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100승 달성 “고난은 나를 단련시켰다”
박찬호, 100승 달성 “고난은 나를 단련시켰다”
  • 김식 스포츠한국 
  • 입력 2005-06-14 09:00
  • 승인 2005.06.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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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비타민이다.”텍사스 레인저스 박찬호(32)는 얼마전 자신의 홈페이지(www.chanhopark61.com)에 이런 말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4일(한국시각) 캔자스시티전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100승을 기록했다. 빅리그 100승은 한국인으로는 박찬호가 처음 정복한 고지이고, 동양인으로서는 노모 히데오(탬파베이 데블레이스)에 이어 두번째로 달성한 귀한 기록이다.박찬호는 94년 LA 다저스에 진출한 뒤 96년 메이저리그 첫 승을 따냈다. 이후 2001년까지 쾌속질주하며 80승을 거뒀다. 당시 박찬호는 실패를 모르는 엘리트였지만, 2002년 텍사스로 이적한 뒤에는 허리 부상과 숱한 비난 여론 때문에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

박찬호가 남은 20승을 채울 때까지 3년 반이 걸렸고, 그 중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박찬호는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 ‘도인’이 다 됐다. 그는 어느 때보다 많은 책을 읽으면서 좋은 구절을 홈페이지에 소개하며 팬들과 교감하고 있다. 박찬호가 바쁜 틈을 이용해 직접 작성한 글은 다분히 철학적이고 감상적이다. ‘고난은 비타민’이라는 그의 글도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찬호는 LA 시절 혼자가 아니었다. 응원해주는 교민도 많았고, 지인들과도 가까웠다. 무엇보다 야구를 잘했기 때문에 현실 그대로를 즐기면 됐다. 그러나 그는 텍사스로 이적하면서 철저히 혼자로 남겨졌다. 3년 내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자 팀동료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았고, 구단은 그를 방출하려 했다. 텍사스 언론은 상처입은 박찬호를 물어뜯기에 바빴다.

모두가 박찬호는 끝났다고 믿었고, 박찬호도 지난해 “한때 은퇴까지도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했을 만큼 절망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박찬호가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심리적으로 강하고 유연해졌기 때문이다.박찬호는 지난 3년 동안 재활훈련을 하면서 멘탈 트레이닝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다. 심리학자를 만나고, 기수련을 하고, 스님의 말씀에 심취하기도 했다. 책을 많이 읽고, 느낀 바를 글로 담아내기도 했다. 박찬호는 LA 시절부터 등판 전 라커룸 벽을 마주하고 단전호흡을 즐겼다. 텍사스에 와서는 아예 기수련에 푹 빠져 올해 초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가 흐른다는 애리조나의 세도나를 찾아 기수련을 하기도 했다. 박찬호는 당시 자신의 기수련 모습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박찬호는 심리치료도 받았다. 스포츠 심리학자인 하비 도프먼 박사를 만나 “1승, 1승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지는 것에만 집중하라”는 충고를 들었다. 지난해 박찬호가 경기 내용이 좋지 않을 때도 “원하는 곳으로 공을 뿌렸다”며 재기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던 이유다. 또 박찬호는 불교신자답게 스님들과도 잦은 교류를 가졌다. 지난해 열반한 숭산스님은 그의 오랜 정신적 지주였고, 지난겨울 귀국했을 때도 여러 스님들을 만나 수행에 도움을 받았다. 그 때문인지 박찬호는 지난 3년 동안 도인 같은 말을 자주 했고, ‘번뇌가 없으면 세상도 없다’는 초의스님의 말씀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성철스님의 법어를 팬들에게 전했다.

박찬호의 언행을 보면 야구선수가 아니라 종교인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릴 때나, 인터뷰에서 선문답을 할 때면 그가 정신적인 부활을 위해 얼마나 많은 정신수양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통산 100승을 달성한 뒤 홈페이지를 통해 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또하나의 화두를 던졌다.박찬호는 “많은 분들이 제가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시고, 늘 굴하지 않게 충고해 주셨다. 그들의 관심과 성원이 만들어 낸 크나큰 보물”이라며 100승을 자축했다. 아울러 “어려운 현실 속에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조국과 여러분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올해 꼭 재기해서 미래에 대한 강한 믿음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김식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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