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맥도널드 LPGA 우승으로 소렌스탐은 실로 믿기지 않는 신기록들을 이어갔다. 사상 최초의 LPGA 선수권 3연패, 금년 8개 대회 출전에 6승, 메이저 9승째에 총 62승, 나비스코에 이어 금년 메이저 연승, 지난 10개 메이저대회 중 5승…. 이는 모두 골프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성취들이다. 어떻게 출전만 하면 우승이고, 또 그 어렵다는 메이저 우승을 떡 먹듯이 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당연하지만 세부적인 통계도 그의 성취를 뒷받침한다. 올시즌 들어 이번 대회까지 소렌스탐은 놀랄만한 실적을 보였다. 그는 모든 방면에서 완벽함을 보여줬다. 그의 드라이버 평균거리는 271.8야드로 1위다. 이번 맥도널드 LPGA 대회의 평균거리는 이보다 30야드 정도나 긴 300.25야드였다. 그린 적중률은 75.6%다. 언더파율 역시 1위. 26라운드 중에서 23번이 언더파다. 이글행킹수는 7개, 홀당 퍼팅수는 1.72번으로 2위다. 드라이브로 300야드를 보내놓고, 그린 적중률이 최고라면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올 시즌 드라이빙 정확도는 26위이지만, 문제는 26위가 아니라 75.8%라는 수치다.
여자선수들의 드라이빙 정확도는 남자들보다는 워낙 높게 나오기 마련. 믿기지 않는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보여주고 있는 그. 과연 그는 금년 나머지 대회인 US여자오픈(6월23~26일)과 위타빅스 브리티시여자오픈(7월28~31일)에서 우승, 세계골프사상 최초로 그랜드슬램에 성공할 수 있을까?소렌스탐, 그의 플레이는 이미 전설이다. 여자 골프사상 그만큼 우승을 싹쓸이한 인물은 없었다. 하지만 그랜드슬램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소렌스탐은 이번 대회 최종일에 +1, 73타를 치며, 15번 연속 60대 스코어는 물론, 언더파에서도 실패를 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점이 있다. 아무리 발군의 실력이라도 압박감은 압박감이고, 그 역시 인간인지라 그 불변의 압박감은 그를 조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까지 여자 쪽에서는 단일 시즌 메이저 3승이 최고의 성취였다. 1961년 미키 라이트, 1986년 팻브래들 리가 그 주인공이었다. 소렌스탐은 무려 19년만에 최고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소렌스탐의 기세가 워낙 드높아 그랜드슬램이 눈앞의 ‘떡’으로 보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힘들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결과는 지나봐야 아는 것이고, 미리 힘들다고 ‘초치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그랜드슬램은 골퍼들의 영역 밖에 있는, 불가능의 경지라는 것이 지난 수 백년 동안을 이어온 골프의 역사다. 천하의 소렌스탐, 천하의 타이거우즈라도 그랜드 슬램과 마주치는 순간에는 기술이 아닌 정신에 지배당하기 마련이다. 아직까지 그 정신력에 지배당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랜드슬램! 만약 소렌스탐이 성공한다면 그는 남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골프 역사의 첫 주자가 될 것이다.
# 그랜드슬램이란
그랜드슬램은 골프에서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일을 말한다. 남자의 경우는 마스터즈골프대회, US오픈골프선수권대회, 전영오픈골프선수권대회, 미국 PGA선수권대회가 이 대회들이다. 아직까지 한 해에 걸쳐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한 사람은 없지만, 여러해에 걸쳐 모두 우승을 차지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여럿 있다. 세계 골프역사상 최초로 이를 달성한 사람은 진 사라센(1935년). 여자골프의 4대 메이저대회는 나비스코선수권대회, LPGA선수권대회, US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 전영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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