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고 시절 브라질 축구 유학을 보내준 포항 스틸러스를 비롯해 울산 현대, 수원 삼성 등은 박주영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모두 실패했다. 일본 J-리그의 공세는 더욱 뜨거웠다. 박주영이 지난해 10월 아시아청소년(U-20) 선수권대회에서 6골, 2도움을 기록해 대회 MVP에 선정된 뒤로는 일본의 러브콜은 아예 노골적이었다. 일본의 어떤 구단은 백지수표까지 들이밀었다는 것이 박주영의 고백. 박주영이 FC 서울 입단 직전까지 그가 유럽 리그에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도 설득력있게 나돌았다. 그러나 박주영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조건으로 FC 서울에 입단했다. 그러나 박주영에 대한 평가를 연봉 5,000만원에 가둬둘 수는 없다.
FC 서울은 박주영에게 1년간 3편 이상의 CF 출연을 보장했다. 박주영에게 가장 매력적인 조건은 ‘해외 진출시 이적료를 배분한다’는 항목이다. 배분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박주영은 이적료의 70% 이상을 챙길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천수는 2003년 울산 현대에서 레알 소시에다르로 옮기면서 이적료 350만달러 가운데 70%인 250만달러를 챙겼다.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30억원에 가까운 거액이었다. 박주영에게 당장 보장된 돈은 연봉 5,000만원 뿐이지만, 그 뒤에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대박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박주영은 K-리그를 통해 성인무대에 적응한 뒤 더 좋은 조건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박주영은 실리만 챙긴 것이 아니라 명분도 챙겼다.
박주영은 지난 1월 카타르 초청 청소년대회에서 무려 9골을 쏟아내며 국민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그 열기가 가시기 전에 박주영은 K-리그 무대에서 뛰며 식어버린 K-리그의 열기를 되살리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많은 축구인들과 팬들은 박주영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