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찬스서 9타 친 프로 있었다
이글찬스서 9타 친 프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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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3-04 09:00
  • 승인 2005.03.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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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5홀에서 두타만에 그린까지 갔다면 분명 이글 기회다. 설사 이글은 안 될지라도 버디는 해야 본전. 그런데 이러한 이글 기회에서 ‘쿼드루플 보기(4오버파)’를 한 선수가 있다. 무려 9타를 쳤다는 얘기다. 더욱이 그 장본인은 아마추어 골퍼도 아닌 메이저 우승 경력의 빛나는 프로였다.때는 1982년 월드시리즈 골프대회였다. 대회장소인 미국 오하이오주 파이어스톤CC 2번홀은 파5의 서비스 홀로 웬만하면 투온이 가능했다. 22세의 젊은 나이에 76년 US오픈 우승을 따낸 제리 페이트(미국)도 너끈히 두 타 만에 그린 주변까지 도달했다. 홀까지는 약 15m 거리였다. 왔다갔다 하며 경사를 살핀 페이트는 이글을 노리며 첫 퍼팅을 했다. 볼은 살랑살랑 홀을 향해 굴렀다. 멋진 퍼트였으나 볼은 홀을 스치며 1.2m 지나서 멈춰섰다.

이글은 아쉽지만 버디는 눈앞에 보이는 셈. 페이트는 오르막 버디 퍼트를 쳤다. 그러나 의욕이 앞선 것일까. 그 퍼트가 너무 셌다. 볼은 홀을 다시 90cm 지나쳤다. 페이트는 거기에서 정말 이성을 잃었다. 그는 얼굴이 붉어지며 “에그, 파라도 잡아야지” 하며 세 번째 퍼트를 했다. 그러나 그 날은 정말 ‘개 같은 날의 오후’였다. 그 파 퍼트마저 홀을 돌아나온 것.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볼이 홀 5cm 지점에 있기 때문에 비록 4퍼트이기는 하지만, 보기는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4퍼트로 끝났으면 사건 축에 끼이지도 못한다. 볼은 홀 건너편에 있었는데 이미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기 시작한 페이트는 그 5cm 퍼팅을 위해 그 쪽으로 가서 어드레스를 할 심정이 못 됐다. 사실 그렇게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볼은 너무 홀에 붙어 있었다. 페이트는 이제까지 숱하게 해오던 것처럼 반대편에서 퍼터 헤드로 볼을 끌어 쳤다.

진짜 문제는 거기에서 발생했다. 볼은 움푹 패인 퍼터 뒷면 (핑 퍼터 스타일을 생각하면 된다)을 주걱 삼아 붕 떠오르더니 홀을 넘어섰다. 홀을 건너뛴 것까지는 그래도 괜찮지만, 사건은 볼이 그의 발에 맞은 것이다. 경기자의 볼이 자신의 몸에 맞으면 규칙 19조 2b에 따라 2벌타. 2벌타를 먹은 후 페이트는 실로 오랜만에 볼에게 홀 구경을 시켰다. 합계는 간단히 9타.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 마디뿐이었다. “이글 찬스에서 9타 쳐본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페이트는 9타에도 불구하고 그 대회에서 공동 10위를 했다. 버디만 잡았어도 물론 우승이었다. 그러나 페이트는 결코 호락호락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1975년 프로 입문 때 부친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자 “가족에게 돈 빌리면 맘이 약해진다”며 거절하고는 부친 친구로부터 4,000달러를 빌려 프로 생활에 나섰다. 그는 그 돈을 갚기 위해 열심히 골프를 쳤고, 이듬해 프로 첫승을 메이저 대회인 US 오픈에서 성취했다. 1982년 플레어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한 그는 목 디스크로 1987년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지금은 골프 저술가, 해설가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골프스카이닷컴> www.golfsk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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