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데뷔전에서 호쾌한 KO승을 거둔 전 WBA 슈퍼페더급 세계챔피언 최용수. 그가 데뷔전에서 승리하기까지는 4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기대 이상의 화끈한 KO승이었지만 너무 빨리 이긴 탓에 보완점을 찾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최용수는 자신의 팬 카페를 통해 데뷔전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글을 올려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용수(33)는 데뷔전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역시 챔피언급 최용수의 펀치는 동급 최강이었다. 공이 울리자마자 휘몰아친 좌우연타는 스웨덴 무에타이 챔피언 출신 드리튼 라마의 혼을 빼놓았다. 복싱 세계 챔피언의 펀치를 당해낼 선수가 없다는 점 하나는 확실히 증명했다.
최용수는 은퇴 후 K-1링에 서기까지 3년 정도의 공백이 있었다. 그러나 빠르고 정확한 그의 연타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슈퍼페더급에서 65%의 경이적인 KO율(34전 29승 1무4패·19KO승)을 기록했던 그 명성 그대로였다.
한편, K-1 데뷔전에서 호쾌한 KO승을 거둔 최용수의 다음 상대로 K-1맥스 일본 최강자인 마사토(27)가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어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최용수의 소속사인 티-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K-1주최사인 FEG측으로부터 오는 연말 K-1다이너마이트 대회 때 최용수와 마사토의 대결을 갖는 것이 어떠냐는 의사를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최용수가 마사토와 맞붙는다면 프로복싱 챔피언과 K-1 챔피언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격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최대 빅카드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최용수 대 마사토의 대결 성사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일단 최용수가 K-1에서 이제 한 경기를 치렀고 완전히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몸도 현역 때만큼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금 마사토와 싸운다면 최용수가 크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최용수 측은 굳이 지금 상황에서 마사토와 같은 강자와 대결하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용수가 좀 더 완벽히 기술을 익히고 적응한 뒤 본격적으로 강자들과 대결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FEG측에서 빅카드를 성사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다면 상황이 달라 질 수도 있다. 그런 만큼 대결 성사 가능성은 아직 유동적이라 볼 수 있다.
한편, 최용수는 지난 17일 자신의 인터넷 팬 카페(cafe.nave
r.com/champ7.cafe) 게시판을 통해 데뷔전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부끄러운 경기였습니다’로 시작한 그의 글은 감동 그 자체였다. “가장으로서 버스운전기사를 한다니 주위에서 많이 걱정한 것 같다”며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한다면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최용수는 “이전에도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왔듯 앞으로도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부족함이 많은 내게 팬들의 성원과 관심이 과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계속 열심히 운동에 전념하겠다”고 말해 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최용수는 경기 결과에 대해 “상대 선수가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많다”며 “데뷔전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내게 있어서 무척이나 부끄러운 경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최용수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도 드러냈다. “데뷔전을 마친 뒤 나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는 시골의 어머니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고 데뷔전이 끝난 직후 눈물을 흘렸던 이유를 뒤늦게 밝히기도 했다.
카페 글 마지막엔 ‘프로복싱도 K-1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하며 최용수 자신에게 여전히 복싱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남아있음을 보여 주었다.
갖은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다시 일어선 최용수. 그의 오뚝이 같은 투혼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 VS ‘배틀 사이보그’ 밴너
“사랑의 힘으로 승리 쟁취” 각오
오는 30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K-1 월드 그랑프리’ 개막전에서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5)과 맞대결을 펼칠 ‘배틀 사이보그’ 제롬 르 밴너(33·프랑스)가 강력한 도발을 했다. 밴너는 지난 15일 K-1 공식사이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홍만의 몸은 빨대와 같이 길다. 머리는 수조를 얹은 것처럼 크다”라고 최홍만에게 인신공격을 했다. 이어 “스커드미사일로 수조 같은 머리를 박살내겠다”고 위협했다.
밴너는 “K-1은 빈둥빈둥 놀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제부터 진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별다른 어려움없이 K-1 톱 파이터 대열에 오른 최홍만에 대한 빈정거림이다.
반면 최홍만이 제롬 르 밴너에게 멋진 승리를 거둔 뒤 현재 교제중인 애인과 약혼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스포츠신문 ‘스포츠호치’는 지난 20일 오사카 가라데 정도회관에서 공개훈련을 가진 최홍만이 “최근 좋은 일만 일어나고 있다. 매일매일 즐겁다. 남자에게 있어 좋은 일이라고 하면 알 것이다”라고 말해 현재 열애 중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현재 사귀는 사람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최홍만은 “시합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밴너전 이후 깜짝 발표를 할 것임을 암시했다.
이와 관련해 이 신문은 ‘최홍만이 사랑의 힘으로 아시아선수로는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바다를 건너면 야수를 기다리는 미녀가 있는 것 같다. 한국과 일본을 바쁘게 왕래하는 이유가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는 30일 오사카홀에서 열리는 K-1월드그랑프리 개막전에서 밴너와 싸우게 되는 최홍만은 하루 4시간씩의 특별훈련을 통해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스태미너 보강과 심폐기능 강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그 부분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밴너의 경기모습을 인터넷 영상으로 계속 봤다는 최홍만은 “처음에는 무서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은 뭔가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며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최홍만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는 전 K-1파이터 김태영 사범은 “지금까지 싸운 경기 가운데 가장 힘든 시합이 될지 모른다. 1라운드에 억지로라도 페이스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반을 잘 버틴 뒤 후반에 승부를 거는 작전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석>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