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대항마, 원희룡, 유인촌, 제3후보 ‘분분’

한나라당내 차기 서울시장 후보와 대권을 두고 파워 게임이 치열하다. 박근혜-원희룡(12월), 박근혜-오세훈(1월초), 이명박-원희룡(1월말) 등 비공식 회동이 잇따른 것이 그 반증이다. 통상 ‘서울시장 당선=차기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4인방은 잠재적인 경쟁자로 때론 동반자 관계로 철저하게 정글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말 이 대통령과 원 의원의 회동이후 청와대 주변에서는 ‘오세훈 불가론’을 이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흘러나왔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이 원 의원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라며 제3의 후보가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4인방을 둘러싼 고차원 정치방정식을 따라가 봤다.
오는 6·2지방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서울시장 수성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최대 과제다. 전임 시장이자 집권 절반을 넘는 3년차 대통령으로서 패배는 곧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당내외 후보에 비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대중 지지도와 현역 프리머엄을 들어 재선은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통 친이나 친박 인사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틈새시장을 활용해 원희룡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또한 권영세 서울시당 위원장과 나경원 의원의 이름도 회자되고 있다.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원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을 차례로 만나면서 오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오 시장 역시 이에 대응해 박 전 대표와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극비 회동을 가졌다. [본지 824호 ‘차기 박근혜 차차기 오세훈 1월초 극비회동’ 보도 참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대통령의 의중이다. 이 대통령이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있고 당선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여전히 오세훈 시장이나 원희룡 의원 등 어느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1월말 이 대통령과 원 의원간 회동중 흘러나온 대화 내용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MB-원희룡 회동, ‘서울시민 재선 허락하지 않아’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오 시장의 재선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회자됐다. 이 대통령은 ‘청계천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물이 없다’, ‘서울시민은 재선을 허락하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다’는 등 현실론을 들어 오 시장의 재선 가능성을 낮게 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오 시장이 전임 시장인 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는 발언을 사석에서 언급하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박근혜 전 대표와 극비 회동을 갖는 행보 등 청와대의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관측마저 나왔다.
한편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차기 대권을 둘러싼 ‘견제용 발언’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표라는 대표 선수가 존재하지만 친이 진영은 마땅한 후보가 없는 게 현실이다”며 “‘레임덕은 없다’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세종시 수정안 무산이나 지방선거에서 참패 특히 수도권에서 패할 경우 친이 진영은 사분오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주이월박을 받아들일 친박 진영도 아니고 레임덕이 가속화되면 친이 인사들 상당수는 차기 대권 가능성이 높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줄을 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대통령 역시 임기 후반에 들어서는데 조기에 친이 후계자가 부상하는 것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 원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열심히 하겠다’는 말에는 이 대통령이 미소로 화답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로 야권에서는 오 시장의 시정 지지도가 50%이상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30%대 안팎에(세계일보 21주년 여론조사) 머무는 수치로 야권 후보 단일화가 될 경우 박빙의 승부가 이뤄질 수 있다는 반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이 진영에서는 ‘박근혜 대항마 찾기’에 앞서 ‘오세훈 대항마’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친이 진영의 서울시장 후보로 그동안 거론된 인사들로는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 정두언 의원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막강한 현직 시장에 비해 낮은 인지도에 따른 조기 포기설이 나왔다. 특히 정 의원의 경우 청와대로부터 확실한 ‘콜’을 받지 않아 미생지신처럼 지내다 급기야 당내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으면서 포기로 돌아섰다는 후문이다.
친이, ‘오세훈 대항마 찾기’ 딜레마에 처해
유
장관의 경우 낮은 지지도로 인해 출마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친이내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재차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원희룡 의원의 경우 친이와 친박의 일방적인 지지보다는 중립 후보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친이 후보론 적합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친이 진영에서는 하마평에 오르지 않은 제 3의 깜짝 후보를 내세울 수 있다는 말마저 흘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시장 경선이 친박 vs 친이 계파 다툼 끝에 친이 후보로 결정될 경우 야권에서는 내심 무소속 친박 후보나 친박 연대 후보가 출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분열된 야권과 마찬가지로 여권 후보자가 난립해 다자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나라당내 고질적인 친이 친박 갈등으로 인해 서울시장 선거까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 마디로 입맛에 맛는 친이 후보는 없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권력 누수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딜레마에 처한 형국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사진 : 맹철영 기자] photo@dailysun.co.kr
#미생지신 [尾生之信]
미생이란 사람의 믿음이란 뜻으로, 미련하도록 약속을 굳게 지키는 것이나 고지식하여 융통성이 없음을 가리키는 말. 춘추시대 노(魯)나라에 미생(尾生)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랑하는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기다렸으나 여자가 오지 않자 소나기가 내려 물이 밀려와도 끝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교각을 끌어안고 죽었다는 고사에서 유래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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