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다시 한번 ★의 날개를 펼쳐라
비상!! 다시 한번 ★의 날개를 펼쳐라
  • 남장현 
  • 입력 2007-04-20 10:55
  • 승인 2007.04.20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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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소식이다. 밤잠을 설치면서 TV 위성중계를 지켜보던 국내 축구팬들도 많이 실망한 눈치다. 어느덧 4월 따스한 봄날이 찾아왔지만 영국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비는 태극전사 4인방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여전히 을씨년스럽다. 06~07시즌도 종반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 선수들은 각각 ‘부상’과 ‘장기 결장’이란 복병을 만나 주춤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산소탱크’ 박지성(27)은 토튼햄 핫스퍼의 ‘초롱이’ 이영표(30)와 나란히 갑작스런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부상이 장기화될지도 모른다는 진단 결과까지 나와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레딩FC에서 활약하는 ‘스나이퍼’ 설기현(28)과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미들스브러로 이적한 ‘라이언 킹’ 이동국(28)은 오랜시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들 유럽 리거를 최대한 활용해 47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운 핌 베어벡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이마에도 주름살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시즌 막바지 나란히 부침을 겪고 있는 프리미어리거 4인방의 근황을 살펴봤다.


박지성 날개 꺾인 맨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능구렁이 사령탑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좌우 날개와 중원에서 거침없이 활약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던 박지성이 그만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결장하게 된 것.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연속 출전과 연속 골 퍼레이드로 한창 주가를 드높이던 박지성이었기에 퍼거슨 감독의 쓰라림은 더하다.

박지성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렸던 블랙번 로버스와 리그 31차전 홈경기(4-1 맨유 승)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이번 시즌 통산 5골-2도움을 달성했다. 지난 1월14일 아스톤빌라전 1골-1도움을 시작으로 2월11일 찰튼전 1골, 3월17일 볼튼전 2골에 이은 쾌거였다.

그러나 이날 블랙번전은 박지성에게 썩 유쾌한 날만은 아니었다. 또다른 부상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당초 맨유 선수단 풀 트레이닝을 소화할 정도로 부상은 정도가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의료진이 내린 최종 진단결과는 ‘최소 2~3주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 박지성의 에이전트 JS리미티드도 박현준 팀장을 통해 부상을 공식 확인했다.

지난해 가을에도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불의의 부상으로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있던 박지성이었기에 또다시 그를 기약없는 부상자 리스트에 올려야하는 퍼거슨 감독의 마음이 결코 좋을 리 없다.

박지성 결장의 여파는 상당히 컸다. 프리미어리그, FA컵, UEFA 챔피언스리그 등 이번 시즌 트레블 석권을 노리던 맨유는 지난 5일 AS로마와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1-2로 무릎을 꿇었다. 사흘 뒤 포츠머스와 리그 원정전에서도 1-2로 졌다. 이날 패배로 2위 첼시와 승점차가 3점으로 좁혀졌다. 시즌 첫 2연패다.

퍼거슨 감독은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전전긍긍이다. 쉼없이 이어지는 경기 일정으로 선수단 전체가 지칠대로 지쳐있다. 미드필드와 공격진에 산소를 불어넣는 박지성의 공백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치열한 순위경쟁이 가열되고, 우승팀 향방이 드러나는 시점에서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은 개인이나, 팀에나 막대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목표 달성을 위해 맨유는 박지성의 빠른 쾌유가 절실하다.


이영표 사실상 시즌 마감
토튼햄 핫스퍼의 마틴 욜 감독도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이영표가 왼쪽 무릎 부상으로 사실상 이번 시즌을 마감한 탓이다. 폴 스탈테리, 레들리 킹 등 유독 토튼햄 디펜스 진용에 따라붙던 ‘부상 악령’을 이영표도 피해갈 수 없었다.

이영표는 지난 6일 UEFA컵 8강 1차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클럽 세비야와 일전(1-2 토튼햄 패)을 풀타임 소화한 뒤 의료진에 통증을 호소했다. 후반 중반부터 약간씩 아픔을 느꼈지만 팀이 지고있었기 때문에 벤치에 이를 알릴 틈이 없었다.

경기 하루 뒤 에이전트 (주)지쎈은 “MRI 촬영결과 이영표의 왼무릎 바깥쪽 인대가 찢어졌다”면서 “한주 정도 경과를 지켜보고, 수술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며 최소 3개월의 재활이 필요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오는 7월 중순으로 예정된 아시안컵 출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영표의 부상은 살인적인 일정때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즌초 아소-에코토와 경쟁에서 잠시 밀린데다 사우스햄튼의 십대 유망주 가레스 베일을 영입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속앓이를 했지만 리그 후반기를 앞둔 욜 감독의 최종 선택은 역시 노련한 이영표였다.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이영표는 쉼없이 뛰었다. 정규리그는 물론, FA컵과 칼링컵, UEFA컵을 누비며 엄청난 경기량을 소화해야 했다.

같은 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지성마저 “내가 많이 뛴다지만 영표형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안쓰러워 했다.

본업인 수비뿐만 아니라 적극적 오버래핑으로 공격에도 활발히 가담해야 하는 이영표의 체력적인 부담은 실로 대단했다. 마땅한 교체 멤버도 없는 상황에 매경기 풀타임을 뛰며 몸을 지나치게 혹사했고, 결국 부상이란 치명적 덫에 걸렸다.

