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리더십 읽기 열풍
김응룡 리더십 읽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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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4-04 09:00
  • 승인 2005.04.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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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룡 읽기’가 한창이다. 삼성 라이온즈 김응룡 사장의 리더십을 다룬 책들이 연달아 출간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히딩크 감독의 성공신화를 담은 책들이 나온 것에 이은, 스포츠 지도자로서는 두번째 출판 열풍이다. 경향신문사 편집국장 이영만씨는 3월초 ‘김응룡의 힘’(은행나무)을 펴냈다. 이영만 국장은 파리 목숨이라는 프로야구 감독을 22년 동안 지내며 10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야구인으로는 최초로 구단 사장에까지 오른 김 사장의 리더십을 이 책을 통해 분석했다. 이영만 국장은 책에서 ‘김 사장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세심하고, 뱀처럼 냉정하며, 어느 때는 여우보다 더 교활하다’고 평가했다. 덕아웃에서 의자를 내던지고, 심판 멱잡을 잡고 흔드는 등 일반인에 각인된 김 사장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소개했다. 지난 3월 중순에는 스포츠투데이 이준성 체육팀장 등 야구 전문기자 4명이 ‘지금 우리에겐 김응룡이 필요하다’(이지북)를 내놨다. 이 책은 지은이 4명 외에도 하일성 허구연 등 TV 해설위원, 어우홍 전 MBC 청룡 감독, 신필렬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 네티즌 대표 등이 보고 겪은 김 사장의 뒷얘기를 풀어냈다. 또 3월23일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수요기획’에서는 ‘김응룡 감독 CEO 되다’라는 제목으로 김 사장의 인생과 주변인들의 증언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전해졌던 김 사장의 인간사와 그의 리더십이 책과 TV를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되고 있는 것이다.

김응룡 리더십은 ‘신토불이’김 사장의 리더십은 히딩크의 그것과는 코드가 다르다. 다분히 한국적이다. 히딩크는 한국축구의 문제점인 인맥을 기반으로 한 선수 선발의 뿌리를 뽑아냈고, 박지성 김남일 등 잠재력있는 새 얼굴에게 과감하게 길을 터줬다. 매스컴에 귀를 닫고 소신을 폈다. 합리적이면서도 뜨거운 마인드로 ‘세계대전’과도 같은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신화를 이뤄냈다.김 사장은 우선 흉포하고 사납다는 인상을 풍긴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에 선수들과 팔씨름을 해도 지지 않는 완력도 그의 카리스마다. 김 사장은 해태 감독 시절 선동렬 김성한 이종범 등 쟁쟁한 스타들을 휘어잡고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필요하면 집기를 던지고, 선수들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 물리력도 행사했다.

김 사장은 2001년 삼성 사령탑으로 옮긴 뒤 ‘국민타자’ 이승엽을 6번 타순으로 내리는 강수를 뒀다. 김 사장의 카리스마 앞에 고개 숙인 삼성 선수들은 2002년 팀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지난해에는 덕아웃으로 난입한 SK 외국인선수 카브레라를 ‘헤드록’으로 저지해 선수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김 사장이 차갑고 사납기만 한 것은 아니다. 승부사인 탓에 따뜻한 내면은 감추고 있을 뿐이다. 젊은 선수들을 자기집에서 하숙을 시키기도 하고, 용돈도 쥐어주곤 했다. 자신을 찾아온 야구계 선후배에게는 꼬박꼬박 차비라도 챙겨준다. 실향민인 그는 그라운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가족이요, 친구다.

아내와 두 딸에게는 팔불출처럼 헌신적이고 부드럽기만 하다.그의 인생은 온통 야구와 승부로만 채색돼 있기에 가끔은 어린아이 같기도 하다. 연패에 빠진 날이면 입을 꾹 다물고 구단 버스에 틀어박혀 정치 기사에 빠져 있다. 연승이라도 하면 가장 먼저 덕아웃에 나와 “60년대에는 내가 국민타자였어. 이승엽은 댈 것도 아니지”하며 박장대소하기도 한다. 김 사장의 리더십에는 냉혹함과 따뜻함, 이성과 감정이 뒤범벅돼 있다. 장점이 많은 만큼 결점도 많다. 김 사장은 이런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했고, 여러 차례 행운도 곁들여지면서 프로야구 세계 최초로 10회 우승을 이뤄냈다. 그의 승부에 대한 집념, 빈틈없는 조직 관리 능력을 높이 산 삼성 그룹은 야구으로는 첫 CEO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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