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은행’도 ‘그라민 은행’처럼 성공할까
‘서민 은행’도 ‘그라민 은행’처럼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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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9-29 09:47
  • 승인 2009.09.29 09:47
  • 호수 805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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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지원하에 저소득층에게 생계비나 창업자금을 저리로 지원하는 소액대출 전담 ‘서민 은행’이 설립된다. 이름은 ‘미소(美少) 금융재단’이며 대기업, 은행, 민간 기부금 2조원의 재원으로 12월 출범한다.

‘미소 금융재단’은 전국에 200-300개의 지점을 두고 1000만-5000만원 이하의 소액을 대출한다. 저(低) 신용자들을 위한 ‘소액 신용대부’(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 금융기구이다.

‘미소 금융재단’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을 본딴 것이다. ‘그라민’(GRAMEEN)은 ‘마을’을 의미하고 이 은행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경제학 교수에 의해 1976년 설립되었다. 그는 ‘그라민 은행’ 운영으로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그라민 은행’은 담보로 맡길 재산도 없고 보증을 서줄 후견인도 없으며 은행에 가서 수속을 밟을 지식도 없는 극빈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 국민들중에서도 최극빈층에게 자활 터전을 마련해준다. 여권(女權)이 철저히 유린되는 회교국 여성의 경제·사회적 지위향상도 도모한다.

인도네시아를 비롯 50여국가들이 모방해 갔다. 그러나 한국은 방글라데시 같이 최빈 농경국가가 아니고 세계 14위 경제규모의 산업국가라는데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의심된다. ‘그라민 은행’ 신용대출은 개인당 1000만-5000만원이 아니라 대부분 수십만-수백만원대의 소액대출이다. 대출자의 96%가 여성이고 일정한 상환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돈이 생기면 갚는다. 이자율은 방글라데시에서는 최고 12%선이고 인도네시아에선 15% 내외로 높다. 은행측은 직원들을 직접 고객에게 보내 이자나 대출금을 수금케 한다. 일종의 일수(日收)놀이 같기도 하다. 고객들에게 주기적으로 교양강좌를 열어 경영기법과 시민의식 등을 높인다.

지난 해 미국의 뉴욕 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인도네시아의 한 여성은 남편을 잃고 어린 자식들과 끼니를 때우기 어려운 최극빈자였다. 일가친척들로 부터도 경멸과 기피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자식들은 학교에 갈 엄두도 못냈다. 그러나 마이크로 크레디트에서 무담보로 대출을 받아 수공예를 시작해 돈을 크게 벌었고 자식들도 학교에 보내게 되었다. 그 때부터 일가친척이 몰려들었으며 이웃 사람들 또한 그녀를 존경하기 시작, 남성을 제치고 그 마을의 지도자가 되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까지 향상시킨 것이다.

12-15%에 달하는 이자율이 높다며 “돈 장사하는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은행측은 직원들이 고객을 찾아가 수금하는 등 인건비가 많이든다고 해명한다. 이자율은 비싸지만 최극빈층에게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부활의 생명수와 같고 그들을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자율이 높아 저축도 몰려든다. ‘그라민 은행’은 회수율도 높고 수익도 낸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사회적 환경은 그들 나라와 다르다. 우리의 ‘미소 금융재단’은 유누스 박사같이 신념에 찬 헌신적인 개인이 아니라 정부의 주도하에 운영관리된다. 관료적 타성에 젖어들기 쉽다. 기존의 ‘서민 생계비 융자‘와 ‘창업자본 융자’ 등과 중복될 수 있다. 새로 돈 들여 기구를 개설할게 아니라 기존 제도를 보다 더 활성화하는게 어떨까 사료된다.

방글라데시는 농경국가인데 반해 한국은 산업국가라는데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보증없는 대부라는데서 빚 탕감을 노린 개인파산 열풍을 조장 할 수 있으며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도 있다. ‘미소 금융재단’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장치물이 아닌가 의심된다. 옥상옥의 새 재단 출범에 앞서 보다 더 신중한 검토와 국민적 여론수렴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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