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차기 대통령 만든다
DJ가 차기 대통령 만든다
  • 김대현 
  • 입력 2007-07-24 16:15
  • 승인 2007.07.24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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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와 노무현 대통령 신경전 ‘2라운드’ >>

이른바 범여권의 대통합에는 2개의 중심축이 존재한다.
열린우리당 친노세력의 뒤를 받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대통합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김대중(DJ) 전대통령이 양대 축이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하나의 ‘몸통’을 만들어가고 있는 범여권은 현재 내부 이견과 충돌로 혼란스럽다. 10여명에 이르는 차기 대선주자들이 모두 생각이 다르고 민주당의 ‘지분 챙기기’도 넘기 어려운 관문 중 하나다. 그렇지만, 정작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정치권에선 전현직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동상이몽’이라는 점을 지목한다. 진보세력의 집권을 통해 대북 햇볕정책 등이 계승되기를 원하는 DJ는 범여권의 ‘인위적인’ 통합을 주문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잡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양자는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따르는 차기 주자들을 통해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결국, DJ와 노 대통령이 어느 선에서 타협점을 찾느냐가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DJ와 노무현 대통령은 서로 다른 ‘과제’를 차기주자에게 던져주고 있다. DJ는 호남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일부 대선주자에게 대통합을 주문하고 있다.

DJ는 정동영 전장관 등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대통합만이 살길이다. 모든 민주세력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통합은 ‘지역주의의 변형이자, 구태정치’로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양자의 정치적 판단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합은 구태정치”

특히, 전현직 대통령이 내놓은 대의명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양자의 노림수도 읽힌다.

DJ는 대북정책 등 자신의 집권기를 통해 이뤄 놓은 성과가 계승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념적 성향이 다른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게 된다면, 자신의 정치적 ‘유산’은 재평가될 게 자명하다. 대북송금, 비자금 등의 사건이 재조명될 경우 역사적으로 혹독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DJ의 정치개입 수위 가 높아지는 원인이다.

일각에선 미국 하원에서 DJ의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거액의 자금을 찾아내 출처 등을 확인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정치에 개입하는 수위가 높아지자, 모처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흘리며 DJ의 ‘입김’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해석도 따라붙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성과물로 지역주의 해소 등을 손꼽는다. 이로 인해 열린우리당 탈당파가 민주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상황을 혹독하게 비판한다. 정치적 대의가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해 호남 민심을 따르는 모양새가 불쾌하다는 것이다.

범여권 한 인사는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편치 않을 것”이라며 “각자 신뢰할 수 있을만한 대선주자를 내세워 정치적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DJ가 지지하고 있는 대통합파는 몸집을 부풀리며 제3지대 신당 창당에 ‘올인’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적 반감으로 인해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8인 회동에 참여하고 있는 유력 주자들은 현직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가더라도 차기 정권창출을 위해 신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
고 있다.

그래서 대통합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은 DJ의 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지사가 DJ의 대북정책을 계승하겠다면서 ‘러브콜’을 보내자, 그를 유력후보로 추켜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손 전지사는 범여권 내부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해찬 전총리, 한명숙 전총리, 김혁규 의원 등도 ‘8인 회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들은 아직 열린우리당에 남아 있다. 15명 안팎의 추가 탈당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해 당을 사수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일부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이 누구를 당선시킬 수는 없겠지만, 탈락시킬 수 있는 영향력은 남아 있다”면서 “열린당에 남아 대통합 작업에 동참하는 것은 양다리 전략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립구도는 조만간 정리될 것이라는 기류가 강하다. 지역적 기반이 공고한 DJ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대통합에 찬성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을 ‘출당 조치’해 통합의 기류를 확대시키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다.


열린우리당 15명 안팎 축소

이렇게 되면 열린우리당에 남게 되는 국회의원은 대략 15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현직에서 국정을 수행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최
소한 대선까지 당을 사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순수 ‘친노 세력’으로 분류되는 당사수파에는 우선, 유시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김형주, 이광철, 김태년 등 옛 참여정치실천연대 출신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의정연구센터 소속의 이광재, 이화영, 김종률, 백원우, 서갑원 의원 등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총리와 그를 돕고 있는 양승조, 한병도 의원 등도 당에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기남, 김원웅 의원 등은 이미 열린우리당에 남을 뜻을 공공연히 밝힌 상태다.

전현직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범여권 제세력이 하나의 몸통으로 묶이려면 우선 DJ와 노 대통령의 ‘타협점’이 필요한 시기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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