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 미국 게일社-포스코 건설 검은 커넥션?

포스코 건설(윤석만 회장)이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송도국제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부동산 회사인 게일사(社)와 모종의 야합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사업은 인천시가 송도에 해외자본을 유치해 국제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과 게일사간의 검은 커넥션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인천시의 송도 국제도시화 사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포스코건설과 게일사의 합자회사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다. 게일사가 NSIC의 지분 70%, 포스코건설이 30%를 소유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가 기본조건이다. 게일사는 송도국제도시 1, 3공구를 개발, 외국자본 100억달러 투자유치를 조건으로 인천시로부터 헐값에 부지를 공급받았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게일사가 조만간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이른바 ‘먹튀’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포스코건설이 송도 사업권을 독차지하기 위해 게일사의 먹튀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서울]은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업계에서 들리는 소문을 추적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03년 1월 16일 뉴욕에서 송도 신도시 개발사업 미국측 합작 파트너인 게일사와 함께 ‘송도 국제비즈니스센터 조성 세부실행 협약’을 인천시와 체결했다.
자사 이익에만 눈먼 기업
게일사는 인천시로부터 시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부지를 제공받았다. 대신 게일사는 외국인투자를 유치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협약대로라면 게일사는 공급받은 부지를 개발해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인천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게일사가 외자유치가 아닌 부동산 투기를 벌이고 있다”며 게일사의 개발 사업에 투기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게일사는 외자유치를 조건으로 경제자유구역의 부지를 제공받고 국내자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비단 시민단체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도 시민단체와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송도경제자유구역은 매우 좋은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사업을 벌이는 사업자들이 자사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외국인투자유치는 날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며 “외국 기업이 들어와서 사업을 하려해도 토종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이를 방해하고 외국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특혜를 차지하면 결국 송도의 국제도시화 꿈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일사의 투기 의혹으로 한때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제공받은 송도 땅에 대한 개발사업권을 국내 기업에 넘기고 자신들은 사업권을 판 돈만 챙겨 송도를 뜨려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기자본 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짭짤한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말 그대로 봉이 김선달 식 장사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사업권을 가진 게일사가 개발 사업을 추진할 경우 투기에 의한 수익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게일사가 투기로 작은 이익을 챙기는데 만족하고 사업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 의문은 게일이라는 회사와 NSIC의 실질 지배구조를 알면 해결된다.
게일사는 지금까지 개발 사업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부동산 전문 회사로 알려졌다.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캐리어가 빈약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려면 포스코건설의 역할이 절실하다. 게일이 포스코건설과 함께 nsic라는 합자 회사를 만든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또 이 합자회사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게일과 포스코건설이 7:3의 비율로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수치로 드러나는 외형일 뿐 실제로 NSIC를 움직이는 것은 포스코건설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내부싸움 외국투자자 내쫓아
포스코건설과 NSIC의 국제업무단지사업에 깊게 관여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NSIC 내에서는 지금 보이지 않는 권력싸움이 한창이라고 한다.
이 인사는 “포스코건설측은 NSIC 내부 핵심자리에 포스코건설 사람을 심어 놓고 사업을 주무르고 있다”며 “포스코건설은 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해보려 했던 nsic의 존 하인즈 대표를 밀어내고 다른 사람을 앉히려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이 인사는 “지금까지 은행자금만 1조 5000억원이 들어간 대형 사업이 소수 몇 사람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송도에는 외국인투자가 절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인사의 증언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존 하인즈가 시행가를 비교해 포스코건설이 제시한 시행가가 타 회사보다 높다는 점을 들어 공사 하청을 다른 곳에 주려하자 존 하인즈를 몰아냈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포스코건설은 게일사의 스탠리 게일 회장을 설득해 NSIC의 지분을 비싼 값에 사들이겠다고 제안했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인사는 “내가 알기로 그 소문은 사실”이라며 “사실 스탠리 게일 회장은 중국 사업에 관심 있고 송도는 크게 관심 없다. 포스코건설 내에서는 존 하인즈가 소유하고 있는 NSIC지분과 스탠리 게일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이렇게 될 경우 문제는 게일사가 사업을 위해 끌어들인 은행자금을 포스코건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도 있다. 또 외국인직접투자가 아니면 안된다는 경제자유구역 투자 조건 때문에 포스코건설은 NSIC지분 인수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는 “포스코건설은 스탠리 게일 회장에 지분 인수가격으로 300억원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스탠리 게일 회장의 입장에서는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포스코건설 측은 “그 문제는 우리도 잘 모르기 때문에 NSIC에 직접 문의해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NSIC의 답변도 포스코건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NSIC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아무 변화도 없다. 존 하인즈 대표가 물러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회사 지분에 대해서는 “이사님 등에 문의해 봤지만 윗선에서도 지분구조 변화에 대해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존 하인즈 대표의 지분을 어느 쪽이 가져갔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지금 시중에 떠돌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건설과 연결된 임원들이 내부를 움직이고 있고 스텐리 게일 회장과 포스코건설이 따로 지분문제를 조율하고 있다는 일부 소문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 없다”며 “관련 사항을 내부 관계자에게 따로 물어 봤지만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 문제를 아는 인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NSIC “사업은 게일사가 주체”관계자 전화 통화
포스코건설과 NSIC측은 포스코전현직 임원들이 게일사로부터 지분을 몰래 인수하려 한다는 세간의 의혹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부인했다.
다음 NSIC와 포스코건설 관계와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NSIC 관계자
- 회사 내 지분변경사실이 있었나.
▲ 그런 부분에 대해 확인해 봤으나 임원들조차 아는 바 없다고 한다. 이사님으로부터 변경사실에 대해 모른다고 들었다.
- 게일사의 스탠리 게일 회장이 중국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 지금 현재 중국측과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내부 관계자들은 중국에 뭔가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 존 하인즈 대표는 왜 그만뒀나.
▲ 하인즈 대표는 보스톤에 재개발 사업이 따로 있어서 대표님이 그쪽을 맡고 회장님이 송도 쪽을 맡기로 역할분담을 확실히 한 것이다.
- 포스코건설의 전?현직 임원들이 회사를 장악하고 실질적인 송도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들었다.
▲ 그런 내용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 포스코건설에서 온 인사들이 회사업무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내용은 금시초문이다. 송도국제도시개발사업은 게일 인터네셔널 코리아가 주체라는 점은 변함없다.
포스코건설 관계자
- 포스코건설이 송도 국제도시개발사업을 독식하기 위해 NSIC의 지분을 내부자거래를 통해 매입하려 하고 있다거나 이미 상당부분 지분을 게일사로부터 매입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 그런 부분은 우리 쪽(포스코건설)보다 nsic에 문의해야 더 정확할 것 같다. 우리는 그런 부분에 대해 잘 모른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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