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CEO와 대통령의 두 얼굴
이명박의 CEO와 대통령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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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1-05 14:07
  • 승인 2010.01.05 14:07
  • 호수 819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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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22개월만에 큰 일을 해냈다. 그는 작년 12월 27일 무려 400억달러(47조원)에 달하는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원자력발전사업 프로젝트(공사:工事)를 따냈다. 이 천문학적인 원전 프로젝트 수주는 한국전력공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협력단)이 미국·일본·프랑스를 제치고 승리하였다는데서 더욱 빛난다.

한전의 콘소시엄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일본의 도시바, 등으로 구성되었다. 프랑스는 단독으로 아레바를 내세웠고 미국과 일본은 세계적인 GE와 히타치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공동 전선을 폈다.

한국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기술로 1978년 처음 고리 원전 1호기를 건설하였다. 그후 31년만에 원전 강국들을 모두 물리치고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한전이 UAE 수주에서 앞설 수 있었던 기술적 측면은 장기간의 원전 무사고 기록과 낮은 건설 단가에 있다. 우리나라 원전은 20기에 이르고 있다. 원전 설비 용량 기준으로 보면, 세계 6위에 올라있는 원전 강국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단 한 건의 원전사고도 낸 적이 없다. 31년의 무사고 운영이 다른 경쟁자들을 따돌리는데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거기에 더해 낮은 건설 단가가 UAE 수주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되었다. 한전이 제시한 건설 단가는 미국·일본·프랑스 보다 20~30%나 낮았다.

그러나 400억달러에 달하는 원전 수주 경쟁은 국운이 걸린 과제 라는데서 국가적인 지원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참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일본의 교도(共同)통신은 한국의 입찰 성공과 관련해 ‘현대건설 경영자(CEO) 출신으로 경제중시의 외교를 전개해 온 이 대통령의 집념이 실현시킨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CEO 시절 수많은 해외 건설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고 거기서 얻은 노하우(기술)는 UAE 원전 수주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건설단가가 파격적으로 낮아야 한다는데 착안, 한전의 단가를 10% 더 끌어 내렸고 공기도 6개월이나 단축토록 하였다. 그는 왕년의 경험을 살려 수주 맞춤형 외교도 활발히 펼쳐 결실을 맺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4월 미국 뉴욕에서 행한 한국투자환경 설명회에서 미국 기업인들에게 자신을 ‘대한민국 주식회사 CEO’ 라고 소개하였다. 그는 대통령과 CEO 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CEO로서 UAE 원전 수주에서 진가를 발휘하였다. CEO 대통령의 능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아직 내치에서는 ‘대한민국 주식회사 CEO’로서 크게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CEO 경력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취임 초만해도 CEO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말하며 ‘친기업’정책과 CEO 경력을 자주 밝혔었다. 하지만 그는 돈많은 부자 라는 사회적 사시(斜視)속에 좌경 노조와 야당의 폭력 저항에 부닥치면서 CEO 내세우기를 꺼렸다. 그 대신 ‘새벽 청소부’ 경력을 거듭 띄우며 ‘서민’ 옹호자로 나섰다. 그는 ‘친기업’ 보수우익에서 ‘실용’ ‘중도’ ‘친서민’으로 돌아섰다. 소신없이 기회주의적으로 흔들린다는 비난을 자초하였다.

이제 이 대통령은 UAE 수주과정에서 CEO 역량을 입증한 터이므로 자신이 CEO 였음을 자랑할만하다. 앞으로는 ‘친기업’ CEO 라고 말하기를 주저하거나 숨길 필요가 없다. 본인의 장점인 CEO 경험을 살려 ‘친기업’이든 ‘친서민’이든 경제 살리기에 소신것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기회주의적 이라는 오명을 벗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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