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만 전담, ‘에이전트사 설립’
‘신형엔진’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담 에이전트사가 지난 1일 수원에 설립됐다. 우리금융지주를 중심축으로 도움을 받고 있는 ‘JS리미티드’다. 이 회사는 앞으로 박지성과 관련된 비즈니스만을 전담한다. 아직 완벽하게 사무실을 갖추진 않았지만 부가적으로 축구유망주 발굴 계획도 갖고 있다.
박지성이 독일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6월 25일. 박지성을 맞이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나와 있던 그의 아버지 박성종(48)씨가 처음으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날 박씨는 “7월쯤 박지성의 매니지먼트를 맡을 회사를 직접 세울 것”이라면서 “지성이가 FS코퍼레이션 측과 연말까지 매니지먼트 계약돼 있는데 최소 6개월 전에는 통보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을 꺼냈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어 “이 법인은 당분간 지성이만을 위해 운영될 예정이지만 추후 유소년 선수 발굴 등의 일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현 에이전트사와의 불협화음이 있느냐는 당시 질문에 “그런 것은 없다. 다만 지성이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는 “지난 6년간 에이전트를 바꾸지 않았고 할 만큼 했다. 그 동안 팀을 3번이나 바꿨는데 이렇게 한 곳에 오래 있는 선수는 없었다”면서 “서로 문제가 있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고 FS측에는 워낙 관리해야 하는 선수가 많아 지성이만 전담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과정에서 6년이라는 기간 동안 몸을 담았던 FS코퍼레이션과는 어쩔 수 없이 작별이다. 계약은 올 12월까지지만 ‘JS리미티드’의 출범으로 사실상 양쪽은 관계 청산에 들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FS코퍼레이션의 이철호 사장은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을 성사시킨 장본인으로 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사실 ‘박지성의 마음이 상했다’느니, ‘돈 문제로 사이에 금이 갔다’느니 하는 숱한 루머와 함께 박지성과 FS코퍼레이션 둘 사이에 결별소문은 지난해부터 떠돌았다.
가장 중요한건 ‘돈’ 아닌 ‘신뢰’
그러던 중 월드컵대표팀이 귀국한 지난달 25일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가 전격 결별을 선언했고 박씨 말대로 지난 1일 박지성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할 ‘JS리미티드’라는 에이전트사를 설립했다.그 후 어렵게 박씨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박씨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다른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CF와 관련, 더 이상 양쪽이 관계를 계속하기 힘들 만큼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다.
박씨는 “에이전트와 선수 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돈이 아닌 신뢰인데 신뢰가 한 번 깨지면 회복하기 힘들다. 그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다보니 더욱 어려워졌다. 지성이가 여러 가지로 회사에 불만을 토로했고 실망감을 나타냈지만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솔직히 FS코퍼레이션과의 결별 얘기는 지성이가 독일월드컵 가기 전에 한차례 FS코퍼레이션측과 미리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다시한번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지난 6월25일 언론을 통해 공개했던 것이다” 이어 박씨는 “아직 완벽하게 모든 것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지난 1일 수원에 지성이만을 전담으로 하는 에이전트사를 설립했고 28일 오픈식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가 매스컴이나 언론을 통해 유명해지면 자연스럽게 돈과 연관된다. CF 광고촬영이나 팀 이적료, 출판·인쇄물 등을 통해 ‘박지성’의 이름이 알려질수록 이름값에 따라 붙는 돈의 액수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돈에 대해선 박씨나 에이전트 측 모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몇 가지 불미스런 일이 박씨에게 생겨났고 박씨는 회사 측에 큰 실망감을 안게 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FS코퍼레이션측은 말을 아끼면서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박지성 측과 불협화음이 있느냐는 같은 질문에 FS코퍼레이션 이철호 대표는 “현재론 우리 측에선 아직 아무것도 얘기할 수 없다. 조만간 지성이 측과 정리가 되는 대로 밝힐 것이다”라며 “우리도 지성이와 불협화음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서로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JS리미티드가 출범은 했지만 아직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FS코퍼레이션도 올해 말까지는 박지성의 재계약 등 남은 비즈니스를 당연히 맡아야 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양쪽의 이해관계에 따라 앞으로 마찰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사실 이런 일은 에이전트 세계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서로의 이해득실에 따라 헤어지고 만나는 일이 다반사다. 처음에는 ‘정’으로 이어졌다 하더라도 ‘돈’이 개입되면서 비즈니스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그리고 한 선수의 매니지먼트를 위한 전담 에이전트사가 설립되는 것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그만큼 박지성의 상품가치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박지성은 연봉만 34억원(200만파운드)의 ‘걸어 다니는 기업’이다. 지칠 줄 모르고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활기찬 플레이와 정감 있고 순박한 외모는 그를 광고업계에서도 최고의 모델로 자리 잡게 했다. 한편 법인 설립에 있어서는 우리금융지주의 도움으로 인적구성이 사실상 마무리된 단계이고 법인설립 계획이 발표됐기 때문에 다른 에이전트사가 끼여들 여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월드컵 이후에도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 박지성이 한국 스포츠매니지먼트업계에 한바탕 회오리를 몰아올 전망이다.박지성은 20일 가량 한국에서의 휴식을 마치고 지난 23일 영국으로 출국, 팀에 복귀했다. <구명석 기자> gms75@ilyoseoul.co.kr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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