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홈런왕이 돌아왔다
이승엽은 2003년 56홈런을 터뜨리며 일본 왕정치가 가지고 있던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1개차로 경신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꿨던 그는 조건이 맞지 않자 차선책으로 일본을 택했다. 결국 이승엽은 2년간 5억엔(약 5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롯데에 입단했다. 일본 언론이 “아시아의 홈런왕이 왔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이승엽은 지난해 개막전에서 일본 최고의 투수 마쓰자카(세이부 라이온스)로부터 결승 2루타를 뽑아내며 신바람 나게 시즌을 시작했다. 4월까지 홈런을 포함한 공격 전부문에서 팀 내 수위를 다툴 만큼 페이스가 좋았다.그러나 이승엽은 철저하게 약점을 파고드는 일본 투수들을 당해내지 못해 추락하듯 부진에 빠졌고, 5월에는 2군에 떨어지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이승엽은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이승엽이 지난해 손에 쥔 성적표는 타율 2할4푼, 14홈런, 50타점. 대한민국 대표타자로서, 아시아의 홈런왕으로서 수치스러울 정도였다.그런 이승엽이 1년여 만에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13일 오릭스 버팔로스전에서 결승 홈런을 쏘아올리자 이튿날 ‘닛칸스포츠‘ ‘스포츠닛폰‘ ‘산케이스포츠‘ ‘스포츠호치‘ ‘데일리스포츠’ 등 각 신문들은 모두 이승엽을 야구면 톱기사로 게재했다. 열도를 놀라게 할 만큼 이승엽의 컨디션은 좋다. 지난해 그의 타격폼은 엉망으로 망가졌다. 일본 투수들이 뛰어난 컨트롤과 변화구로 집요하게 약점을 파고들자 초조한 마음에 자세를 자주 바꿨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점차 자신의 폼을 잃어갔고, 자신감도 함께 빼앗겼다. 시즌 뒤 “야구하러 운동장에 나오기 싫었다”고 토로했을 정도였다.이승엽은 독하게 마음을 다잡고 지난 겨울을 뜨겁게 보냈다. 오랜만에 한국에 온 그를 찾는 지인들이 많았지만, “1년만 기다려 달라”며 만나지 않고 훈련에만 매달렸다. 이승엽은 올시즌 전 일본으로 출국하며 “올해는 상대 투수를 의식하지 않고 내 스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몸은 온통 근육질로 다져져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국민타자의 부활은 이미 예고되었던 셈이다.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승엽은 4호 홈런을 기록한 다음날 구단 홈페이지 영문코너에 장문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일본 팬들에게 “지난해에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시즌을 치렀다. 그저 비디오를 보고 타석에 나서다 보니 일본 투수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며 ‘일본정벌’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아울러 이승엽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이승엽은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야구하는 꿈을 꿨고, 지금도 최종 목표는 메이저리그 진출이다”라고 밝혔다. <식>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