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지도층은 세계 ‘초강대국’이란 찬사속에 으쓱대며 오만방자해지고 군림하려드는 조짐을 보인다. 특히 미국이 근년 고대 로마 처럼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속설마저 나돌면서 중국은 더욱 우쭐대는 모습이다. 천하가 이미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듯 싶다. 중국이 옛날 누렸던 ‘중화사상(中華思想)’과 ‘천자의식(天子意識)’에 젖어든 모양이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에 서 있고 주변국들은 오랑케에 지나지 않으며 중국 황제는 하늘아래 유일한 지배자란 패권의식, 그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오만하고 군림하려는 작태는 대외관계에서 위압적인 자세로 드러난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국제문제 전문지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2009년 3월 27일자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천연자원 싹쓸이를 위해 아프리카에 들어가 착취자처럼 군림한다. 서부 아프리카 기니 공화국의 한 광산 노동자는 중국인 감독아래서 “노예처럼 일하고 노예처럼 임금도 받지못한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대만에 약 64억 달러의 무기판매 승인을 의회에 1월 3일 요청하였다. 그러자 중국은 즉각 미국과의 군사교류를 중단하고 무기판매 관련 미국 기업들의 중국수출을 제재한다고 맞섰다. 미국은 오래 전 부터 대만에 무기를 판매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그동안 형식적인 항의로 그쳤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금년엔 미국 기업제재라는 초강수로 나섰다.
그밖에도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에도 중국의 “주권에 관한 문제”라며 내정간섭 말라고 서슬이 퍼렇게 맞받아쳤다. 중국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티베트의 독립운동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2월 18일 면담한데 대해서도 중·미 신뢰와 협력관계를 해치는 문제라며 강력히 경고했다. 중국은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물자지원 제재 요구를 거부하며 계속 북한을 싸고돌며 퍼준다.
중국의 콧대높은 대응에 대한 중국측 학자의 반응이 중국의 최근 달라진 실체를 엿보게 한다. 왕융(王勇)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작년의 “금융위기로 중국의 국력이 크게 상승하면서 국가의 핵심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 때문”이라고 하였다.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중화사상’과 ‘천자의식’에 다시금 매몰되어가는게 아닌가 걱정된다. 역사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을 오랑캐로 간주하고 중국을 천자로 섬기며 중국에 조공을 바치도록 군림케 했던 패권주의 부활을 엿보게 한다.
오늘 날 중국은 많은 국가들과 격돌할 수 있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 미국과의 막대한 무역역조, 대만과의 군사적 대결, 일본과의 과거사 청산, 러시아와의 영토 분쟁 재연 가능성, 베트남과의 파라셀 군도 영유권 분쟁, 대북 군사지원으로 인한 남한과의 갈등, 중국내 탈북인들의 비인도적인 북송 등이 그것들이다. 만약 ‘국력 상승’을 과신한 나머지 오만하게 군림한다면, 중국은 관련국들과 좌충우돌할 수 밖에 없다. 결과는 소련 공산독재국가가 그랬듯이 중국도 국제평화를 위협하며 서서히 고립돼 갈 수 밖에 없다. 중국은 ‘초강대국’으로 일어서기에 앞서 겸손해지는 지혜부터 터득해야 한다. ‘중화사상’이나 ‘천자의식’은 21세기 국제관계에선 통할 수 없다는데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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