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독수리’, “2년차 징크스 넘어라!”
‘황금 독수리’, “2년차 징크스 넘어라!”
  • 스포츠서울닷컴 배병철 
  • 입력 2006-11-17 13:30
  • 승인 2006.11.17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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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사(史) 새로 쓴 ‘슈퍼 루키’ 한화 류현진 선수


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프로야구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상을 동시에 거머쥔 ‘슈퍼루키’ 한화 류현진 선수가 “2년 차 징크스는 없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2년차 징크스는 계속돼 왔다. 그만큼 류현진도 이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징크스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류현진의 강력한 구질과 무서운 집념이 바로 원동력이다. 올 시즌 지나치게 많은 이닝과 투구수를 소화했다는 부담을 어떻게 떨쳐낼지 야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발탁된 류현진이 몸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일요서울>은 올 시즌 류현진이 거둔 성적을 바탕으로 내년 시즌을 전망해 봤다.


우렁찬 포효도, 감격의 눈물도 없었다. 끊임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괴물’은 그저 빙긋 웃을 뿐이었다. 한화의 ‘슈퍼 루키’ 류현진(19)이 한국 프로야구 25시즌 역사상 처음으로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거머쥐는 영광을 안았다.
신인왕과 MVP를 모두 석권하는 대기록을 세우며 시즌을 마감한 류현진은 “내년에도 올해 만큼만 했으면 좋겠다”면서 “못해도 프로에 입단하면서 세운 10승 이상을 꼭 챙기고 싶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최고의 선수가 ‘징크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왕왕 있어왔기 때문에 류현진의 마음속에는 올해보다 내년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더 큰 듯했다.
그렇다면, 2006년 최고의 한해를 보낸 류현진이 과연 프로 2년차 징크스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슈퍼 루키들 “2년차가 두렵다”
어떤 스포츠를 막론하고 루키들의 프로 데뷔 2년째 성적은 신통치 않다. ‘천재 골잡이’ 박주영(FC서울)은 프로 첫 해 30경기에 출전해 18골을 기록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상대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며 29경기에 출전, 단 8골만을 넣는데 그쳐 ‘거품’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아기곰’ 김명제(두산)도 깊은 슬럼프를 겪었다. 2005년 계약금 6억원을 받고 두산에 입단한 김명제는 입단 첫 해 7승(6패)을 거뒀다. 포스트시즌에는 역대 최연소 선발승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2년생 징크스’를 피할 수는 없었다. 김명제는 지난 9월까지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10연패라는 악몽을 경험했다.
과거로 시계추를 돌려봐도 다를바 없다. 특히 프로야구 신인왕 출신들은 대부분 2년차에 극심한 슬럼프를 맛봤다. 1986년 김건우(MBC), 1989년 박정현(태평양), 1992년 염종석(롯데), 1995년 이동수(삼성), 1996년 박재홍(현대) 등이 이 징크스의 희생자가 됐다. 이들은 한결같이 2년차에 부진했거나 부상을 당해 이듬해 고개를 숙였다. 물론, 이를 극복한 선수들은 ‘야구판’에서 이른바 ‘장수’를 하는 사례가 많았다.
슈퍼 루키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지난 시즌에 몸을 혹사한 나머지 이듬해에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게 원인이다. 데뷔 첫 해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신인들은 시즌 내내 중용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자연히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며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고교 시절부터 혹사당한 몸은 프로에 와서도 개선될 여지가 없는 셈이다.
두 번째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수준 차이. 아마추어 시절에는 ‘잘 던지고 잘 때려내면’ 그만이었다. 굳이 상대팀을 철저하게 분석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프로 세계는 다르다. 철저한 기록과 분석으로 투구폼과 방망이 버릇까지 빼놓지 않고 체크한다. 제 아무리 뛰어난 신인이라도 약점을 파고들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막연히 ‘잘 한다’는 평가의 한계를 넘는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류현진 불안요소 ‘많은 이닝-투구수’
대개 신체 성장이 완성되는 시점은 23살 전후. 고졸 3년차 정도의 시기다. 이 때문에 코칭스태프들은 23살 이전의 투수를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는다. 몸이 다듬어지기 전, 무리한 등판은 어린 선수의 투수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감독 개개인의 성향 차이가 있겠지만 미국 프로야구(MLB)의 경우에도 ‘투구수 100개’와 ‘200이닝’을 선발투수의 표준 수치로 보고 있다. 특히 보호가 필요한 루키라면 이 두가지 항목은 거의 ‘불변의 법칙’에 가깝게 지켜진다.
류현진은 올해 선발·마무리를 포함해 모두 201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했다. 두산의 리오스(233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던졌다. 이는 ‘야구의 본고장’ 메이저리그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이닝수다. 메이저리그는 한국 프로야구보다 36경기를 더 치른다. 5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환산하면 메이저리그 선발투수가 한국 선발보다 약 6~7경기(평균 36이닝)를 더 많이 등판한다. 하지만 올해 200이닝 이상을 넘긴 투수는 불과 44명. 한국보다 22개 구단이 많다는 점과 경기수를 감안하면 결코 많지 않은 숫자다. 따라서 류현진이 소화한 201과 3분의 2이닝은 신인에게는 상당히 벅찬 이닝수라고 볼 수 있다.
‘무더기 이닝’ 만큼이나 투구수도 많은 편이다. 투구수 역시 리오스에 이어 2위. 류현진은 올 시즌 이닝 당 평균 16개의 공을 뿌렸다. 9이닝으로 환산하면 약 144개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고교생이던 류현진은 이렇게 많은 공을 던진 적이 없다. 적정 수위를 넘어선 이닝과 투구수는 곧바로 구속과 구위로 직결된다.
체력이 떨어지면 구속 감속과 구위 저하가 동시에 찾아온다. 류현진도 이 같은 경험을 했다. 시즌 초반에 시속 150km를 웃돌던 직구는 7월 들어 140km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게다가 타자를 압도했던 구위는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류현진을 지켜보던 한 스카우터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모습을 재현할지는 다소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된 류현진이 3월부터 12월까지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뒤 내년 시즌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단 현재로선 건강상의 문제는 없다. 류현진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이 때문에 포스트시즌을 끝내고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병원이었다. 류현진은 3차례 정밀진단을 받은 끝에 ‘정상’이라는 판정을 얻었다. 2004년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왼쪽 팔꿈치는 깨끗했고 어깨에만 미세한 염증이 있었다. 2년 전 인대접합 수술의 악몽이 있는 류현진에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류현진 본인도 “몸만 건강하다면 2년차 징크스는 겪지 않을 것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2007시즌에 대한 집념도 강하다. 류현진은 “올해 만큼 못 던지더라도 데뷔 첫 해에 세운 10승을 반드시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린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도 내포돼 있다. 류현진은 “제일 존경하는 송진우 선배처럼 부상없이 오랫동안 선수로 뛰고 싶다”며 “통산 300승도 달성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전대미문의 통산 300승 달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년 15승 이상을 따내야 가능한 승수다.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을 바라보는 류현진의 마음이 담겨있다.

