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의원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일제 시대 전통을 이은 친일 판·검사들의 유전자가 헌재·법조계 고위 인사들의 몸속에 흐르는 것 같다.”고 조상까지 들먹였다. 헌재 재판관들의 선대 마저 욕되게한 말이다.
천 의원의 거친 말은 지난 2월 18일에도 거침없었다. 그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명박 정부가 “1년간 국민주권을 짓밟고 하늘을 거스르는 쿠테타를 자행했다.”고 공격하였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이래 국민 주권을 짓밟고 쿠테타를 자행하기는 커녕 도리어 민주당의 전투적 투쟁에 끌려 다녀 무기력한 정권으로 비판을 받았을 정도이다.
이어 그는 용산 철거민 사태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무자비한 폭력이 자행한 국민 학살이다. 광주항쟁 때의 학살에 못지않다.”며 사실을 왜곡하였다. 그의 발언에 같은 당 소속 의원 조차도 혀를 찼다. 김성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이 어떻게 볼지 두렵다.”고 개탄하였다.
실상 용산 참사는 “정부의 학살”이 아니라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에 의해 저질러진 “국가 법질서 유린 행동“이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10월 28일 “최소한의 진압장비만 갖춘 경찰관들을 향해 치명적인…위험물질을 쏟아붓고 화염병을 던지다가 공무집행 중인 경찰관이 사망했다.”며 “국가 법질서의 근본을 유린하는 행동으로 법치주의 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재판부는 경찰관 1명과 시위 철거민 5명을 숨지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가담자 9명중 7명에게 징역 5-6년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천 의원의 “학살” “쿠테타” 발언은 법무장관을 지낸 국회의원의 말인지, 폭력배의 폭력 정당화 주장인지 헷갈리게 하였다.
천 의원은 장관시절에도 상말을 쏟아냈다. 그는 2006년 1월 12일 서울중앙지검 기자들과 술자리를 겸한 간담회에서 한 기자에게 “x도 아닌 xx 네 놈이 이 신문 저 신문 돌아다니면서 칼럼을 쓴다”면서 “옛날 같으면 당장 구속시켰다.”고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 술을 겸한 자리라도 너무했다. 그밖에도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나 예의가 없다.”며 “나도 서울대를 나왔지만 서울대를 나온 xx들이 상고(商高) 나온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고 막갔다.
그는 장관 재직중에는 “상고 나온 대통령”을 “조롱” 말라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남 보다 더 진한 충성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장관직을 떠난뒤엔 노무현의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는 그렇게 충성하던 노 대통령에게 다른 말을 하였다.
그는 자신이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가장 먼저 지지하였지만, “그분(노무현)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다.”고 2007년 5월 6일 밝혔다. 노 대통령의 배려로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배은망덕한 말이었다.
그는 1954년 전남 신안군 출신으로 50대중반의 나이로 서울대에서 학사·석사학위를 받았고 변호사를 거쳐 4선 국회의원과 법무장관을 지냈다.
이젠 원숙해질만도 한데 아직 먼것 같다. 이 나라 국회의원과 장관의 인격 수준이 그 정도임을 반영한다.
3년에 걸친 천 의원의 막말을 되새기며 인간은 감투쓰는 재주 보다는 기본이 먼저 갖춰져야함을 절감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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