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최용수가 본격적인 K-1 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17일 서울 신라호텔 오키드 홀에서 ‘K-1 파이팅 네트워크 칸 2006 서울대회’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 WBA 슈퍼 페더급 챔피언에서 K-1으로 무대를 옮기는 최용수 선수와 지난 K-1 칸 대회 초대 챔피언인 임치빈 선수, 태권도 선수 중 최초로 K-1으로 전향한 박용수 선수가 참석했다. 이날 관심사는 WBA 전 슈퍼페더급 세계 챔피언 최용수 선수. 남아공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최용수는 이날 기자 회견을 통해 팬들에게 K-1에 대한 각오와 의지를 다시한번 확인시켰다.
‘K-1 파이팅 네트워크 칸 2006 서울대회’ 갖는다
생활고에 버스운전기사 되려고 1종 운전면허 따기도
“최고가 되고 싶고 자신도 있다”
세계복싱협회(WBA) 전 슈퍼페더급 챔피언에서 입식 타격기로 전향한 최용수가 9월16일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릴 종합격투기 ‘K-1 파이팅 네트워크 칸 2006 서울대회’ 공식 데뷔전을 앞두고 멋진 데뷔전을 치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두달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의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최용수(34·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7일 오후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데뷔전을 치르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최용수는 “복싱과 K-1은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K-1에서 복싱이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용수는 “최고가 되기 위해 도전했고 자신감은 충분하다.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K-1 정복을 향한 굳은 각오까지 내비쳤다.
최용수는 “마음에 두고 있는 상대는 아직 없지만 어느 선수와 맞붙더라도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 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데뷔전 상대는 9월 초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소속사 ㈜티-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사업부 양명규 이사는 최용수의 대진과 관련해 “현재 일본 K-1과 협의 중이고 며칠 더 운동하는 것을 보고 내달 초에 대진을 결정짓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K-1에서 운동하고 있지만 항상 부족한 점을 느끼고 있고 임치빈 선수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 이 부족함을 언제 채울지 모르겠지만 경기에 나가서는 최선을 다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박용수(25)도 종합격투기 K-1에 진출한 뒤 두 번째 경기를 치르기에 앞서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6)에게 결코 실력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이며 언젠가 그에게 도전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오는 9월 1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최용수의 데뷔전뿐만 아니라 디펜딩 챔피언 임치빈을 비롯해 태권도의 자존심 박용수 등 한국의 스타급 격투가들과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슈퍼 파이터들의 경기 등 다양하고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펼쳐질 예정이다.
스타급 격투가와 멋진 승부
K-1 선수로 전향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버스운전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최용수. 지난 98년 8차 방어전과 2003년 재기전에 실패한 뒤 링을 떠난 그에게 링 밖의 세상은 더욱 비정했다. 세계챔피언을 하면서 5억원 정도를 벌었으나 시흥의 38평 아파트와 몇 천만원 정도의 저금만 남았다. “이상하게 하는 일마다 안 풀리고 꼬였어요. 인조석 납품도 해봤고 막일도 했다. 날이 갈수록 성장하는 두 아들에 대한 책임감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돈 되는 일’은 적었다. 지난해 말에는 결국 버스운전기사가 될 작정으로 대형 1종 운전면허를 따기도 했다”며 힘들었던 지난날을 고백했다.
세상일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인가. 버스운전기사 면허취득은 결국 K-1선수로 변신하는 계기가 됐다. 우연히 최용수의 버스운전 면허취득 소식을 접한 양 이사는 최용수를 K-1무대에 올리기로 결심, 설득작업에 나서 결국 격투기 세계로 다시 끌어냈다. “솔직히 겁도 난다. 그래서 아예 K-1경기는 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주먹을 쓰는 것이고, 또 그것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죽을 각오를 하고라도 링에 오르겠다”고 최용수는 말한다.
세계 챔피언 복서가 K-1 선수로
‘투혼의 복서’로 인기를 모으던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최용수가 3년간 총 10억원의 계약금과 파이트머니를 받고 K-1세계에 뛰어들었다.
2년전 복싱계를 떠났다 종합격투기계에 발을 디딘 최용수는 프로복싱 전통의 양대기구인 WBA와 WBC(세계복싱평의회) 세계챔피언 가운데 처음 K-1에 뛰어든 선수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를 지켜본 팬들의 마음은 착잡했다.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뒤를 따랐다. 세계챔피언을 지낸 선수조차 생활고를 해결하지 못해 K-1선수로 전향할 수밖에 없는 국내 프로복싱의 현실이 안타깝기 만하다.
