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만도 이 나라의 전직 대통령이 현직에 있었을 때 기업인으로부터 검은 돈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자살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의 친형은 기업인을 봉화마을 텃밭 자재창고로 불러들여 돈을 챙기는 등 상습적인 뇌물수수로 쇠고랑을 찼다. 그런가하면 전직 국회 의장 둘은 기업인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죄로 줄줄이 유죄판결을 받아야 했다.
검은 돈 챙기는데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장으로 그치지 않는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과 같이 윗쪽이 지저분하니 아래쪽인들 깨끗할리 없다. 금년들어 검은 돈 먹은 죄로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기소된 경우 서울시 정무부시장, 국회의원, 전 농협회장, 고검 검사, 전 한국국방연구원원장, 국방부 서기관, 군의 원사 등 열거하자면 끝이없다.
더욱 실망을 금치못하게 하는 몰골은 감사원이 11월 2일 발표한 감사내용에 담겨있다. 국민의 정신을 순화하고 올바른 시민의식을 계도해야 하는 민간 단체들이 국가보조금을 타가며 무려 500억원을 빼돌렸다는 혐의가 그것이다. 환경단체, 생활운동 단체, 민간예술단체, 만화가 단체, 영화제 주최 포럼, 공연·행사 대행사, 국제합창대회 단체, 조리사 단체, 한류음식 연구소, 독립영화 단체, 무용단, 극단, 등의 임직원들이 수천만원 또는 수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이다.
검찰에 의해 11월 2일 드러난 스포츠계의 부조리 또한 추접하기 그지 없다. 한국배구협회, 대한배드민턴협회, 대한체조협회, 대한레슬링협회 등의 감독과 코치 10여명이 국고지원 선수훈련비를 빼먹은 협의를 받고 수사선상에 올랐다. 페어플레이(공명정대)를 기본으로 하는 스프츠인들이 그 정도니 다른 분야야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몇 년전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소속 조사관이 인권보호를 요청한 진정인에게서 “국가유공자”로 만들어 주겠다며 돈을 받았다가 발각돼 형사고발 되기도 하였다. 그는 3차례에 걸쳐 금품 300만원을 받아챙겼다고 한다. 국가권력에 짓밟히는 약자를 돕기위해 존재하는 국가인권위 조사관이 약자에게서 금품을 약취한 것이다. 대한민국에 믿을 사람이란 없다.
그런가하면 노조 간부들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면서도 노동자를 취직시켜준다며 돈을 갈취하였다. 몇 년전 민주노총 소속의 한 공장노조 지부장과 간부들은 노동자를 취직시켜주는 대가로 억대에서 수천만원씩 받아챙겼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에서부터 노조에 이르기 까지 부정한 돈 먹는데는 상하 구별이 없다. 그것이 부패 공화국의 현주소이다. 1970년대 까지만해도 부정부패는 ‘생계형’이 대부분이었다. 그때는 배고파 저지른 부정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부자 나라로 컸다. 2000년대 대한민국에서의 부조리는 배고파서가 아니라 배부르면서도 남보다 흥청망청 쓰려 자행하는 ‘탐욕형’이다. 그들은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
그러나 엄벌만으로는 뿌리를 뽑기어렵다. 가정·학교·종교·문화·예술 단체 등이 ‘청념생활 운동’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그 운동을 창도하며 지원해야 한다. 정직하고 깨끗하며 소박한 삶이 추한 대통령이나 재벌총수 보다 값지다는 생활신념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 국민도 선진국처럼 서로 믿고 안심할 수 있는 밝은 신용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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