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과 원자바오가 짜고 친 고스톱
김정일과 원자바오가 짜고 친 고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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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10-13 10:23
  • 승인 2009.10.13 10:23
  • 호수 807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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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10월5-7일 사이 북한을 방문하자, 적지않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에 돌파구가 뚤릴 것으로 기대했다. 원 총리가 김정일을 6자회담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가 그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끝나고 말았다. 태산이 울리어 진동했지만 쥐한마리만 튀어나왔다는 말이다. 크게 요란하기만 했을 뿐 얻은 것은 없다는 뜻이다.

김정일은 원 중국총리와의 회동에서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두 가지를 내세웠다. 하나는 미·북 양자대화를 통해 미·북 적대관계를 평화적인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먼저 미·북 회담 결과를 보고난 뒤에 다자회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다자회담에는 6자회담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김정일의 두 가지 조건부 6자회담 수락은 언듯 듣기에는 그럴사 하다.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기 위해 먼저 미국과 1대1로 만나고, 거기에서 미국이 대북 적대관계를 풀면 6자회담에 나가게된다는 말로 들렸다는데서 그렇다.

하지만 김정일의 감춰진 의도는 다르다. 김의 속내는 미국과 양자회담을 열어 핵무기 보유를 기정 사실로 인정받고, 미·북 평화협정 또는 불가침협정을 체결해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남한을 적화하자는데 있다.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쏠린 격이다.

북한은 핵무기 실험을 두 번이나 자행한 후 더욱더 미·북 양자회담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북한은 북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1대1로 양자회담에 드러가게 되면 미국과 맞먹는 핵 강국으로 행세할 수 있다고 간주한다. 둘째, 북한은 미·북회담을 열어놓고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조건들을 제시하며 시간을 끌게되면 자연스럽게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기정사실화 된다고 계산한다. 셋째, 북한은 핵을 포기하기 위해선 미국의 대북 적대관계가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미·북 평화협정·불가침협정을 체결하고자 한다. 김정일은 원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미·북 적대관계를 평화관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넷째, 미·북 평화관계 전환이란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뜻하며 주한미군 철수로 몰고가기 위한 수순이다.

결국 원 총리의 방북은 김정일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킨게 아니라 김정일의 무모한 핵 도박에 판돈을 대준 것 밖에 안된다. 원 총리는 북한과 교역, 관광, 교육 등의 교류협정에 조인하였으며 ‘압록강 대교’ 신설에도 서명하였다. 그밖에도 북한에 343억원에 달하는 무상원조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원 총리의 대북 경제협력 약속은 북한의 2차 핵 실험을 계기로 강화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흔들어 김정일을 더 한층 오만방자하게 키워주었다.

원 총리의 방북은 2차 핵실험이후 국제적 제재압박을 받고있던 김정일에게 백만 원군을 보태준 셈이다. 중국은 겉으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면서도 속으로는 북한이 핵 문제로 한국·미국·일본 등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이 한·미·일 등이 중국에 중재 좀 해달라며 매달리게 되고 중국은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원 총리와 김정일의 평양회담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보다는 중·북의 활발한 경제교류 증대와 혈맹으로서 우호증진을 전 세계에 과시하였을 따름이었다. 김정일에게 든든한 후원자 형님이 있으니 겁먹지말고 마음껏 핵 장난을 치라는 선동이기도 하였다. 중국은 북한의 혈맹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일부 전문가들은 원 총리의 방북에 북의 6자회담 복귀를 기대하였다. 원자바오와 김정일이 짜고 친 고스톱에 속아넘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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