22·전남 드레곤즈)과 박지성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조선희 작가는 ‘아시아의 거미손’ 김영광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낡은 건물 벽을 골대로 삼았다.
오랜 촬영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조선희 작가가 파란색 스프레이로 건물 벽에 골대를 그려 넣었더니 김영광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간 눈빛을 번득이며 카리스마를 내뿜었다고. 김영광은 “잔디 깔린 그라운드가 없어도 놀이터의 모래밭과 가을걷이 끝난 논 위를 넘어지고 또 넘어졌다”면서 “순발력과 점프력을 키우기 위해 어렸을 땐 줄넘기를 철봉에 매달아 놓고 조금씩 높여가며 뛰어넘는 연습을 했다. 어떤 공이 날아와도 두렵지 않다. 나는 이제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천수 온 세상이 골대로 가득한 축구장지난해 12월 27일, 짧은 휴가차 입국했던 이천수(24·누만시아)가 다섯 선수 중 가장 먼저 촬영에 임했다.축구팬들에겐 잘 알려진 그의 ‘무덤가 일화’가 메인 테마가 됐다. 자신이 실망스러울 때, 그날의 게임이 영 잘 풀리지 않을 때 오르기 시작한 인천 시절의 뒷산 무덤가. 실제 촬영은 합정동에 위치한 외국인 선교사 묘지에서 이뤄졌다.
오전 9시부터 늦은 저녁 8시까지 계속된 강행군이었지만, 이천수는 어린 시절 추억에 한껏 잠긴 듯 신들린 듯 공을 차고 멋진 드리블을 선보였다. 이천수는 “조금만 다르게 보면, 온 세상이 골대로 가득한 축구장”이라며 “영락없는 골대인 그네틀, 미끄럼틀의 미니홈, 사각형의 연속인 정글짐까지, 놀이터에는 수십 개의 골대가 있다. 각 골대 앞에 놓인 여러가지 놀이기구들을 장애물 삼아 프리킥 연습을 했다”고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이천수의 멋지게 휘어차는 프리킥의 비밀이 바로 어린 시절의 놀이터 축구였던 셈.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새로운 도전과 사물을 다르게 보는 방식은 이천수를 결국 프리메라리거로 성장시킨 것이다. 한편 이천수는 탁월한 패션감각과 순발력 넘치는 끼로 조선희 작가로부터 ‘최고의 포토제닉’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박지성 시장 아줌마들에게 인기 짱흔히들 “타고났다”고 말하는 박지성(24·아인트호벤)의 놀라운 기본기 역시 어린 시절의 ‘놀이’를 통해 ‘길러진 것’에 가깝다.
그는 어린 시절, 한 가지 기본기를 보고 나면 곧바로 자기 자신과의 내기를 걸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또는 ‘이번엔 어떻게’하는 식의 내기를 걸며 자신과의 ‘기본기 게임’에 푹 빠져 지냈을 정도. 중학교 1학년 때는 한 번도 떨어뜨리지 않고 ‘발등으로 볼 튀기기’ 3천개 씩 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플레이메이커의 움직임은 축구장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 나온다”는 박지성의 ‘지론(?)’에 따라 조선희 작가는 청계천 철거 현장과 경동시장 등을 촬영 배경 장소로 택했다. 특히 경동시장에서의 촬영은 열렬한 축구팬 아주머니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이뤄졌다. 시장 아주머니들은 박지성을 보기 위해 촬영 장소에 모여들었고, 조선희 작가의 ‘컷’ 소리가 나올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든든한 응원군이 돼 주었다. 이날 박지성은 촬영을 위해 ‘모른 척 무관심 포즈’를 취해준 조연 아주머니께 ‘특별한’ 감사의 뜻까지 전했다고. 조선희 작가는 “박지성의 순수하고 화사한 미소는 정말 백만불짜리”라고 그를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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