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여름의 사나이’가 될 것인가
누가 ‘여름의 사나이’가 될 것인가
  • 김현표 
  • 입력 2005-07-12 09:00
  • 승인 2005.07.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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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올 여름 장마가 시작됐다. 들쭉날쭉한 경기일정과 고온다습한 불쾌한 날씨로 인해 정상 페이스를 유지하기 힘든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중, 후반기 순위가 결정될 확률은 매우 높다.이에 8개 구단은 ‘장마 경계령’을 내리고 선수들 부상 방지와 체력 관리는 물론 장마철 팀 전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장마. 장맛비는 각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장맛비는 각 팀들이 처한 사정에 따라 ‘단비’가 되기도 하고 ‘수해’가 되기도 한다. 하위권에 처진 팀들이나 부상 선수가 많은 팀에 장맛비는 그야말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다. 선수들은 휴식을 취하면서 부상 부위를 치료하거나 떨어진 체력을 비축할 수 있고, 팀은 실내 훈련 등을 통해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전술상의 문제점과 후반기를 위한 담금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상승세에 있던 팀들에 장마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우천으로 인한 경기 취소로 상승세의 좋은 리듬이 끊기고 들쭉날쭉한 날씨로 인해 컨디션이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상병동 LG ‘단비’, 페이스 꺾인 한화, 롯데, 현대도 ‘반색’

단 이번 장마를 가장 반기는 팀은 LG. 2군에 내려간 1군 선수만 가지고도 라인업을 짤 만큼 ‘부상병동’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현재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선수들은 줄잡아 10여명 이상. 선발투수진에서는 진필중과 김광삼이 빠져있고 불펜진에서는 서승화, 경헌호, 장진용, 신윤호 등 주전급 6명의 투수들이 빠져있다.야수들의 부상과 부진도 문제였다.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은 내야수 박경수와 주전 1루수였던 서용빈은 한달 넘게 2군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또 수비형 포수로 꼽히는 조인성은 타율 0.233, 25타점에 그치는 부진 끝에 지난 19일 2군으로 강등됐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용병 타자 루 클리어도 지난 6일 SK전에서 평소 안 좋았던 오른쪽 발목을 심하게 다쳤다.

이 때문에 이순철 감독은 ‘공갈포’로 드러나 퇴출시킨 루벤 마테오에 이어 클리어마저 떠나보내 용병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답답한 처지였다.LG는 장마기간을 통해 부상 선수들의 재활에 초점을 맞춘다는 복안이다. 새로운 용병과 더불어 주전들이 속속 복귀하면 8월 이후 시즌 초의 상승세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 LG 못지않게 장맛비가 반가운 팀은 현대와 롯데, 한화다. 최근 이 세팀은 선발진이 경기 초반에 난타를 당하고 방망이가 침묵하는 등 투타에서 난조를 보이며 허덕이고 있던 터였다.이에 이 세팀은 한 박자 쉬어가며 팀을 재정비할 예정이다. 노장선수들이 많아 주전들의 피로가 누적된 한화는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준다는 계획이고 현대도 미흡한 부분을 체크하고 보완할 계획이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롯데도 다시 한 번 리듬을 타고 시즌초반의 상승세를 노리고 있다.

SK 상승세 꺾일까 노심초사, 삼성·두산은 영향없어

그러나 장마철 꿀맛같은 휴식이 내키지 않는 팀도 있다. 주인공은 바로SK. SK는 시즌 초반 최하위권에 처져 있다 6월 들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SK는 지난 10일 롯데전 이후 15경기에서 탄탄한 선발투수진을 앞세워 10승 2무 3패의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며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4위까지 올라섰고 한화의 연패를 틈타 3위 자리까지 넘보고 있던 찰나였다.SK는 한창 ‘탄력받는’ 시기에 연승이 일단 정지하게 돼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SK 연승에 주축이 되었던 신승현, 채병룡 등의 선발진은 경력 2∼3년차 안팎의 신인급으로 장마철 컨디션 관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SK는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고심하고 있다. 실내 훈련을 통해 경기감각을 계속 익혀나간다는 복안이지만 아무래도 실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기아도 장맛비가 달갑지만은 않다. 기아는 여전히 꼴찌이긴 하지만 삐걱거렸던 투타 밸런스가 서서히 정상 궤도에 오를 조짐을 보이며 4위를 불과 3.5게임차로 추격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 장성호, 마해영, 홍세완 등 중심타자들의 방망이가 불을 뿜고 있던 때 장맛비를 만나 아쉬움이 크다. 5일 쉬고 나오는 투수들 보다는 타자들이 날씨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이다.양강 체제를 구축하며 거침없이 질주하던 삼성과 두산도 상승세에 일단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중위권 팀들에 비해서는 느긋하다.