‘무서운 집념-강력한 구질’로 승부
강력한 구질과 남다른 투구폼이 그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고 있다. 올해 류현진은 시속 150km의 강속구와 서클 체인지업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한때 체력 고갈로 직구 구속이 떨어지긴 했지만 언제든지 시속 150km 강속구를 뿌릴 수 있다.
게다가 체인지업은 마구에 가깝다. 떨어지는 각도가 체인지업의 궤적이 아닌, 포크볼의 궤적을 그린다. 이 때문에 올시즌 타자들은 체인지업을 버린 채 철저하게 직구만 노리고 들어왔다.
더욱 무시무시한 사실은 류현진이 직구, 체인지업에 슬라이더를 추가한다는 것. 슬라이더를 장착하면 타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는 종(縱)으로 꺾이는 변화구만 상대했지만, 이제는 횡(橫)으로 휘어지는 변화구까지 감당해야한다.
일정한 투구폼 역시 타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던지는 직구와 변화구의 투구폼이 동일하기 때문에 타자들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류현진의 손에서 떠난 공을 0.4초 안에 공략해야하는 타자 입장에서는 난감할 따름이다.
류현진이 내년 시즌에도 올해와 같은 ‘쾌거’를 일궈낼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한화 정민철 선수 FA 대박 포기한 사연

“영원한 한화맨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이룰 것”

FA대박 포기하고 한화 간판 프랜차이즈 스타로 잔류 선언

한화 정민철이 프리에이전트(FA) 신청을 포기하고 ‘한화맨’으로 남기로 해 화제를 낳고 있다. 통상 FA시장에 나오게 되면 ‘대박’을 꿈꾸고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 높이려고 하는 게 선수들의 일반적인 생리다.
하지만, 정민철은 FA 대박을 포기하고 그 대신 한화의 간판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영원한 ‘한화맨’으로 남기로 한 것.
정민철은 한국시리즈가 종료된 후 가족과 여행으로 오붓한 시간을 갖고 있다. 그는 12월 중순부터 훈련을 재개할 예정으로, 이는 예년보다 보름 이상 앞당겨진 일정이다.
그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올해 문턱에서 좌절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집념 때문이다. 정민철은 “어느 해보다 빨리 준비해서 내년에는 꼭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겠다”면서 “가을에 느긋하게 상대팀을 기다리고 싶다”고 말했다.
올 포스트시즌에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친 한화는 정작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는 힘에 부쳐 무너지고 말았다. 3번에 걸친 한국시리즈 연장 혈투는 한화가 모두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 올 페넌트레이스 막바지 현대와 2, 3위 싸움에서 밀린 탓에 준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며 체력을 소진한 것이 치명타가 됐다.
그는 내년 시즌 한화의 경쟁력에 대해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험을 한 젊은 후배들이 성장해 더욱 짜임새 있는 신구조화를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수들의 팀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정민철 등 베테랑들도 마음 놓을 틈이 없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마무리 훈련 중인 양훈, 김경선, 유원상 등 신예투수들이 무섭게 자라고 있다. <현>

스포츠서울닷컴 배병철  skidrow97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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