박지성이 빠진 맨유처럼 토튼햄의 수비진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현시점에서 토튼햄이 유일하게 건질 수 있는 타이틀은 UEFA컵 우승 트로피와 리그 6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시즌 UEFA컵 진출권. 7위와 8위권을 오가며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토튼햄으로선 이영표의 결장이 아쉽다.

궁여지책으로 욜 감독은 줄곧 수비진 오른쪽 풀백으로 뛰는 파스칼 심봉다를 왼쪽으로 이동시켜 이영표의 공백을 막아보려 했으나 어려웠다. 토튼햄은 지난 주말 첼시와 ‘런던 더비’ 리그전에서 0-1로 패했다. 이영표가 빠진 토튼햄의 이번 시즌 종반부는 암울하기만 하다.


설기현-이동국 “기회 좀 달라구요”
줄부상에 신음하는 박지성과 이영표의 처지보다는 낫지만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설기현, 이동국도 매한가지다.

지난해 여름 챔피언십(2부) 울버햄튼에서 프리미어리그 승격팀 레딩FC에 안착했던 설기현. 시즌 초반까지 3골-2도움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치며 국내 팬들을 설레게 했던 그였지만 스티브 코펠 감독은 어느 순간 출전 엔트리에서 제외시켜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출전 수당 문제로 코펠 감독이 고액 연봉자 설기현을 출전시키는데 망설이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닐 정도였다.

한동안 아쉬운 교체 출장과 2군 경기에서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던 설기현은 절치부심했고, 기다림은 실로 오랜만에 결실을 맺었다. 미드필드 오른쪽 측면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글렌 리틀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것.

설기현은 지난 10일 찰튼 애슬레틱과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통해 모처럼 풀타임을 소화했다. 지난 1월28일 FA컵 32강전 버밍엄시티전 이후 꼭 79일만의 출전이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설기현은 “마지막이란 각오로 뛰었다”는 소감으로 그간의 아쉬움을 대신했다.

그러나 아직 설기현에게는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 남아있다. 존 오스터란 쟁쟁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어 잔여 경기 출전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동국의 사정도 어렵다. 지난 1월 말, 미들스브러에 입단해 한국인 4번째 프리미어리거가 된지 두달이 흘러갔지만 여전히 확실한 입지를
다지지 못하고 있다.

지금껏 이동국이 출전 기회를 잡은 경기는 총 6차례(FA컵 포함). 그 중 선발 출전은 45분을 뛴 지난달 17일 맨체스터시티와의 경기가 유일하다.

맨체스터시티전에 앞서 지난달 3일 뉴캐슬전에서 후반 19분 교체 출전 1회를 빼면 4번은 모두 후반 40분 이후 투입됐다. 그 동안 골대만 두 번
맞혔고,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다. 기회가 와야 골을 터뜨릴텐데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동국에게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일 왓포드와의 리그 경기에 후반 44분 마크 비두카와 교체투입돼 꼭 3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이동국은 날카로운 한차례 슈팅을 날려 상대를 괴롭게 했다. 현지 언론도 이동국에게 ‘창조적인 플레이를 펼쳤다’는 촌평을 부여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6년전인 지난 01년에도 독일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에 6개월간 임대돼 유럽 무대를 밟았던 이동국이다. 아쉬움만 가득 안고 짐을 싸야했던 당시 경험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이동국에게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과연 얼마만큼의 기회를 부여할까. 한번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 지금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K리그 ‘르네상스’는 도래하지 않았다

이쯤되면 영국 프리미어리그가 부럽지 않았다.

지난 8일 한국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과 수원삼성의 ‘빅뱅’이 펼쳐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는 프로축구 역사상 단일 경기 최다 관중인 5만5,397명의 축구팬들이 운집해 스탠드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달 같은 장소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A매치 당시 4만2,159명이 찾은 것을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열기가 아닐 수 없었다. 국내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두 라이벌 클럽간의 대결에 대한 관심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였다. 각 언론들도 수많은 관련 기사를 쏟아내며 흥미를 부추겼고, 팬들도 예매 티켓만 2만장 넘게 사들이며 해당 구단 프런트를 기쁘게 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걸출한 스타들이 펼친 경기 내용도 상당히 좋았다. 팬들이 가장 원하는 득점은 1골에 그쳤으나 ‘보는 즐거움’이란 측면에는 충분히 부응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일각에선 월드컵 열기가 프로축구 인기몰이로 그대로 이어진 98년, 02년을 예로들며 ‘제3의 르네상스’가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서울과 수원 등 소위 인기 구단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방 팀들은 텅 빈 경기장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들만의 리그’를 치러야 했다. 특히 대표급 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회장사’ 성남일화나 울산현대의 경우는 서글픔마저 느끼게 했다. 이들 두 구단은 평균 관중이 3,000명대를 간신히 웃돌며 축구인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오랫동안 지도자 생활을 해온 한 축구인은 “수원, 서울을 포함해 K리그 모든 팀들의 경기력은 엇비슷하다”고 전제한 뒤 “홍보가 가장 중요한데 이런 것조차 포기한 일부 팀이 있으니 팬들보고 찾아오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활발한 대외 마케팅이 필수라는 의미다. 서울-
수원전 흥행도 여기서 기인했다.

또 접근성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관중 동원에 실패한 구단 대부분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홈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상당수 지방 구단의 경우, 월드컵 구장이 아닌 시내 공설운동장 사용을 희망한다. 결국 시(市)측의 무리한 ‘월드컵 경기장 사후 활용’ 추진이 현상황을 야기하는데 한몫한
셈이다.

극명한 ‘명암(明暗)’을 확인한 한국 프로축구. 제3의 르네상스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남장현  yoshike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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