타 팀들에 비해 선발 투수진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장마철에는 우천으로 취소되는 경기가 많아 휴식 시간이 늘어나게 되므로 굳이 불안정한 4, 5선발을 경기에 투입시키지 않아도 된다. 확실한 필승카드인 2∼3명의 선발투수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하면서도 경기를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확실한 1, 2선발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과 두산은 유리하다. 삼성의 배영수, 바르가스와 두산의 박명환, 스미스가 눈부신 피칭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삼성과 두산은 경기가 드문드문 열리는 장마기간 동안 원, 투펀치들을 집중 투입시켜 중위권 팀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을 태세다.

중간계투, 타자들 컨디션 여부가 최대 변수 될 듯
그러나 상승세에 있던 팀이든 부진에 빠진 팀이든 장마가 시작되면 선수들의 체력은 하향 곡선을 긋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장마철 팀 성적의 성패는 어디서 갈릴까? 딱 잘라 말해 중간계투진과 타자들에 달려 있다.선수들 한명 한명의 컨디션이 모두 중요하지만 경기에 매일 출전하는 중간계투진과 타자들의 체력관리와 컨디션이 팀 전체의 전력을 좌우해왔기 때문이다. 4∼5일 휴식을 취한 후 경기에 나서는 선발진보다 거의 매 경기 출전하는 중간 계투요원들의 체력은 최근 몇 년 동안 7월을 전후해서 바닥을 드러냈었다.따라서 이 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게 중간계투진의 컨디션 관리다. 거의 매경기 등판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들이 쓰러지면 마운드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마철 미들맨들을 보호해야만 8, 9월에 이르러서도 ‘믿을맨’으로 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리여부에 따라 가장 중요한 8, 9월에 승부가 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중간계투 보호작전은 여의치 않다. 삼성과 두산은 한국시리즈 직행을 위한 치열한 선두싸움을 벌여야 하고 나머지 6개 구단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1승이 아쉬울 때다. 또, 경기 일정이 들쭉날쭉해지면 각 팀 중심 타자들의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다. 이에 각 팀의 방망이 싸움에서도 극명하게 명암이 갈릴 전망이다.상승세를 타고 있던 타자도 비로 1∼2경기를 쉬면 타격 감각이 떨어지기 일쑤고 슬럼프에 빠졌던 타자도 휴식을 통해 감각을 되찾는 수가 많다.

장마가 충분한 휴식을 보장한다는 점에선 득이 되지만 들쭉날쭉한 일정 때문에 타격감을 잡기 어렵다는 점에선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각 팀은 뜨겁던 방망이가 장맛비에 식어버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팀 구성원들의 연령. 장마철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선수들이 많은 팀이 유리하다는 것이 그동안 야구계의 속설이다. 노장선수들은 장마철에 익숙해져 컨디션을 관리하는 요령을 잘 알뿐 아니라 떨어진 체력까지 보완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곤 한다.팀별 이해득실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비가 페넌트레이스 판도에 어떤 변화를 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선수들 여름철 보양식 열전

장맛비가 내리면서 본격적인 혹서기로 접어들고 있다. 운동장이 ‘직장’인 프로야구 선수들은 더위를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선수들은 저마다의 보양식으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일부에서 비판의 여론이 있긴 하지만 여름철 빼놓을 수 없는 가장 대표적인 보양식은 바로 사철탕. 기아 이재주와 김상훈은 광주구장 근처에 아예 단골집을 만들고 거의 매일 식당에 출입할 정도로 사철탕 마니아다. SK의 이진영도 사철탕 애호가이고 기아 장성호는 몇 년전부터 사철탕은 물론 개소주까지 챙겨먹고 있다.사철탕과 더불어 가장 많이 애용되는 보양식은 장어. 일본에서 뛰면서 ‘본토 장어맛’을 들인 기아 이종범과 현대 정민태는 대표적인 장어 애호가다. 기아 최고참 이강철도 경기가 없을 때면 장어구이집으로 달려가는 마니아다.음식 이외에 한약도 빼놓을 수 없는 보양식 아이템이다. 기아 최상덕은 일년 내내 한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고 여름철에 접어들면 녹용을 추가해 복용한다.

일본프로야구 지바 마린스에서 활약중인 이승엽도 ‘한약파’. 그는 대전에 있는 단골 한의원에서 한약과 녹용을 공급받아 원기보충을 한다.한약 이외에 ‘가물치즙’도 자주 애용된다. 기아 중간 계투요원인 유동훈은 지난 시즌초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가물치 즙을 복용하고 있다. 유동훈은 “스테미너 보강을 위해 올 초부터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셨는데 가물치즙 덕분인지 몰라도 여름이 돼도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며 어느새 가물치즙 예찬론자가 됐다. SK의 박재홍과 LG박경수도 가물치즙과 붕어즙을 복용한다.그러나 의외로 보양식을 따로 챙겨먹지 않는 선수들도 많다. 기아의 ‘거포’ 심재학은 특별한 보약을 먹지 않는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아침을 거르지 않는다. 기아 2년차 김주형도 “보약대신 밥을 두 그릇씩 먹는다” 는 밥 예찬론자다.

김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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