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 펼쳐진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 펼쳐진다
  • 김민수 프리랜서 
  • 입력 2006-01-16 09:00
  • 승인 2006.01.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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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메이저리그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코리안 빅리거들이 몰려있다. 서재응이 뉴욕 메츠에서 LA다저스로 전격 트레이드되면서 박찬호가 샌디에이고, 서재응·최희섭이 LA다저스, 김병현·김선우가 콜로라도 로키스에 적을 두고 있다. 이에 코리안 빅리거들의 숙명적 맞대결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부지구는 기회의 땅

서재응이 지난 5일(한국시간)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됐고, 김병현은 지난 7일 콜로라도와 재계약했다. 이로써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는 현재 박찬호(샌디에이고)와 최희섭(LA 다저스), 김선우(콜로라도)까지 빅리거만 5명이 있다. 특이한 점은 한국선수들은 아메리칸리그와는 그다지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내셔널리그에서 펄펄 날던 선수들이 아메리칸리그에서는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실제 아메리칸 리그로 떠났던 박찬호와 김병현은 내셔널리그에서 각각 선발투수와 마무리 투수로 명성을 날렸지만 리그를 바꾼 결과는 참혹했다.

박찬호는 부상과 부진에 빠져 먹튀라는 오명을 썼고 김병현은 팀 선수들과의 융화문제, 팬들과의 갈등 등을 야기하며 부진을 거듭했다. 결국 두 선수 모두 내셔널리그로 트레이드돼 재기의 희망을 쏘고 있다. 또 아메리칸리그에 소속된 보스턴 레드삭스는 김선우, 김재영, 조진호, 송승준, 오철희, 채태인 등 한국의 유망주들을 쓸어갔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진호는 다시 국내로 컴백했고, 김선우와 송승준은 유망주 소리는 들었지만 트레이드 대상이 돼 팀을 옮겼다. 2000년 일본에서 보스턴으로 건너갔던 이상훈도 메이저리거로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쓸쓸히 국내로 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내셔널리그는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94년 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가 개인통산 80승을 거두며 특급투수로 도약했다. 텍사스에서 부진했지만, 지난해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된 뒤 10승을 달성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김병현은 서부 애리조나에서 월드시리즈 우승과 팀 역대 최다세이브를 작성하는 성공을 맛봤던 곳이다. 지난해 서부 콜로라도로 이적한 뒤 5승을 거두며 김병현도 재기의 가능성을 싹틔웠다. 김선우도 보스턴과 몬트리올(현 워싱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돌다 지난해 콜로라도로 이적한 뒤 생애 첫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서재응도 내셔널리그에서 확실한 선발투수로 거듭나고 있어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에게 내셔널리그는 희망의 리그인 셈이다.

박찬호 VS 서재응 자존심 대결

누가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인가를 놓고 서재응과 박찬호가 본격적인 대결을 벌인다. 박찬호로 대표되던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대표는 지난해 서재응이 뉴욕 메츠에서 맹활약하면서 서재응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 두 선수의 투구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박찬호가 불같은 강속구와 예리한 슬러브를 주무기로 타자를 압도하는 정통파 스타일이라면, 서재응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스플리터 싱커 등 다양한 구질과 바늘 끝 컨트롤 아티스트다운 칼날 코너워크로 타자를 요리한다. 스타일 자체도 다를 뿐만 아니라 두 선수는 서부지구와 동부지구에 각각 속해 있어 상대하는 팀이 크게 달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서부지구에 함께 몸담고 있어 포스트 시즌 진출을 놓고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벌여야한다.

자연히 두 선수의 맞대결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보는 환상의 대결이다. 올시즌 샌디에이고와 LA다저스는 18차례의 맞대결을 펼친다. 첫 대결은 오는 4월29일부터 5월1일까지 샌디에이고의 홈구장 펫코파크에서 갖는 3연전이다. 일단은 지난시즌 후반기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서재응이 박찬호를 앞지를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는 다저스가 올해 팀 전력에 커다란 힘을 싣고 있는 점도 포함된다. 다저스는 올 시즌에 대비해 노마 가르시아파라, 빌 뮬러, 케니 로프턴, 라파엘 퍼칼 등을 영입해 공격력을 강화시켰다. 게다가 에릭 가니에가 이끄는 불펜진 역시 메이저리그 정상급이다. 서재응이 뉴욕 메츠시절 자신의 구위만 유지한다면 데뷔 후 첫 10승은 물론 그 이상의 성적도 가능할 뿐더러 본인의 최고 성적을 갱신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서재응이 다저스타디움에서 2승 무패, 방어율 1.29로 잘 던졌던 것도 좋은 성적을 기대케 하는 이유 중 하나다.하지만 박찬호도 올해는 절치부심하고 있다. 지난해 결혼을 해 심리적 안정을 찾았고 또 올시즌 뒤 5년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라 박찬호의 부활의 의지는 더욱 커 보인다. 그가 예전의 위력을 되찾는다면 당연히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대표 투수는 박찬호가 될 것이다. 따라서 두 선수의 지존 대결은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여부와 맞물려 서부지구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의 맞대결 못지 않게 같은 리그에 있는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김선우와 김병현이 선발투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커, 박찬호와 서재응이 한 번쯤은 두 선수와 맞대결을 할 전망이다.

