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지난 29일 한화 송진우(40)의 프로야구 사상 첫 개인통산 200승 달성 경기 생중계를 외면한 SBS에 대해 중계권을 환수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힌 데 이어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도 지상파 방송인 SBS와 자회사인 SBS스포츠의 프로야구 선수 취재 협조 거부 의사를 밝히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29일 한화-KIA전 중계권을 가졌던 SBS 스포츠가 송진우의 프로 통산 첫 200승 대기록 달성을 외면하면서 불거졌다. 올시즌 이승엽의 요미우리 홈 경기 중계권을 따낸 SBS스포츠는 이날 한화-KIA전 대신 요미우리와 히로시마 경기를 생중계했다. 이승엽 경기가 끝난 후 카메라를 광주 구장으로 넘겼지만 이미 송진우가 등판을 마치고 내려간 후였다.
프로야구 팬들의 항의와 비난이 빗발치자 급기야 KBO는 지난 30일 “앞으로 SBS 스포츠가 한국 프로야구를 중계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SBS 스포츠는 “우리는 프로야구 중계권을 공중파인 SBS로부터 사왔기 때문에 KBO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라고 반발하고 있다.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은 “최근 SBS 스포츠 측에 한국 프로야구 중계와 관련해 합리적인 선에서 중계 편성을 해달라는 요청을 수차례 했다. 하지만 그쪽에서는 오히려 편성권 침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 총장은 “우리로서도 SBS측의 한국 프로야구 중계 외면에 대해 정면 대응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선수들의 SBS 인터뷰 협조 거부 및 취재 거부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KBO는 지난 연말 SBS, KBS, MBC 등 지상파 3사와 4년간 다년 계약을 했고, 지상파들은 중계권을 자회사인 SBS 스포츠, KBS SKY, MBC ESPN에 재판매했다. 당시 KBO는 지상파 3사와 계약을 하며 ‘공중파를 통해 1년에 페넌트레이스 20경기를 중계하고, 케이블 채널에 재판매할 경우 최소한 하루에 2경기 이상을 중계한다’는 조건을 삽입했다.
그러나 문제는 방송사들이 계약 조건을 어겼을 경우 이를 제재할 아무런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이상일 KBO 사무차장은 “프로야구 중계권 계약을 할 때 정해진 중계 횟수를 채우지 않을 경우 위약금을 물리려고 했지만 방송사들의 반발이 심해 계약 조건에 넣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또한 하일성 KBO사무총장은 “한국야구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세우는 경기를 외면하고 이승엽이 고작 4, 5번 타석에 나오는 일본 프로야구를 실황 중계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SBS 스포츠에 재판매된 중계권을 되사오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송진우도 “대전에 있는 아들이 아빠의 200승 경기를 보지 못했다. 내 기록이어서가 아니라 중요한 경기를 생중계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아쉬워했다.
KBO는 이번 송진우의 등판 경기를 앞두고도 SBS 스포츠에 여러 차례 실황 중계를 요청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야구위원회와 선수협이 한 목소리로 성토하고 있는 SBS 방송의 프로야구 중계 외면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 추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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