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박근혜 대항마, ‘반기문’ 카드 만지작
MB, 박근혜 대항마, ‘반기문’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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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2-23 09:17
  • 승인 2010.02.23 09:17
  • 호수 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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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대항마 부재론속 반기문 카드 검토
이명박 정권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차기 후계구도는 안갯속이다. 세종시 문제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에서 급한 쪽은 친이명박계다. 이렇다할 친이 대선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항마’ 찾기에 분주하다. 이미 친이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정권을 잡으면 다 죽는다’는 말이 공공연히 ‘사실처럼’ 굳어진 상황이다. 차라리 야권 후보가 되는 게 더 낫다는 냉소적인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재 박 전 대표와 비견해 대항마로 거론되는 유력한 인사는 친이, 친박도 아닌 오세훈 서울시장 정도다. 하지만 오 시장은 차기보다는 차차기 대선에 방점을 찍고 서울시장 재선에 올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도 ‘인물부재론’으로 인해 오 시장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칫 다른 후보를 내세워 서울시장 자리를 야권 후보에 빼앗길 경우 오 시장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마저 전임시장으로서 유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이 진영에서 가장 좋은 그림은 오 시장이 서울시장 경선에서 탈락하고 한나라당 친이 후보가 서울시장직을 이어받는 것이다. 이후 친이 진영은 ‘박근혜 대항마’로 ‘오세훈 대통령 만들기’를 추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장직에 도전하는 원희룡 의원이나 나경원 의원, 또 다른 제 3후보 모두 경쟁력에서 검증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친이 일각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카드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충북 음성 출신의 반 사무총장은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돼더라도 충청권 출신의 반 총장의 영입은 충청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장점마저 존재한다.

반 총장은 올해 66세로 2012년에는 68세다. 충주 고등학교-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반 총장은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석사과정을 마친 엘리트중에 엘리트. 또한 외무고시 출신에다 외교 전문가로 YS 시절 외무부 제1차관보를 지냈고 DJ 시절에는 대통령 비서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에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외교보좌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낼 정도로 실력파다. 무엇보다 2006년 동양인으로 처음 유엔사무총장이 된 이후 세계적인 인물로 부상했고 대선이 있는 2012년 전해에 임기가 끝난다는 점에서 연임이 안됐을 경우 차기 대선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될 수 있다.

이미 민주당 김성순 의원이 반 총장을 차기 대선후보로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한때 정가가 술렁거린 적이 있다. 실제로 반 총장이 DJ-노 정권에서 ‘승승장구’를 했다는 점에서 고만고만한 후보군을 갖고 있는 민주당에게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친이 진영 역시 이렇다할 후보가 없다는 점과 박근혜 대항마로 반 총장은 ‘더할 나위 없는 카드’인 셈이다. 또한 ‘여의도 정치’에 신물이 난 이 대통령으로서도 국내외 정치에서 벗어난 반 총장 카드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또한 MB 정권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거론되었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총리를 영입하면서 민주당 예비 대선 후보를 빼갔다. 2007년 대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했던 고건 전 총리마저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MB 정권은 발탁했다.

반 총장 역시 연임에 실패할 경우 민주당보다는 MB 정권의 러브콜에 화답할 공산이 높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MB 정권으로서는 적진의 유력한 장수를 빼앗아 오는 동시에 내부의 강력한 라이벌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할 수 있고 충청출신이라는 점까지 일석사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반 총장의 의중이다. 이미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연임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반 총장은 민주당으로부터 ‘공개 구혼’을 받을 당시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다’, ‘연임하는 데 한국정치가 방해가 되면 안된다’며 난색을 표한바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 반 사무총장이 내년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해 연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박인국 주 유엔 대사가 밝혔다.

박 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반 총장이 코펜하겐 기후변화 당사국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국제사회에서 끈기와 지도력을 보여준데 대해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반 총장 취임 후 식량위기와 에너지 위기, 금융위기 등 전세계적 위기가 한꺼번에 닥쳤지만 이를 잘 극복하고 있으며 다수의 유엔 회원국들이 반 총장의 재선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미국이 반 총장의 연임에 부정적인 기류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반 총장의 임기는 내년 말까지로 선거는 내년 6월을 전후해 치러져 연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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