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손안에 승리 있소이다
내손안에 승리 있소이다
  • 김세훈 경향신문 체육부 
  • 입력 2005-05-31 09:00
  • 승인 2005.05.3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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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서 열린 월드컵이 나를 유럽으로 보내줬으니 이제는 내가 조국을 유럽으로 이끌 차례다.”독일프로축구 2부리그 2004~2005시즌을 마친 차두리가 최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한 말이다. 6월3일 우즈베키스탄전과 9일 쿠웨이트전 등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5차전을 앞둔 그의 각오를 단적으로 드러내준 대목.차두리(독일 프랑크푸르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든 덕분에 유럽에 진출한 케이스.

물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0년 동안 주전을 꿰찬 채 308경기 98골을 넣은 아버지 차범근(수원 삼성 감독)의 후광의 힘을 입기도 했지만 기적같은 월드컵 4강신화도 차두리의 유럽진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차두리 외에 2002년 월드컵 이후 유럽에 진출해 지금까지 뛰고 있는 선수는 이영표 박지성(이상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설기현(잉글랜드 울버햄프턴)이 있다. 설기현은 4주 군사훈련 입소로 이번 대표팀에는 발탁되지 않았다. 유럽파로는 차두리, 박지성, 이영표가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를 거치는 죽음의 원정 2연전에 출전한다. 이들 모두 태극사단에서는 부동의 주전. 이들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크푸르트를 1부리그로 끌어올린 ‘리틀차붐’ 차두리

차두리의 이번시즌 활약은 대단했다. 지난해 7월 아시안컵 출전으로 인해 팀훈련이 부족한 탓에 전반기는 죽을 쒔지만 후반기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29경기에 뛰면서 8득점 8도움이 그의 성적표. 두자릿수 득점 달성에는 실패했으나 적은 출전경기수에 비하면 A급 성적표다. 그의 활약상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그가 속한 프랑크푸르트가 1부리그로 승격했다는 점이다. 전반기만해도 프랑크푸르트는 2부리그에서 10위권 밖이었다. 1부리그 승격권이 주어지는 것은 3위까지. 사실 시즌 중반만 해도 1부리그 승격은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차두리가 연속골을 터뜨리자 상황은 달라졌다. 순위도 어느새 3위까지 올랐다. 시즌 최종전에서 차두리의 결승골 도움으로 팀이 3-0 승리를 거두자 독일 최고의 축구전문지 ‘키커’에서 차두리 사진을 톱으로 썼을 정도였다. 차두리는 내년시즌부터 바이에른 뮌헨 등 세계적인 팀들과 함께 1부리그에서 당당히 뛰게 된다. 차두리가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소속팀 못지 않다. 스리톱을 구사하는 대표팀에서 차두리의 포지션은 오른쪽 윙포워드. 폭발적인 돌파와 빠른 스피드, 업그레이드된 슈팅력과 강한 체력까지…. 다른 선수들의 추격을 불허하는 명실상부한 주전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의 주역 ‘오토바이’ 박지성

박지성에게 올시즌은 2002년에 이어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가 속한 아인트호벤이 네덜란드리그 우승을 차지한 데다 유럽최고 클럽팀들의 자존심 대결인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세계적인 강호들을 물리치고 기적같은 4강행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리그 우승은 워낙 아인트호벤이 많이 차지했던 터라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4강은 유럽축구판을 뒤흔든 기적이었다. 그리고 그 기적의 한가운데 당당하게 서 있는 선수가 바로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은 최고 프랑스클럽인 올림피크 리옹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1-1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한국선수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기록한 공격포인트였다. 더욱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세계최강 수비력을 뽑내는 AC밀란(이탈리아)과의 4강 2차전. 박지성은 전반 초반 선취골을 뽑았다. 역시 한국선수 최초로 터뜨린 유럽챔피언스리그 골이었다. 비록 원정다득점원칙에 따라 아인트호벤의 결승행은 좌절됐으나 강철체력과 불굴의 정신력으로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힌 박지성은 당당한 주인공이었다. 그가 본프레레호에서 맡게될 포지션은 중앙 공격형 MF. 경기전체를 조율하면서 공격과 수비를 모두 철저하게 해야하는 위치. 박지성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네덜란드 톱 플레이어 ‘강철체력’ 이영표

이영표는 박지성과 함께 네덜란드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진출을 이뤄내며 행복한 한시즌을 보냈다. 그는 부동의 왼쪽 풀백으로 대부분의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는 강철체력을 뽐냈다. 그의 올시즌 성적은 총 34경기 중 31경기에 출전해 1골 10어시스트. 어시스트 부문에서는 네덜란드 프로축구에서 당당한 5위다. 네덜란드 언론도 이영표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네덜란드 신문 ‘텔레흐라프’와 축구전문지 ‘풋발 인터내셔널’은 2004~2005시즌 네덜란드 프로축구 정규리그 선수별 랭킹을 발표했는데 이영표가 총 192.5점을 획득, 전체 25명 중 7위에 랭크됐다. 전체 18개팀 소속 400여명의 선수 가운데 게임당 최소 45분 이상을 뛴 주전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통계인 만큼 이영표의 높아진 위상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영표는 대표팀에서 측면 미드필더를 맡는다. 원래는 왼쪽이 자신의 포지션이지만 왼쪽에는 왼쪽만을 소화할 수 있는 김동진이 있기 때문에 양쪽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이영표가 오른쪽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김세훈 경향신문 체육부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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