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
  • 구명석 
  • 입력 2006-09-21 11:55
  • 승인 2006.09.21 1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태현, 준비가 아쉬웠다”
전문가들 데뷔전 참패에도 가능성 평가
체력·담력 증강 숙제…해외전훈 검토


‘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30·팀이지스)이 예상보다 너무 일찍 데뷔전을 치렀다. 대회를 앞두고 20여 일간 맹훈련을 했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했고 그것을 감당해 내기에는 시기 상조였다. 많은 전문가가 아직 때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도 “빨리 실전을 치르는 것이 좋다”라는 고집으로 조기출전을 강행했다. 결국 이태현은 기본기와 공격기술을 제대로 몸에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링에 올라가버린 결과가 되었다.

대회 종료 후 사카키바라 노부유키 대표도 데뷔전을 가진 이태현에 대해 “준비가 되지 않은 느낌이다. 체력 등 확실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태현은 지난 8월 프라이드 진출을 전격 선언하고 종합격투기 훈련 한 달만에 데뷔전 출전을 결심했다. 그러나 우려대로 이날 경기에서 체력적인 문제에 부딪혀 히카르도 모라에스(39·브라질)에 세컨드 타월 투척에 의한 TKO패를 기록했다. 결과론이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

하지만 이태현의 데뷔전 패배는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준비 없는 도전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절감했을 테니 말이다. 국민들도 실망스러웠겠지만 정작 가장 가슴 아파했던 사람은 아마 이태현 자신일 것이다. 이제 이태현은 이종격투기 선수로서 현재의 기량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기본기부터 새롭게 다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태현이 과연 ‘종합격투기 황태자’로 거듭 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조금씩 이견이 있지만 전문가 대부분의 대답은 긍정적이다.

그 이유는 데뷔 선언 때부터 장점으로 꼽힌 키 196cm·체중 138kg의 거대한 몸집으로도 날쌘 몸놀림이 가능한 뛰어난 ‘하드웨어’에 있다. 데뷔전에서도 상대 히카르도 모라에스 보다 한결 빠르고 유연한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5cm의 거구를 두 차례나 ‘가볍게’ 눕힌 장면은 씨름기술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헤비급 선수들 간 경기에서 상대 중심을 무너뜨리는 일이 쉽지 않은데 이 부분에서 강점을 지녔다는 것은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버틴 강한 허리힘도 장점으로 꼽힌다. 격투기 전향 33일 만의 초고속 데뷔전이 문제였을 뿐 경험과 실력이 붙으면 정상급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이비스포츠의 김명구 부장(36)은 “이태현은 충분히 장점을 발휘했고, 이번 경험이 이태현에게 준비해야할 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깨닫게 만들었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미래의 아시아 대표 헤비급 파이터로 이태현을 지목한 사카키바라 대표는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싸우기 위해 필요한 용기와 투지, 그리고 힘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의 가능성에 부분 점수를 줬다. “씨름을 베이스로 여러 가지 자신 있는 스타일을 찾아내 도전해 주었으면 한다”며 잠재력에 기대를 걸었다.

전문가들은 일단 20분 3라운드를 소화할 체력을 키울 것을 당부한다. 4만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도 담대함을 가질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 능력도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비슷한 체구의 상대가 많고 실전기술을 제대로 습득할만한 해외 유명 팀에서의 훈련도 필수. 해외 전훈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이태현 측 역시 ‘프라이드FC’ 주최사 DSE와 협의 하에 일본 유도영웅 요시다 히데히코(37)가 운영하는 ‘요시다도장’ 등으로의 원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