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판에 이어 K-1까지’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
누구도 그의 성공을 쉽게 장담하지 못했다. 씨름판에서 그의 힘과 기술은 최고로 인정 받았지만 무대는 복싱과 킥으로 단련된 격투기 K-1 무대. 그러나 최홍만은 성공했다. 일본 스모계의 영웅 아케보노를 두 차례나 KO 시켰고, 오사카 그랑프리에서 야수 밥 샙에게 판정승을 거두며 팬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러나 파이널에서의 상대는 최강 파이터이자 2003, 2004 챔피언인 레미 본야스키. 최홍만이 지금까지 상대했던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가 지금까지 힘에 의존해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과 대결했다면 레미 본야스키는 기술과 경기운영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베테랑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최홍만보다 레미의 승리에 무게를 둔다. 하지만 최홍만은 올해 3월 데뷔한 뒤 전승을 거둔 여세를 몰아 최강 레미까지 꺾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홍만은 “어차피 여기까지 오면 강한 상대뿐이다. 게다가 챔피언과 싸우게 되어 오히려 맘이 편하다. 상대는 왕자로서 절대로 질 수 없다는 부담이 있을 것이지만 반대로 나는 루키니까 지는 것도 두렵지 않다”고 본야스키와 대결하게 된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말로 은연중에 자신감을 드러낸다. 현재 최홍만은 일본에서 특훈을 받고 있다. 훈련은 레미의 강력한 로킥과 플라잉 니킥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수많은 강자들을 KO 시키고, 야수 밥 샙마저 경기도중 고개를 돌려버릴 정도로 강력한 니킥을 보다 정교하게 연마하고 있다. 그리고 본야스키의 로킥 타이밍에 긴 팔을 최대한 이용해 강력한 펀치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컴퓨터 파이터 레미 본야스키
디펜딩 챔피언 레미 본야스키. 그는 준수한 외모와 깔끔한 매너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K-1 최고 인기스타다. 특히 2003, 2004 K-1 월드GP를 2연패하고, 피터 아츠와 어네스트 후스트(이상 네덜란드)가 양분하던 K-1을 천하통일한 현역 최강이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사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다 21세에 은행을 그만두고 무에타이를 본격적으로 수련해 2001년 4월 K-1 무대에 첫 발을 내디뎠다. 몸속에 내재돼 있던 파이터의 피를 드러낸 것. 그러나 데뷔 초기에는 승리보다 패배가 많았다. 데뷔전인 2001 K-1 월드GP 네덜란드대회에서 무명의 선수에게 판정패, 2002 K-1 월드GP 지역예선인 후쿠오카대회에서 미르코 크로캅(크로아티아)에게 2회 KO, 스테판 레코(독일), 세미 슐츠(네덜란드)에게 패하며 잠시 슬럼프를 격기도 했다.
그러나 타고난 승부사의 기질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2003년 밥 샙, 시릴 아비디, 무사시를 연파하며 챔피언에 등극했고, 2004년 대회때도 미스터 퍼펙트라는 어네스트 후스트, 프랑소와 보타, 무사시를 차례로 꺾고 2년 연속 챔피언의 꿈을 이뤘다. 그를 챔피언으로 만든 기술은 엄청난 탄력을 이용한 ‘플라잉 니킥.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본야스키만의 기술이다. 무려 1m 이상을 점프해 무릎으로 상대의 안면을 가격하는 이 기술로 수많은 선수들이 링에서 쓰러졌다. 게다가 강력한 로킥도 그의 장기다. 최근 들어선 타격 타이밍을 조절하는 ‘2단 하이킥’을 함께 장착하며 또 한번의 기술업그레이드를 이뤘다. 이번 대회 역시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명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우승후보 세미 슐츠, 뉴질랜드의 흑표범 레이세포
최홍만과 함께 거인 파이터인 세미 슐츠. 그는 이번 대회의 목표가 우승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전문가들 역시 그를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정도다. 212cm라는 체격에서 작렬하는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세미 슐츠의 K-1에서의 전적은 무려 10전 무패로 전적도 화려하다. 특히 그에게 패배한 선수들은 레미 본야스키, 무사시와 작년의 결승 출전자들의 이름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의 주무기는 쉴새 없는 공격. 펀치에 이은 로킥, 니킥을 쉴새없이 퍼부으며 저돌적인 공격 일변도로 나아가 상대를 괴롭힌다. 장신이지만, 체력과 스피드면에서 전혀 다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의 상대 뉴질랜드의 흑표범 레이 세포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끈한 매너와 쇼맨십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그는 62전 50승 11패 1무 34KO라는 전적이 말해주듯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다. 하지만 오랫동안 K-1 강자로 군림했음에도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는 것은 그의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임하는 세포의 각오는 남다르다. 하지만 첫 상대는 선수들이 가장 대결하기 싫은 상대로 꼽은 슐츠다. 그러나 그는 “큰 상대가 오히려 쉽다. 키가 크고 리치가 긴 것은 확실히 유리하지만 그것은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며 “나는 지금까지 K-1에서 쭉 제일 작은 선수였다. 나보다 큰 선수와 싸우는 데는 익숙해져 있고 어떻게 싸우면 되는 것인지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다.