야구팬들 누구 응원하나

김선우는 지난 시즌 콜로라도로 트레이드된 이후 맹활약, 감독이 성공작이었다고 평할 정도로 그 구위를 인정받고 있다. 내년 시즌 팀의 5선발 자리를 놓고 몬트리올 시절의 동료였던 자크 데이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스프링캠프와 시즌 초반의 활약이 확실한 선발자리를 보장받는 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시즌 후반기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이상 보직을 맡지 못해 팀을 떠돌지 않고 당당하게 선발의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김병현도 최근 콜로라도와 전격 재계약에 합의하면서 팀의 선발자리 중 하나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김병현도 선발보장 카드를 통해 콜로라도 잔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병현은 마무리나 구원투수로서 원하는 구단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같은 제의를 뿌리치고 ‘투수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쿠어스 필드의 콜로라도에 남은 이유가 돈이 아니라 선발투수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또 동년배들이 많은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 분위기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진작부터 “김병현이 팀내에서 홀로 떨어져 지낸다고 들었는데 우리 팀에서는 그런 것을 보지 못했다”며 김병현을 감싸기도 했다. 또 최근 협상타결을 위해 직접 김병현과 전화통화를 했던 그는 김병현과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고 토로해 만족해했다.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두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한 팀에서 선발투수로 뛴다는 것 자체가 국내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게다가 광주일고 선후배인 김병현과 서재응의 맞대결,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인 김선우와 서재응의 맞대결은 벌써부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들과 함께 LA 다저스의 1루수 최희섭의 존재는 코리안 메이저리거들간의 투타대결이 올 시즌부터는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변수는 최희섭이 트레이드되지 않고 다저스에 잔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우선이다. 최희섭은 LA가 노마 가르시아 파라를 영입, 1루수로 뛰게 한다는 방침을 세워 입지가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전격 타 팀으로 트레이드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러나 다저스에 머무르게 된다면 피할 수 없는 선후배 대결이 성사될 전망. 내년 메이저리그의 스케줄을 보면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대결이 가장 팬들의 이목을 끌 게 될 시기가 오는 6월10일부터 16일(13일은 이동일)까지다. 이때 LA다저스는 콜로라도와 샌디에이고에서 원정 3연전씩을 갖는다. 6경기에서 박찬호 서재응 최희섭 김병현 김선우 등이 모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국내팬들이 기대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서재응 코리안빅리거 ‘톱’

서재응(29·LA 다저스)이 국내 메이저리거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서재응은 최근 미 <스포팅뉴스>가 팬터지리그 팬들을 위해 발간한 지침서 ‘팬터지 베이스볼’에서 서재응은 8달러로 책정돼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1위를 기록한 것.코리안 메이저리거 투수중 2위는 김병현(27·콜로라도)으로 2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맏형 박찬호(33·샌디에이고)와 김선우(29·콜로라도)가 각각 1달러의 낮은 가치로 평가됐다. 반면 최희섭(27·LA 다저스)은 4달러로 매겨졌다.<스포팅뉴스>는 서재응에 대해 “지난 8월 5승무패 방어율 2.15의 뛰어난 성적을 거둔 뒤 주춤했지만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의 실력을 과시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특히 서재응에 대해 잠재력을 높게 사 올 시즌 주목해야 할 선수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찬호에 대해서는 “아직도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직구를 보유하고 있지만 제구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해 의문부호를 제시했다. 또 김병현은 “선발이나 마무리로 나설 때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설명했고, 김선우에게는 “가끔 제구력이 흔들린다”는 평을 달았다. 타자인 최희섭에 대해서는 “올해는 새 감독 밑에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잡게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했다. 팬터지리그는 팬들이 직접 구단주가 돼 일정 예산에 맞춰 선수단을 구성한 상태에서 실제 시즌 뒤 이들의 성적을 합쳐 순위를 가리는 가상의 리그다. 그만큼 선수에 대한 평가 금액이 높다는 것은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스포팅뉴스는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41달러로 책정해 1위에 올렸다. 투수 중에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에이스 요한 산타나가 33달러로 가장 높게 책정됐다.

김민수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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