실제로 최용수는 이 점을 가장 걱정했다. 그는 “복서에서 K-1선수로 전향했지만 솔직히 아직도 마음이 편치 않다. 세계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라는 복싱계의 기대를 저버린 것도 같고, 나로 인해 그나마 남아있는 복싱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이종격투기 쪽으로 옮겨갈 것 같아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며 난감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말 양 이사로부터 처음 제안을 받은 뒤 한달여간 결정을 미룬 것도, 막상 기자회견을 하고도 운동에 전념하지 못한 것도 모두 청춘을 함께 했던 복싱에 대한 ‘배신’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격려해 주시는 분도 많이 계시지만 복싱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선뜻 결정 하지 못했다. 선후배들에게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관련기사가 보도됐을 때 많은 선후배 분들의 격려가 있어 용기를 내게 됐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최정상을 향한 사각의 투혼
그러나 언제까지 심적 괴로움과 싸울 수만은 없는 일.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가볍게 몸을 추스르기만 하던 최용수는 서울 신림동 ‘태웅회관’에서 정식으로 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태웅회관은 한국의 대표적 파이터 임치빈과 태국 출신의 신비태웅을 길러낸 공선택 관장이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곳이다. 일단 전지훈련을 경험으로 이곳에서 로킥과 니킥 등 킥 훈련과 방어술 등을 좀 더 익힌 뒤 오는 9월 서울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이제 남은 일은 K-1에서 잘 하는 것뿐이다. 그나마 남은 복싱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선 복싱선수가 격투기 무대를 평정하는 것 밖에 없다. 지금은 서서히 몸을 만드는 과정이지만 본격적으로 훈련에 돌입하면 빠른 시일 내에 링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는 9월 16일 ‘K-1 파이팅 네트워크 칸 2006 서울대회’ 에서 정식으로 실력을 보일 작정이다. 양 이사는 “사실 9월 대회는 최용수를 위한 무대로 계획하고 있다. 첫 경기인 만큼 비교적 수월하게 치를 수 있는 상대를 골랐으면 하는데, 최용수 본인이 가장 센 상대를 원해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용수는 “어차피 승부의 세계에선 기술보다 투지와 근성이다. 사각의 정글에서도 살아남았다. 죽을 각오로 뛰겠다. 킥에 대한 공격과 방어를 많이 걱정하는데, 나도 발이 있다. 몇 대야 맞겠지만 맞고만 있겠는가. 복서의 생명은 푸트워크와 눈이다. 킥에 대한 감각은 금방 익힐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K-1 데뷔전 위해 남아공 전지훈련
2년 전 복싱계에서 은퇴한 뒤 최용수는 복서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명문 도장 스티브스짐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최용수는 국내 여러 도장에서 가르침을 청하며 개인 트레이닝에 열중해왔다. 현역 복서 시절의 체력을 회복하고 흐트러졌던 마음가짐을 가다듬기 위한 것이었다.
약 두 달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 전지훈련에서 ‘스티브 칼라코다’ 트레이너의 지도 아래 킥 기술을 연마했다. 특히 킥 방어에 주력했다는 그는 “스파링을 하면서 킥에 맞는 연습을 많이 했고 킥의 탄력도 알게 됐다. 하지만 실제 경기와 연습은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킥에 대한 공격과 방어를 십수년 간 익어버린 복싱 스타일에 접목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스파링 훈련시 예상치 못했던 상대의 킥공격에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하기도 했다. 최용수가 남아공 전지훈련을 결정한 것은 이러한 이유. 복서에서 K-1 파이터로 변신하기 위해선 전문 트레이닝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두 달 간 최용수가 머물렀던 스티브짐은 명트레이너 스티브 칼라코다가 운영하는 킥복싱 체육관. 마이크 베르나르도, 프랑소와 보타, 버질 칼라코다 등 복서 출신 선수들을 K-1 링에 적응시킨 스티브 칼라코다의 전문 트레이닝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최용수에겐 최적의 훈련 시스템을 보유한 장소였다. 스티브 칼라코다 역시 최용수의 남아공 행을 반기며 최강의 MAX급 파이터로 키워내겠다는 열의를 보였다. 자신이 개발한 과학적인 트레이닝 방법이 세계 톱 레벨의 감각을 소유한 최용수의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스티브 칼라코다는 “최용수의 훈련은 그의 특성에 맞게 특별한 훈련스케줄로 진행되었고, 전 복싱 챔피언인 만큼 복싱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가운데 K-1에서 꼭 필요한 킥 구사 능력 배가와 킥에 대한 방어술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고 전했다. 이번 전지훈련은 카운트다운을 앞둔 K-1 데뷔전을 향한 본격적인 움직임이다. 소속사 양 이사는 “전 복싱 챔피언인 만큼 신중한 데뷔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용수 K-1 데뷔전 일본서도 화제
복싱 세계 챔프 최용수의 K-1 데뷔전이 일본에서도 화제다.
