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타군단 프랑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과 유로 2000 우승으로 한껏 고조됐던 프랑스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세네갈에 충격의 패배를 당하며 16강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 그래서 이번 2006 독일 월드컵을 맞는 프랑스의 각오는 남다르다. FIFA 랭킹 5위에 올랐을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며 내심 월드컵 우승까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네딘 지단(33·레알 마드리드), 티에리 앙리(28·아스널), 지브릴 시세(24·리버풀) 등 초특급 공격라인을 갖춘 축구계의 ‘슈퍼 파워’다. 여기에 공격수 니콜라 아넬카(26·페네르바체)를 3년 만에 대표팀으로 복귀시켜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갖춰 브라질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의 최고의 공격진영을 갖추고 있다.
한국대표팀으로서 가장 경계해야할 선수는 다름아닌 앙리다. 파리 출신인 그는 어려서 육상을 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188cm의 키에도 누구 못지않은 스피드를 자랑한다. 프랑스 AS 모나코와 이탈리아 유벤투스를 거쳐 1999년부터 잉글랜드 아스널 FC에서 뛰고 있는 그는 프리미어리그 최고 공격수 중 한 명. 2001∼2002시즌 24골을 비롯해 2004∼2005시즌 25골 등 4시즌 연속 20골 이상을 넣었다. 올 시즌에도 8골을 넣어 프리미어리그 득점 4위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어시스트 능력도 일품이다. 그를 가리켜 프랑스의 축구 전설 미셸 플라티니는 “역대 최고의 골 감각을 지닌 프랑스 선수”라고 극찬했을 정도다. 하지만 G조의 1위가 예상되는 프랑스도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프랑스는 예선전에서 5승 5무로 유럽 4조 1위를 기록했다. 10경기에서 14골을 넣었고 2골을 잃었다. 화려한 공격라인에 비해 득점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 특히 무승부 게임이 많았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예선 도중 조 4위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지단과 릴리앙 튀랑(33·유벤투스), 클로드 마켈렐레(32·첼시) 등을 급히 호출하기도 했다. 수비진은 실점은 많지 않고 장신에다 개인기도 뛰어나지만 순발력이 떨어진다. 또 1대1에는 강하지만 짧고 빠른 패스로 이어지는 조직적인 플레이에 쉽게 무너지는 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는 유럽예선에서 뛰어난 조직력을 기반으로 거친 경기를 하는 스위스,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프랑스가 고전한 원인이 됐다. 특히 조직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프랑스의 레몽 도메네슈(53) 감독은 유로2004 직후 감독을 맡은 뒤 프랑스 팀의 대대적인 개선을 위해 신예를 대거 기용했고 혹독한 훈련을 밀어붙여 고참 선수들과 마찰을 빚어 온 게 사실이다. 게다가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대부분 30대를 넘겨 체력적인 문제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화려한 개인기뒤에 감춰진 프랑스의 허술한 조직력을 파고드는 스피드와 짜임새, 그리고 거친 근성이 한국 대표팀에 필요한 것.
조직력의 팀 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6위의 스위스는 월드컵 본선에 이번까지 총 8차례 출전한다. 1934년과 1938년 대회에서 8강에 올랐지만 이후에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16강에 올랐던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로는 12년 만의 본선 진출이다. 예선 성적은 유럽 예선 4조에서 4승6무(승점18.18득7실)로 무패를 기록했으나 프랑스(승점20)에 뒤져 2위를 차지, 터키와 플레이오프를 치러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강호 프랑스와 두 차례 무승부(0-0, 1-1)를 기록했고, 조 6개 팀 중 최다득점을 기록할 만큼 매서운 공격력도 보여줬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 3위 터키와 치른 플레이오프에서는 홈 1차전에서 2-0으로 이기고 이스탄불에서 열린 원정 2차전에서 2-4로 졌지만 골득실(원정경기 골 우선원칙)에서 앞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월드컵 본선에 오른 유럽 14개국 중 비교적 약체로 꼽히는 스위스는 조직력에 있어서는 오히려 프랑스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수 밸런스가 뛰어나고 지난 2001년 야콥 코비 쿤 감독이 부임한 뒤로 세대교체에도 성공해 팀이 한층 젊어지고 빨라졌다. 특히 2002년 유럽축구연맹(UEFA) 17세 이하 청소년선수권대회를 제패하고 올 6월 열린 세계청소년(20세 이하)선수권대회에도 출전했던 ‘영건’들이 월드컵 대표팀에 대거 합류, 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6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청소년(20세 이하)선수권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위스와 맞붙어 본 경험이 있는 박주영(FC 서울)은 “조직력이 뛰어나다. 선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며 “마치 잘 짜인 커튼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주축선수로는 네덜란드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인 공격수 요한 폰란텐(19·NAC브레다)은 유럽 예선 10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팀 내 최다인 7골을 기록한 스트라이커 알렉산데르 프라이(26·스타드 렌)와 함께 공격을 주도했다. 잉글랜드 명문 아스날에서 뛰는 필리프 센데로스(20)는 스위스 대표팀 수비의 핵으로 자리잡았고, 예선 8경기에서 2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9경기에 출전한 트란퀼로 바네타(20·바이엘 레버쿠젠)와 3경기에 나선 레토 지글러(19·함부르크SV) 등 2002년 UEFA 17세 이하 청소년선수권 우승 멤버들도 주목해야 할 선수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로 짜여져 있어 큰 대회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수비수들은 스피드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과감한 돌파로 시도한다면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의 다크호스 토고
