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도쿄돔은 한국선수들 무덤 아니다”
“더 이상 도쿄돔은 한국선수들 무덤 아니다”
  • 김민수 프리랜서 
  • 입력 2006-01-24 09:00
  • 승인 2006.01.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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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 롯데에서 ‘승짱’ 신화를 이어가던 이승엽이 둥지를 옮겼다. 일본의 최고 명문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행을 택한 것. 그간 지바 롯데에 한 시즌 더 남아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지만, 그는 과감히 요미우리행으로 급선회했다.

요미우리는 기회의 땅

이승엽이 지바 롯데 마린스에 남겠다고 한 결정을 번복하고 결국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게 됐다. 롯데에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계약이 끝나 홀가분하다는 게 현재 그의 심경이다. 계약금 5천만엔, 연봉 1억6천만엔 등 총 2억 1천만엔에 1년 계약, 조건 자체는 롯데가 제시했던 금액보다 적다. 그래도 이승엽이 만족하는 것은 일단 수비수로 뛸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점 때문에 결국 이적을 결심하게 된 것.

이승엽은 “개인적으로는 롯데에는 후쿠우라 가즈야라는 훌륭한 1루수가 있다”며 “원래 1루수인 내가 출전할 수 있는 틈이 없지만 요미우리는 롯데보다 경쟁 상대가 쉽다고 생각했고 2년간 롯데에서 뛰었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뜻도 강했다”고 요미우리를 선택한 배경을 보충설명했다. 사실 요미우리는 여전히 일본의 많은 야구선수들에게 꿈의 구단으로 인식된다. ‘요미우리 아니면 프로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신인 유망주들도 많았을 정도다. 요미우리가 이승엽을 선택한 것은 분명, 이승엽의 기량이 일본무대에서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승엽이 이번 기회를 잘 살린다면, 일본 내에서도 특급스타 대열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최근엔 그 열기가 많이 식었지만, 일본의 야구팬 70%가 요미우리의 팬으로 보고 있어 여전히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한다. 특히 주전 1루수로 확실하게 뛸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는 점이 이승엽으로선 매력적이다. 지난해 주전이었던 기요하라 카즈히로가 오릭스로 이적했고 대안인 에토도 세이부로 옷을 갈아입어 1루수가 사실상 공백상태에 놓여 있다. 메이저리거 출신의 조 딜런이 있지만 경력이 일천해 팀의 기대치가 낮은데다 유틸리티맨이라 굳이 1루에 연연할 필요도 없어 외야수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요미우리 “최고선수들만 집합”

도쿄돔이 홈구장인 요미우리는 타자들에게 유리하다. 공기저항이 없어 타구가 멀리 나가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홈런타자 이승엽의 진가가 나오게 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이승엽은 지난해 인터리그 도쿄돔에서 2개의 홈런을 쳤다. 특히 지난 7월4일에는 요미우리의 전설인 나가시마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광고판을 때리는 150m짜리 대형홈런을 그려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인터리그 성적도 좋았다. 타율 .308 12홈런을 기록하며 센트럴리그팀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어 이승엽의 성공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요미우리에서 실패할 경우 야구 인생에 큰 오점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비보장에 대한 자신감은 있지만 타 경쟁자들과의 1차전쟁에서 승리해야 주전확보가 가능하다. 요미우리의 경우 딜런과 아베 신노스케나 등도 경쟁자다. 만일 이승엽이 부진할 경우 최고의 선수들을 수급하는 요미우리의 팀 특성상 새로운 선수의 영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그런 측면에서 나름의 배려와 기회를 보장받았던 지바 롯데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다. 시즌초반 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기회는 점점 즐어들게 된다. 그만큼 이승엽이 단단히 각오를 하고 도쿄돔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조성민-정민태-정민철 등 ‘쓴맛’

그동안 요미우리를 거쳐간 한국선수는 모두 3명. 조성민 정민태 정민철 등 모두 투수다. 그러나 성공신화를 쓰지 못하고 다 한국으로 U턴해야 했다. 사실상 요미우리의 홈구장 도쿄돔은 한국 투수들에게 말 그대로 무덤이었다. 세 선수들이 97년부터 2002년까지 거둔 성적은 16승14패에 불과하다. 지금은 한화에서 다시 야구선수로 재기한 조성민이 98년 전반기에 7승6패를 기록하며 성공신화를 쓰는 듯했지만, 부상을 당한 이후로는 제대로 도쿄돔에 서 보지 못하고 씁쓸히 귀국해야 했다. 2000년 한화에서 일본행을 택한 정민철은 당시 나가시마 감독과의 갈등으로 2시즌 동안 고작 12경기에 출전, 3승2패 방어율 4.70이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기록한 채 다시 한화로 복귀해야 했다.

한국선수 중 최고 몸값인 5억엔을 받고 2001년에 요미우리에 입단했던 정민태도 2시즌동안 27경기에 등판, 2승1패 방어율 6.28의 부진한 성적만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한국선수들과 인연은 사실상 악연이라고 할 수 있다.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것은 현지구단의 분위기 적응에 실패한 탓. 그리고 철저히 실력으로 검증받아야하는 경쟁과 보이지 않는 차별을 넘어야한다. 그러나 이승엽은 타자로 도쿄돔에 선다. 그것이 차이라면 차이. 그래서인지 이승엽은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이승엽은 “투수들에게 2년이라는 시간은 짧았다고 본다”며 “나 또한 지난 2년간 성적이 뛰어나지는 않았으나 올해 적응한다면 지난해 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릴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각오가 돼 있고 그런 각오가 없었다면 요미우리를 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미우리와 1년 계약을 한 그의 최종 목표는 미국 메이저리그다. 1년 계약을 하고 올해 못하면 끝난다는 각오로 임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차근차근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나가고 있는 이승엽. 재일교포 장훈씨가 선수 생활의 막바지를 보낸 팀에서 이승엽이 장훈의 신화를 이어가길 기대해 본다.


# 박찬호 ‘홈피 설전’ 팬에게 사과“그 때, 그 팬에게 정말 미안해요”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뛰고 있는 박찬호가 홈페이지에서 설전을 벌였던 한 팬에게 미안함을 건넸다. 박찬호는 지난 18일 “다시 한번 느끼고 배우게 되는군요. 이번 일로 ○○○님의 마음에 큰 상처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네티즌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다. 박찬호는 “그저 제게 글을 주신 분과 더 깊이 생각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답글로 표현을 한 것 뿐”이라며 “내가 정말 마음이 상했다면 관심을 갖지 않고 답글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써내려갔다.

그는 또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의견을 주고 서로 읽는 것은 사회에서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찬호와 설전을 벌였던 한 팬은 “수년간의 부진이 다시 반복되고 초라한 모습이 재연될 때에는 이전까지의 화려했던 박찬호 선수의 모습은 상당부분 퇴색된다”며 “이번 시즌에도 박찬호 선수와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찾아오지 못한다면 미안하지만 한국땅을 밟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박찬호의 심경을 건드리는 자극적인 글을 남겼다.이에 대해 박찬호는 “야구가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야구를 할 수 없을 때는 고국에 돌아갈 수 없는 건가”라며 팬의 메시지를 읽고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박찬호는 지난 16일 타계한 로드 디듀스 전 남가주대(USC) 야구 감독에 대한 추억을 한 토막 실었다. “그곳에서 감독직을 44년이나 하시면서 무려 11차례나 챔피언에 오른 훌륭한 분인데 제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토미 라소다 감독님으로부터 소개를 받았지요. 그분은 처음 만나 악수를 하는 제게 ‘Hey Tiger’라고 하시더군요….”

김민수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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