최근 최용수가 ‘K-1 출정식’을 갖고 올 9월 16일 국내 대회인 K-1 파이팅네트워크 칸 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를 것을 확정 짓자 일본 언론들도 관심을 나타냈다. 일본 스포츠지 산케이스포츠는 “전 세계복싱협회(WBA) 슈퍼페더급 챔피언 최용수가 9월 개최 예정인 ‘K-1 MAX 서울대회’에서 K-1에 데뷔한다고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스포츠는 최용수는 올 2월 전향 의지를 굳히고 4월부터 2개월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수행해 왔다며 복싱 세계챔프가 K-1 MAX(70kg)에 전향하기는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실 국제복싱연맹(IBF) 웰터급 챔프 빈스 필립스도 마사토를 상대로 경기한 바 있어 최용수가 K-1 MAX에 오르는 첫 챔피언 출신은 아니다.
산케이스포츠가 언급한 ‘K-1 MAX 서울대회’는 K-1 파이팅네트워크 칸 대회를 이르는 말이다. 지난 해 11월 당시 K-1 파이팅네트워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던 TMG 측은 K-1 코리아 MAX를 개최한 뒤 올해 TMG 스포츠사업부로 흡수되면서 2월 대회에서는 K-1 파이팅네트워크 칸이라는 이름으로 대회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K-1 출신 선수와 레퍼리가 참가하고 경기 예고 및 결과 등이 K-1 오피셜 페이지에 그대로 반영돼 사실상 K-1 MAX 서울대회나 마찬가지다.
양 이사는 “최용수가 K-1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FEG측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면서 “일단 국내에서 훈련을 시작한 후 앞으로 일본이나 네덜란드에 가서 훈련을 받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용수 프로필
▲생년월일=1978년 8월20일
▲출생지=충남 당진군 신평면
▲체격=178cm 65kg
▲종교=가톨릭(세례명 안드레아)
▲복서 경력=90년 프로데뷔~95년 WBA주니어라이트급 챔피언~98년 8차방어 실패~2003년 재기전 실패 후 은퇴
▲통산 전적=34전 29승(19KO)1무4패
▲K-1전향 발표=2006년 2월7일
양명규 티-엔터테인먼트 이사가 말하는 최용수 선수
“정신력과 집중력이 강한 선수”
지난 17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K-1 파이팅 네트워크 칸 2006 서울대회’ 기자회견에서 전 복싱 세계챔피언 최용수가 주먹을 불끈 쥐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최고가 되기 위해 도전하게 됐다. 자신감은 충분하다.” 세계복싱협회(WBA) 슈퍼페더급 챔피언 출신인 ‘투혼의 복서’ 최용수가 K-1 진출을 전격 선언하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최용수는 이번 K-1 경기를 통해 격투기 선수로서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복싱을 은퇴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던 최용수를 종합격투기 K-1에 진출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은 바로 티-엔터테인먼트 양명규 이사다. “최용수는 종합격투기를 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우선 복싱을 한 선수로서 최용수는 운동에 대한 정신력과 집중력이 매우 강한 선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헝그리 정신’과 ‘투혼의 의지’가 강한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또 “K-1의 스타들이 대부분 복싱선수 출신들이 많다. 복싱의 스피드와 킥의 파워를 보강한다면 앞으로 팬들에게 슈퍼페더급 챔피언 출신의 최용수를 어필하는데 있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라고 양 이사는 최용수 선수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최용수 선수와 언제부터 인연을 맺어 왔느냐는 질문에 양 이사는 “경제적으로 생활이 많이 힘들어 버스 운전기사 일을 하기로 했다는 소문을 우연히 듣고 찾아갔다. 왜 아까운 재능을 썩이느냐며 K-1진출 제안을 했다. 하지만 최용수는 대답이 없었다. 후에 다시 찾아가서 최용수를 만났는데 그때 진출 의사를 밝혔다. 그때부터 최용수와 인연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강한 정신력과 투혼의 의지를 가지고 앞으로도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오는16일에 있을 데뷔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며 최용수에 대해 격려의 마음을 전했다.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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