신흥강호 루슬란 카라에프, 일본의 자존심 무사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K-1의 신세대 파이터인 루슬란 카라에프. 저돌적인 공격을 추구하는 그의 경기스타일은 많은 팬들의 뇌리에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러시아 출신의 그는 이번 대회에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하나는 우승,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빚을 갚는것. 그 빚은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레이 세포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불과 37초만에 KO패라는 불명예를 씌운 세포와 결승대결을 꿈꾸는 것.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두 사람이 결승에서 맞붙는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대진추첨날 세포 옆에 서 있던 슐츠를 밀어내는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결선에 대비해 멕시코에서 고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지난 9월의 월드GP개막전에서 보여준 체력의 부족과 호흡법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반면 카라에프의 첫 상대인 무사시는 2년 연속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한을 이번에야 말로 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그는 사실 데뷔 초기만 해도 많은 패배에 동양인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그러나 그에게 패배는 경험이라는 커다란 교훈을 안겼다. 뛰어난 경기운영 능력으로 이어졌고 복싱을 체계적으로 익히고 지금은 어떤 강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존재가 됐다. 무사시는 이번 대회를 위해 전 WBA 세계 슈퍼 미들급 왕자 프랭크 라일즈와의 합숙도 실전 전에 감행할 예정이다. 그는 “결승전에 누가 올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올해야 말로 꼭 우승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K-1의 살아있는 역사 피터아츠, 무관의 제왕 제롬 르 밴너
피터 아츠. 그의 이름은 2005년인 올해도 존재한다. 1993년의 제1회 대회로부터 실로 13년 연속이 되는 GP출장을 이루어낸 살아있는 K-1의 역사다. 우승도 3번이나 차지했을 정도다. 올해 역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무색하게 할 정도의 기량을 선보이며 한창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던 마이티 모를 KO로 눕히고 파이널라운드에 진출했다. 킥과 펀치력 모두 여전히 위력적인 그는 특히 풍부한 경험면에서 다른 선수를 압도한다. 아츠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어네스트 호스트가 가지고 있는 우승 기록과 타이인 4번째 우승이다. 그러나 그의 첫 번째 벽은 쉽지않은 상대인 제롬 르 벤너다. 벤너는 경기에서 이길 때도 KO, 질 때도 KO. 언제나 명승부를 펼치는 화끈한 스타일 덕에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 챔피언의 타이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팬들은 그를 무관의 제왕이라고 부른다. 늘 호스트와 아츠, 지금은 프라이드로 무대를 옮긴 마크 헌트의 벽에 가려 우승 문턱에서 좌절해야 했다. 특히 유리 턱으로 불리는 턱이 늘 그를 좌절케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기량을 선보이며 영원한 우승후보로 군림하고 있다. 그의 주특기는 복싱. 강력한 펀치력은 상대선수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하이 킥 역시 공포를 자아낼 정도로 위력적이다. 우승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는 벤너는 숙적 아츠를 넘어야 한다. 스스로 K-1의 우상으로 생각하는 아츠의 벽을 넘어야 우승까지 넘볼 수 있다. 과연 누가 챔피언 벨트를 차고 포효하는 장면을 연출할지 11월 19일이 기다려진다.
# “미식축구든 팔씨름이든 다 덤벼”
K-1의 인기스타로 자리매김한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의 주가가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오는 11월 19일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을 치르기도 전인 벌써부터 다음 대회인 연말 ‘K-1 다이너마이트’ 대회의 상대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파이널 라운드를 대비해 현재 일본에서 맹훈련을 쌓고 있는 최홍만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12월 31일 열릴 예정인 ‘K-1다이너마이트’ 출전이 확정된 상황. 다이너마이트 대회는 K-1에서 월드GP만큼 큰 이벤트로 ‘K-1의 올스타전’이라 불린다. 그래서 K-1측은 최고의 흥행카드를 맞붙인다. 당연히 현재 K-1의 최고 흥행카드인 최홍만의 대결 상대는 빅 이벤트가 될 전망.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는 후보는 밥 샙과 카라에프. 미식축구선수출신인 밥 샙은 최홍만에게 패한 뒤 줄곧 재대결 의지를 밝히고 있고 러시아의 팔씨름 챔피언 출신인 2m 신장에 몸무게 180kg의 거구 카라예프도 지난 히어로스 대회에서 링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연말 다이너마이트에서 최홍만과 밥 샙과 싸우고 싶다”며 공개도전 의사를 밝혔다.일단 다니가와 사다하루 프로듀서는 히어로스 서울대회를 마친 뒤 “최홍만의 상대로 누구를 정할지는 그랑프리 결승이 끝나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30kg이상의 슈퍼헤비급강호들이 많이 나타났다. 밥 샙이나 최홍만 등과 싸워도 재밌겠다”고 말해 거인대결을 성사시킬 것임을 시사했다.그러나 최홍만은 어느 누구와 대결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민수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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