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회의 효과 너무 부풀리지 말라
G-20 회의 효과 너무 부풀리지 말라
  •  기자
  • 입력 2009-10-06 15:34
  • 승인 2009.10.06 15:34
  • 호수 806
  • 1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가 내년 11월 열리는 세계 ‘20개국 그룹(G-20) 5차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지정되었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한 이후 4년만에 맞이하는 대규모 국제 정상회의이다.

이명박 정부와 일부 언론들은 G-20 회의개최 유치효과를 정치적으로 너무 부풀린다는데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G-20 회원국 답지 않은 정부의 경망스런 외교성과 띄우기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언론은 마치 세계가 G-20 지배하에 들어간 것 처럼 비약하기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9월30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서게되었다,”고 공언하였다. 청와대 참모들은 며칠전부터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계기라고 부풀렸다. 그런가하면 동아일보는 9월28일자 사설을 통해 ‘포스트 G8의 한 주역으로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과장했다.

G-20(그룹:Group-20)의 모태는 1차 석유파동 후 1975년 발족된 G-8로 거슬러올라간다. G-20은 기존의 G-8에 신흥 개발국가 11개국과 1지역기구(EU)를 새로 참여시킨 회의체이다.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러시아 등의 G-8에 새로 한국·중국·인도·아르헨티나·호주·브라질·인도네시아·멕시코·사우디아라비아·남아프리카·터키·유럽연합(EU)이 추가된 것이다. G-20은 G-8과같이 사무처나 내규도 없고 상주 직원도 없으며 서로 의장을 번갈아가며 맡아 회의를 개최한다. 그동안 국제적 분쟁이 일어나거나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G-7이 회동하여 주도적으로 대처해왔다. G-20 정상회의는 처음 1999년 20개 재무장관 회의체로 출발하였다. 그러던 터에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이 경제적으로 급성장하였고 지구 온난화 대처를 위해서라도 그들의 협조가 절박해 졌다. 여기에 작년 11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국제금융위기를 계기로 G-20 재무장관회의를 정상회의로 격상시켰다. ‘G-20 정상회의’가 탄생한 것이다.

한국이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된데는 외교적 노력이 주효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개최지 유치에는 우리나라가 내년도 G-20 재무장관회의 의장국이란 점도 크게 보탬이 되었다. 또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케빈 러드 호주 총리의 적극적인 지지도 한 몫했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 개최로 한국이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 “선진국 진입”으로 올라선다는 말은 너무 과장된 표현이다. G-20 정상회의를 한번 잘 치룬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세계의 중심” “선진국 진입” “포스트 G8의 주역”으로 뛰어오를 수는 없다는데서 그렇다. 그밖에 일부 언론이 ‘G-7 시대의 막은 내렸고 G-20가 세계경제질서의 콘트롤 타워(통제 탑)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였다는 주장도 성급하기 짝이없다. 아직도 G-8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경제규모는 50%에 이르며 첨단기술과 군사력을 장악하고 있다는데서 실질적 주도권은 그들의 손에 있다. 뿐만아니라 나머지 11개국들은 중국과 인도처럼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멕시코 처럼 산업기반이 취약하기 짝이없다. 더욱이 G-20은 각기 이해관계가 다른 20개 객체들이 모인다는데서 내분도 심각할 수 있으며 단합된 힘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한국의 국격(國格)이 달라질 것 처럼 경망스럽게 호들갑떠는데 실망을 금치못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에 서고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먼저 이 나라 대통령과 언론부터 선진국 수준으로 듬직하게 성숙되어야 한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