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 여사 신흥대학교서 5월 특강 예정 소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는 지난달 18일 민주당 강성종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신흥학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그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과 강 의원은 검찰의 신흥학원 수사에 대해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전형적인 정치수사”라며 규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 수사가 전 정권의 핵심실세를 노린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또 6월 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선거전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선제공격’이라는 분석도 들린다. 특히 검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신(家臣)들을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을 주시하고 있다는 소문이 정가(政家) 주변에 파다하다. 이에 검찰 수사의 내막을 추적해 봤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에 있는 신흥학원 이사장실과 재단 사무국, 산학협력단, 관재부 등을 수색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1.5t 트럭 두 대 분량의 압수물을 확보했다.
검찰은 재단이 운영 중인 신흥대학 등 학교 4곳의 교비와 국고보조금을 횡령하고 건축물 공사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을 포착,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흥대학은 학교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려 계산한 뒤 그 차액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흥학원 소속 산학협력단이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각종 용역사업을 수주한 뒤 용역비 일부를 착복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은 “신흥재단은 깨끗하다. 검찰을 내세운 여권의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강 의원 등 정치권으로 확대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과 정치권 주변에서는 강 의원 뿐 아니라 민주당의 다른 의원도 이미 수사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 의원 수사 이유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야권의 ‘정치수사’ 주장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말”이라고 일축한 뒤 “아직 정치권으로 수사를 확대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재단에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다’는 의혹은 앞서 언론에서도 제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압수수색한 자료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증거들이 드러나면 재단 내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할 방침”이라며 강도 높은 조사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검찰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치권 수사 확대설이 힘을 얻는 까닭은 6월 지방선거와 관련 있다. 선거 직전인 5월 23일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주년이다.
이날 진보진영을 주축으로 대규모 추모행사가 열릴 것이라는 추측이 정치권에 퍼지고 있다. 아울러 이 시기를 전후해 권양숙 여사가 대학에서 특강을 가질 예정이라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추모행사가 열리고 권 여사가 특강할 곳으로 알려진 장소는 바로 신흥학원 소속의 한북대학교다. 검찰이 신흥학원을 겨냥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분석이다.
한북대학교측은 그러나 권 여사 특강에 대해 “그런 계획이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라며 “최근 학교와 재단을 놓고 온갖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신흥학원 검은 커넥션
이와 함께 검찰은 신흥학원과 정치권의 검은 커넥션을 집중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 정권의 핵심인사 A씨와 강 의원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강 의원과 A씨 사이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금전이 오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추적중이다.
또 이 소식통은 “검찰은 최근 신흥대학 관계자 K씨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K씨는 강 의원과 A씨 간의 검은 커넥션을 입증할 수 있는 인물로, 현재 신원이 확보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이 조사 중인 신흥대학의 사무국장 박모씨도 강 의원과 A씨의 ‘은밀한 거래’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9일 교내 건축물 공사비를 부풀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린 혐의로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의원의 측근인 박씨는 이 학원이 운영하는 신흥대학 캠퍼스에서 새 건물을 지을 때 공사비를 실제 비용보다 높게 매긴 뒤 나중에 공사 업체에서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40억∼5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S건설 등 신흥대학 신축물 공사에 관여한 4개 업체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다시 과다 계산된 비용으로 하도급을 주는 등 몇 단계에 걸쳐 공사비를 뻥튀기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검찰은 신흥학원의 비자금 조성과 교비횡령 과정이 상당히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박씨 외에 재단 고위층 인사들이 광범위하게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강 의원과 정치인 A씨 사이에 금품이 오간 내용은 현재 조사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 조사 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신흥대학 관계자들을 상대로 A씨가 “신흥학원을 통해 정치비자금 조성했다” “검찰이 A씨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뒷받침해 주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족벌사학 신흥학원 온 가족 총동원
검찰이 신흥학원 재단 이사장인 민주당의 강성종 의원을 본격적으로 조사함에 따라 강 의원과 그의 뒷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흥학원은 ‘강신경 재단’이라고도 불린다.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안흥교회 원초 목사 강신경씨가 사실상 모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학원은 대학교 네 개와 중고등학교 일곱 개를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단에 소속된 사회복지기관까지 포함하면 모두 18개에 달한다. 2006년 2월 경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약칭 운동본부)”가 감사원에 낸 감사 청구서에 따르면 재단산하 기관들은 모두 자녀나 친인척이 운영하는 전형적인 족벌 사학이다.
한 주간지는 같은해 3월 운동본부의 청구서 내용을 보도했다. 기사를 살펴보면 재단에 속한 학교와 재단 이사진에는 강씨의 직계 가족과 친인척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강씨 부인은 신흥대 학장이다. 첫째 아들은 안산공과대 학장, 첫째 딸은 김천대 학장을 맡고 있다. 둘째 딸은 고양외국어 고등학교 교장, 셋째 아들은 한북대와 신흥대 이사장, 다섯째 아들은 신흥대 교수다. 첫째 며느리는 안산공과대 교수, 외손자는 김천대 교수, 둘째 사위는 한북대 총장. 사돈 장아무개씨는 안산공과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사회도 마찬가지다. 명단을 훑어보면 동향 친구, 교회 부목사, 친인척들의 이름이 다수 포함돼 있다. 심지어 강씨 집안의 가족묘지도 신흥대학 안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