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경남도지사, 차기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 내막
김태호 경남도지사, 차기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 내막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0-02-01 17:07
  • 승인 2010.02.01 17:07
  • 호수 823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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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탈피 대망론-영남 친박 단체장 물갈이용

김태호 경남지사가 최근 경남도지사 선거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그 뒷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선이 유력했던 김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오는 6월 2일 예정된 경남 도지사 선거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김 경남지사는 김문수 경기지사와 함께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 돼 왔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경남지사의 향후 거취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일단 정치권 등 에서는 김 경남지사가 청와대로부터 장관 제의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과 대권 도전을 위해 중앙정치 무대로 진출 하려는 ‘야심’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김 경남지사가 지난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소환됐으나 무혐의 처분 된 것을 두고 검찰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5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 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돌연 6·2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다”면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더 이상 도지사직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불출마 선언문을 통해 “이제 경남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인물이 새로운 생각으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남해안 시대를 처음 시작한 사람’으로만 기억되더라도 큰 행복과 보람을 느낄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5개월의 시간이 저에게 참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지사는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사회정책실장과 경남도의원, 거창군수를 지낸 뒤 지난 2004년 6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당선, 2006년에는 재선했다.


불출마 배경 놓고 해석 분분

김 지사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 배경을 두고 정치권에서 말이 많다. 자치단체장은 일단 당선만 되면 3선까지 한다는 것이 통념이다. 이번 6월 지방선거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당내 후보는 물론, 타 정당 후보들 보다 지지율이 앞서고 있었다. 3선이 보장돼 있었던 상황.

그럼에도 김 지사가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한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김 지사는 이번 불출마 선언이 차기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할 예비 후보들의 부담을 덜어 주면서 새로운 인물이 큰 뜻을 펼칠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란 주장이다.

정치권에선 김 지사가 청와대로부터 장관제의를 받았다는 ‘장관제의설’, 대권 도전을 위해 중앙정치 무대로 진출하려 한다는 ‘중앙정치설’ 등 소문도 무성하다.

또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 까지 받은 뒤 무혐의 처분 된 것과 관련, 검찰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검찰과의 빅딜설’도 제기되고 있다.

친박 계열로 통하는 김 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친이 계열의 ‘큰손’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 지사의 불출마 선언은 친박 죽이기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친이계가 검찰을 이용해 친박계 단체장의 대거 물갈이를 시도하고 있다는 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김 지사는 지난달 25일 오전 불출마 선언 관련 기자회견 등에서 이 같은 소문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그는 차후 장관직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이어 그는 “그런 제안을 받은 바 없고 나머지 임기 5개월을 5년처럼 생각하고 열심히 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중앙정치 무대로 진출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공부도 더해야 하고 차기 대권은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하며 부인했으나 “꿈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올바른 믿음과 신망을 받을 때 꿈도 이뤄진다"고 말해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김 지사는 박연차 사건 관련 검찰 조사에서 최근 무혐의 처분 된 것과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언론에서 “일부에서는 어떤 비리에 연루되어 불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의 해석은 다르다. 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입각 설에 대해 “청와대쪽과 어느 정도 말이 오갔으니 나오는 이야기 아니겠냐”고 말했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것이다. 무소속 모 의원은 검찰과의 ‘거래’가 있었다는 관측에 대해 언급하며 “김 지사 검찰과 뭔가 있긴 있는 것 같다” 면서 “친이 계열에서 아무래도 손을 쓰지 않았겠냐”고 했다.


대권 도전 위해 중앙정치 진출설

대권 도전을 위해 중앙청치 무대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박연차 사건에 연루돼 검찰 소환조사 까지 받았던 김 지사가 대권에 도전하려 한다는 것은 무리수라는 관측과 과거 김 지사가 대권야망에 대해 속내를 드러낸 것을 보면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의견까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김태호 경남지사의 향후 거취는 오는 6월2일 예정된 지방선거 이후에야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영남 친박 단체장 물갈이용

김 지사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으로 경남도지사 선거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여권에서 거론되는 차기 경남지사 후보는 박완수 창원시장, 황철곤 마산시장, 이학렬 고성군수, 이방호 한나라당 전 사무총장, 이달곤 행정안전부장관, 하영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문원경 전 행정자치부 차관 등 모두 7명이다. 경남 창원 출신으로 이번 행정구역개편을 주도했던 이달곤 행안부 장관의 경우 부인하고는 있지만 공공연히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친이진영에서공천권 행사를 통해 ‘친박물갈이’용으로 김 지사의 불출마 선언을 활용할 공산이 높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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