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잠재운 신예스타 캠벨의 72홀 드라마
골프황제 잠재운 신예스타 캠벨의 72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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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6-29 09:00
  • 승인 2005.06.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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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골퍼들의 눈과 귀는 모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로 쏠려있었다. US오픈 골프대회의 마지막 날인 이 날 승리의 여신은 신예선수에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뉴질랜드 출신의 마이클 캠벨이 이날 1언더파를 기록하며, 1위에 오른 것. ‘골프의 황제’ 우즈도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결국 이날의 대회는 ‘이변이 속출한 대회’로 기록되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3라운드까지 3타자 단독선두였던 남아공의 레티프 구슨은 최종 라운드에서 11타를 오버했다. US오픈 2승의 베테랑의 어이없는 무너짐에 갤러리는 좌절했다. 타이거 우즈도 마찬가지. 그는 대게 역전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그만의 방정식.7~8개홀을 남기고 그는 2타차 뒤진 2위권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16, 17번 홀에서 그는 연속 보기를 기록했다.

특히 17번 홀에서는 6m의 버디찬스에서 3펏을 하는 믿기 어려운 플레이가 나왔다. 2위권의 또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 3라운드까지 이븐파를 쳤던 올린 브라운은 최종일 =10타를, 제인스고어는 +14타를 기록했다. 그런데 마이클 캠벨, 눈여겨 보지도 않았던 선수가 최종일 언더파를 치며 PGA 첫승을 메이저에서 올린 것.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이 우연일까?사실 해답은 코스에 있다. US오픈골프는 미국 PGA투어 중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는 코스다. 바로 그 극명한 샘플이 선두였던 레티프 구슨의 2번홀 더블 보기.핸디캡 1번홀(평균 4.5타)인 2번 홀에서 구슨의 세컨샷은 그린 오른편으로 흐른다. 3번째 어프로치는 핀 전방에 떨어져 슬슬 구르더니 다시 그린 왼쪽으로 흘러간다. 핀이 한 쪽에 치우쳐있던 것도 아니고, 거의 가운데 위치했는데 짧은 어프로치가 다시 반대편으로 흐른 것. 흔히 말하는 냉탕 온탕이다. 이번 대회가 열린 파인허스트 제 2코스는 그런 코스다. 어떻게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10오버파를 칠 수 있느냐. 하지만 그 악명높은 포대그린을 공략하기란 진정 어렵다.

결국 구슨은 2번홀에서의 어프로치 미스 하나로 게임 전체의 흐름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우즈에게도 이 코스는 그랬다. 우즈는 줄곧 2~3타차를 유지하며 2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우즈의 옛 카리스마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을까. 16번홀(파4 492야드, 핸디캡 2번홀)에서 드라이버샷 러프에 이어 스리온을 한 후, 약 1.5m거리의 파펏이 홀을 돌고 만다. 그리고 이어진 17번홀에서 우즈는 약 6m버디 퍼팅 후 1.2m파 퍼팅까지 놓치며 보기를 기록.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유일하게 이븐파 280타(71-69-71-69)를 치며 코스를 정복한 캠벨. 그는 세계 랭킹 80위의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 출신이다. 덕분에 그의 이름 앞에는 늘 ‘마오리족’ 캠벨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캠벨은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천부적인 선수로 촉망받았으나, 이어진 허리부상, 손목부상 등으로 한 때 골프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었단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시종일관 마치 신들린 듯 게임을 풀어갔다. 그의 버디 4개는 모두 6~10m의 중장거리의 것들이었다. 18번홀에서는 티샷이 러프로 빠진데 이어 레이업, 또 3번째샷을 홀 1.2m에 붙이며 그의 우승 기세를 예감한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선수는 미국의 제이슨고어. 지역 예선을 거쳐 올라온 그는 무명 중에 무명이자, 춥고 배고픈 선수. 그는 3라운드까지 공동 2위를 기록, 모든 무명선수의 꿈을 대표한 듯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날, 그는 14오버파를 기록하며 공동 49위에 머물렀다. 최경주는 공동 15위. 마지막날 최경주는 버디 2개, 보기 6개, 더블보기 1개로 76타를 기록했다. 합계 9오버파이고, 289타.이번 대회를 통해 입증된 것이 하나 있었다. “거리가 길다”는 표현은 적어도 세계 톱프로들에게는 의미가 없다는 것. 이번 대회 파4홀 12개 홀 중 440야드가 넘는 파4홀이 8개였다. 그런 파4홀도 선수들이 드라이버를 지르기만 하면 대부분 웨지로 세컨샷을 했다. 우즈의 경우, 드라이빙을 320야드 이상은 보통 날렸을 정도. 그런 거리를 내면서도 페어웨이 키핑을 하니 “코스가 길다”는 거리 타령은 이제 옛날 얘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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