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무대 복귀 프로농구사 다시 쓴다
국내무대 복귀 프로농구사 다시 쓴다
  • 김민수 프리랜서 
  • 입력 2005-12-06 09:00
  • 승인 2005.12.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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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이제부터….’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노리던 ‘대어’ 방성윤(23·196㎝). 한국으로 돌아와 프로농구계의 큰 관심을 끌었지만, 아직까지 농구계에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시차적응 중일까?

태풍, 아직 불지 않고 있어

미국 NBA의 2부리그인 NBDL에서 1년간 뛰며 꿈의 리그인 NBA 진출을 노렸던 방성윤은 SK 나이츠의 끈질긴 구애 끝에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SK는 방성윤을 얻기 위해 부산 KTF와 지난달 20일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SK는 간판 슈터 조상현을 포함, 3명을 KTF에 내줬고 반대로 KTF는 방성윤을 포함, 3명을 SK로 건넸다. 방성윤은 올 초 드래프트에서 KTF의 지명을 받은 선수이기에 SK는 그를 얻기 위해 조상현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던 것. 방성윤은 SK 입단이 결정된 당시 “지난 1년간 NBA 진출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실력 외적인 문제 들이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도전하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SK가 조상현, 황진원 등 스타급 선수들을 보내면서까지 나를 원해 고마움을 느꼈고 향후 NBA 진출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줘 한국 복귀를 결심하게 됐다”고 복귀 심경을 밝혔다.

그는 또 “SK에서 뛰면서 팀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앞으로 모든 면에서 철저한 준비를 해서 다시 NBA에 도전하겠다”고 말해 NBA의 꿈을 접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방성윤의 국내 프로무대 데뷔 소식은 농구계에 단연 화제를 몰고 왔다. 전문가들도 그가 올해 농구계에 거센 태풍을 몰고 올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고, 팬들 역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휘문고 선배들인 서장훈, 현주엽 등 국내파 톱스타들과 대결은 생각만해도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방성윤은 아직까지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데뷔전인 26일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21점을 넣었고,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선 23점을 넣었다. 득점력만 놓고 보면 여느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실력이다. 또 3점슛 라인 한두 발짝 뒤쪽에서 던지는 특유의 장거리포는 인상적이었고, 골 밑을 파고드는 스피드와 힘과 체력도 좋아 몸싸움에 강했다. 거물이라는 점을 충분히 각인시켜준 플레이를 선 보였다.

새 용병들과의 호흡

하지만 데뷔전에서 3쿼터 막판 5반칙으로 물러났다. 상대 선수들의 밀착 수비를 받으며 상대팀의 많은 파울을 이끌어냈지만 자신의 반칙 관리에는 서툴러 전 시간을 소화하지 못하고 퇴장하고 만 것. 삼성전에서도 박성훈-이규섭-강혁의 집중 수비를 받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각 팀들의 2∼3명이 몰려드는 벌떼 수비에 막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 것. 게다가 방성윤의 득점력은 내실 있는 공격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사실 그는 첫 경기 LG전에서 7개의 3점슛을 시도해 2개를 성공했고, 삼성전에서는 무려 14번의 3점슛을 날려 4개만 성공시켰다. 3점슛 성공률은 29%, 야투성공률도 39%에 그쳤다. 아직 팀의 동료선수들과의 호흡이 원활하지 못한 모습도 자주 보였다. 이 때문에 방성윤이라는 거물이 주는 홍보효과는 컸지만 팀은 연패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연승하며 기세등등했던 SK로서는 용병 게이브 미나케 부상으로 위기를 맞았다가 방성윤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며 재도약을 꿈꿨지만 아직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인 것.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벌써부터 대형 트레이드가 팀의 분위기를 와해시킨 게 아니냐는 걱정스런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것. 일부 팬들은 트레이드가 실패했다는 거친 비판도 하고 있다. 그러나 김태환 SK 감독은 “그동안 방성윤과 두 용병 모두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았다”면서 “이들이 시차적응과 체력회복 과정만 거치면 수비 중심의 조직력을 극대화시켜 좋은 경기를 펼쳐 보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출장 많아질수록 더 빠르게 적응할 것

그러나 팬들과 달리 전문가들은 고작 2게임만으로 방성윤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이미 미국 2부리그에서 1년간 뛰면서 슈팅가드로 활약한 그는 3점슛 능력을 인정받아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작은 소도시 로어노크에서 ‘뱅뱅’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을 만큼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체격조건도 196cm에 100kg으로 뛰어나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대학생으로는 유일하게 대표팀으로 뽑혔고 정교한 3점슛과 현주엽과 함께 파워를 앞세운 골밑 플레이 등이 모두 뛰어난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할 정도로 국내 농구계의 기대주라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무대에서 뛴 경험의 부족과 팀 적응이 원활하지 못해 기대만큼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 농구계의 한 전문가는 “지난 몇 경기에서 더블팁이라는 집중 마크에 고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서 뛰는 동안 무수한 흑인 선수와 부딪쳤던 경험이 있기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그 대처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팀 플레이에 대한 지적 역시 일부에서는 미국 농구가 개인기 위주라는 점에서 국내 농구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방성윤이 뛴 로어노크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켄트 데이비슨 감독은 개인기보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지도자이다보니 방성윤도 팀 플레이에 대한 중요성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SK의 부진은 방성윤의 부진이라기보다 새롭게 합류한 용병들의 부진 탓이 크다고 전한다. 그는 “방성윤은 적응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못해주고 있다”며 “용병이 인사이드는 물론 외곽에서도 받쳐주지 못하면서 방성윤이 무리하게 공격을 하는 개인 플레이가 종종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득점원인 용병들이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하는데 현재는 방성윤이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이 훨씬 더 길다”며 “방성윤의 활약이 빛을 보려면 먼저 용병들이 정상 가동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용병들의 활약이 방성윤에게 집중되는 수비를 분산시킬 수 있고 방성윤의 창조적인 플레이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다는 것. 방성윤도 경기출장시간이 늘어나면 자연히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겠다는 의욕을 보인다. 아직 미국과 한국 농구사이에서 시차 적응 중인 방성윤.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의 진가가 하루 빨리 드러나길 기대한다.

김민수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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