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최측근 인사 L씨가 박 시장 검찰수사 배후

경기도 안산시의 복합개발사업 비리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특수부(송삼현 부장검사)는 지난 18일 박주원(52) 안산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박 시장은 2007년초 안산시 사동 복합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건설업체 D사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시장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아울러 박 시장은 “검찰 수사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 세력이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 들리는 말을 들어보면 이번 사건은 어딘가 수상한 냄새가 난다. 특히 MB의 최측근 인사가 박 시장 수사에 개입돼 있다는 사정기관 소식통의 전언은 귀를 솔깃하게 한다. 왜 검찰은 지방선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박 시장을 전면 조사하는 것일까. 이에 [일요서울]은 박 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 배경을 추적했다.
박 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D사 회장의 운전기사가 비리의혹을 제기한 데서 비롯됐다. 검찰은 박 시장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반면 박 시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맞서고 있어 향후 검찰 수사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덫에 걸린 박 시장
박 시장은 이날 오후 2시께 변호인과 함께 검찰에 출석해 “전혀 모르는 일이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심경을 밝혔다. 박 시장은 11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뒤 다음날인 지난 19일 오전 1시 20분께 귀가했다.
검찰 조사 직후 박 시장은 “충분히 할 얘기를 다했다”며 “검찰 조사를 통해 곧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2007년 사건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강모 구청장과 함께 나왔다. 그러나 강 구청장은 피의자 신분이 아니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또 검찰은 D사 대표 김모씨도 박 시장과 같은날 소환, 박 시장과 대질조사를 벌였다. 지난 17일 박 시장의 집무실과 비서실, 회계과 사무실, 전 수행비서와 운전기사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업무일지와 직위표, 간부명단, 차량운행일지 등을 확보한 검찰은 박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곧 결정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 검사 1명과 수사관 7명을 보내 오전 11시5분까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 시장 일정표, 면담자 명단 등도 압수했다.
검찰은 이미 박 시장의 혐의를 입증할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시 김모(55) 국장과 D사 전 임원 홍모(58)씨를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9일 각각 구속기소한 것에서도 검찰의 자신감은 묻어난다. 검찰은 D사가 작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한 정황을 포착하고 김 국장과 홍씨를 계속 추궁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국장은 2007년 3∼4월 홍씨로부터 안산시 사동 복합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도록 힘써 달라는 청탁과 함께 4차례에 걸쳐 미화 5만달러와 한화 1400만원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까지 시정에만 매달렸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참 답답하다. 이번 일은 검찰조사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음해세력 존재한다”
박 시장은 결백을 자신하면서도 검찰수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특정 세력 음해설과 검찰 표적수사설에 대해 박 시장은 “그런 것은 단순히 소문일 뿐이다.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지만 사실이라고 단정 지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봐서 내 입장을 국민에게 전부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 수사가 과거 ‘A검사와의 악연’ 때문에 표적수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각에서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일부에서 그렇게 말하기도 하지만 그건 지금 시점에서 말하기엔 부적절하다”며 “차후 검찰 수사 결과 따라 내가 아직 밝히지 않은 부분을 분명히 국민 앞에 밝힐 것”이라고 히든카드가 있음을 암시했다.
이어 박 시장은 “특정 세력의 음모가 있는 것 같지만 그건 아직 확실치 않다. 나중에 확실히 드러나면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과 A검사와의 악연’이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검사는 참여정부 시절 최대 게이트인 K씨 로비 내사 무마 연루 의혹사건과 관련 검찰수사관으로 근무하던 박 시장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을 샀다. 결국 A검사는 이 사건 때문에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 때문에 청탁을 들어주지 않은 박 시장에 보복성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일각의 의혹을 사고 있다.
MB최측근이 수사배후?
이와 함께 최근 박 시장의 수사 배후에 MB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L씨가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일요서울]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L씨는 현 정권의 가려진 실세다. MB가 가장 총애하는 인물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씨는 항상 배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한 번도 수면위로 부상된 적이 없다.
현재 사정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L씨는 직급은 낮지만 상사들도 눈치를 살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
L씨는 자신이 나온 특정고교 출신자들을 신임하고 중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속해있는 모 기관의 경우 주요 핵심 보직인사들이 대부분 ○○고교 출신이라고 한다. 이 기관을 특정고교 인맥이 장악했다는 소문은 이미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L씨는 A검사와 같은 ○○고교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점 때문에 A검사가 이번 박 시장 수사에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날 보복수사 의혹을 사 인사 불이익을 받았던 A검사가 비슷한 사건에 개입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그러나 우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수원지검의 고위급 B검사 역시 L씨와 같은 동향에 ○○고교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특정고교 출신들이 박 시장 비리를 들춰서 제거하는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 토착비리 수사
정치권에선 박 시장의 수사에 대해 다른 의혹을 제기한다. 친이계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박 성향인 것으로 알려진 박 시장을 손본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또 박 시장 검찰 조사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던 한명숙 전 총리 검찰 조사와 어딘가 닮아 있다.
모 일간지의 한 고위인사는 “유력한 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해선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것이 고전적인 수법”이라며 “그러자면 사생활문제보다는 돈 문제를 수면위로 띄워 검찰 조사를 받게 하는 것이 제일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권력자들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쓰는 제일 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현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요직에 앉은 친박계 인사들을 줄줄이 손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고 있다. 이 때문에 박 시장 다음으로 누가 조사를 받을 것인지 추측이 분분하다.
한편 안산시 사동 복합개발사업 추진 부지인 90블럭 36만9000㎡은 2006년 챔프카그랑프리 국제 자동차경주대회를 치르기 위해 경주장 건설을 약 90% 가량 마무리했으나 대행사의 부도로 대회가 전격 취소된 뒤 방치됐다.
시는 이 부지를 안산 대표 랜드마크로 개발하겠다며 총사업비 4조원대의 복합개발사업을 추진중다. 시는 2008년 3월 민간개발 사업자 선정 공모를 벌여 D사가 포함된 컨소시엄과 기본 협약을 체결했다. D사는 사업자 선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안산시장 검찰 수사관 출신 첫 시장 ‘신화’
박주원 안산시장은 검찰 일반직 9급에서 출발해 24년 간 수사관으로 재직하며 범죄정보체계론과 특수수사정보론 등 수사 관련 전문 서적을 출간했다. 경찰대학에서 범죄정보 관련 강의를 하는 등 검찰 내부에서도 손꼽히는 수사관이었다.
박 시장은 지난 2006년 한나라당 후보로 안산시장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현직 검찰 수사관들 사이에서 박 시장은 그야말로 ‘신화’였다. 검찰 수사관 출신이 자치단체장이 되기는 박 시장이 처음이다.
박 시장은 수원지검과도 인연이 깊다. 박 시장은 한때 수원지검 특수부에 몸담았으며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윤갑근 수원지검 2차장검사와는 지난 2004년 수원지검 성남지원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다.
이 때문에 안산 지역 일각에서는 누구보다 검찰의 생리를 잘 알고 주변 관리를 철저히 했던 박 시장이 수뢰 혐의로 검찰 소환까지 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이 뇌물을 받았다 하더라도 검찰이 입증해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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