2006 독일 월드컵축구 본선에서 한국과 G조 조별리그 1차전(6월13일 오후 10시·프랑크푸르트 발트스타디온)을 벌이게 되는 토고는 월드컵에 처녀 출전국이다. 지난 1974년부터 월드컵에 도전해 처음으로 본선에 오른 토고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로 G조에서 상대적으로 최약체로 평가된다. 아프리카네이션스컵 본선에 다섯 번 올랐지만 모두 예선 탈락했을 만큼 토고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기적에 가깝다. 사실 토고가 월드컵 본선에 오르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부분 2002 월드컵의 세네갈이 올라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토고는 세네갈을 3-1로 완파하는 파란을 일으킨 뒤 이후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7승2무1패(승점23.20득8실), 조 1위로 당당히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토고는 포백 수비를 기본으로 한 4-4-2, 또는 4-3-3 포메이션을 즐겨 구사하며 아프리카인 특유의 유연성과 기술에 유럽식 축구를 가미하고 있다. 아프리카 축구의 강호 나이지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려놓은 스테펜 케시 감독이 나이지리아 출신. 선수시절 나이지리아 국가대표로 지난 1994년 미국월드컵에도 출전했던 케시 감독은 자국 대표팀 코치로 참가했던 2002년 아프리카네이션스컵 4강에서 탈락한 뒤 지난 2004년 토고 대표팀의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토고 대표팀 키플레이어인 공격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21·AS 모나코)와 바레인리그에서 뛰고 있는 아데칸민 올루파드(25·알 실리야) 등이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알려진다.
가장 경계해야될 선수는 공격의 핵인 아데바요르다. 프랑스 명문 AS 모나코의 최전방 중앙공격수로 활약 중인 2004년 토고 올해의 선수 아데바요르는 아프리카 지역예선 개인 최다골인 11골(12경기)을 터트려 토고의 독일행을 이끈 일등 공신이다. 17세이던 지난 2001년부터 프랑스 FC 메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으며 190㎝의 장신을 바탕으로 한 제공권 다툼에 능한 데다 골 감각 및 위치선정 능력도 빼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역예선 각각 6경기에 출전해 3골씩을 터트린 세리프-투르 마망(25)과 아브델 쿠바야(26)도 요주의 선수다그러나 ‘아웃사이더’라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말처럼 베일에 가려있는 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로 G조에서 상대적으로 최약체로 평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상대는 절대 아니라는 게 축구전문가의 중론. 특히 한국과 첫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16강 진출을 위해선 반드시 잡아야 할 팀이다. 자칫 토고와 첫 경기가 부진할 경우 프랑스, 스위스와의 경기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녀 출전국이다보니 경기경험의 부족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주축 공격수 아데바요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한국 대표팀으로선 이 점을 집중적으로 노릴 필요가 있다.
# 국가대표팀 6주간 전지훈련 평가전 통해 16강 전술 완성한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06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내년 초 갖는 해외 전지훈련 기간(40일)과 아시안컵 예선에서 최대 12차례 경기를 갖는다. 이 일정엔 유럽팀과의 평가전이 4차례 포함돼 있다.대한축구협회 강신우 기술국장은 12일 축구회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표팀이 내달 중순 시작되는 해외 전훈 때 유럽 4개팀과 경기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대표팀은 내달 15일 소집돼 전훈 첫 기착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출발한다.
18일 두바이에선 현지 클럽팀과 워밍업 성격의 평가전을 갖고 19일부터 26일까지는 사우디아라비아 LG컵대회에 참가할 계획.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한국과 유럽 1∼2개팀을 포함해 4개국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은 이어 홍콩으로 가 칼스버그컵대회에 참가한다. 칼스버그컵 출전국은 4개국이지만 경기 수는 2∼3게임으로 유동적이다. 칼스버그컵에도 1∼2개의 유럽팀이 참가할 것으로 전망된다.칼스버그컵대회가 끝나면 2월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한다. 로스앤젤레스와 인근 도시를 오가며 멕시코(2월 16일)와 남미팀 등을 상대로 세 차례 평가전을 갖는다.
미국과의 평가전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월 17일엔 2007아시안컵 예선 어웨이 경기가 열리는 곳으로 향한다. 내달 4일 조 추첨에서 상대가 결정되고 경기는 2월 22일에 열리기 때문. 약 한달 반 동안 해외일정을 마친뒤 대표팀은 2월 23일쯤 귀국해 3월 1일 홈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예선 2차전에 대비할 계획. 아드보카트호는 이같은 강행군을 통해 조직력을 극대화시켜 월드컵 본선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김민수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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