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씨는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친기업 정책을 더욱 분명히 하였다. 그는 2008년 1월3일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새해 벽두부터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친기업적인 정책을 펴나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역설하였다. 그로부터 1주일후 이 당선인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너무 친기업적”이라고 하는데 “맞습니다. 친기업적입니다.”고 확실히 하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친기업 정책”이 뿌리도 내리기 전에 “친서민 정책”으로 돌아섰다.
그는 지난 6월22일 “중도 강화”노선을 들고나섰다. 그는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좌우 진보 보수라는 이념적 구분을 하는 것 아니냐”며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하였다.
그로부터 4일 뒤인 6월26일 그는 “서민정책을 펴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는 7월16일엔 아예 자신의 “소명”은 “서민의 아픔을 돌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실용적 좌익 정치인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루라 다 실바 대통령을 예로 들기까지 하였다. 그는 6월26일 “부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노동자 출신인데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였다.”며 “신발끈을 다시 조이고 뛰겠다.”고 하였다. 실용적 좌익노선의 룰라를 본받겠다는 말로 들렸다.
이 대통령의 “중도”노선에 대해선 청와대 보좌진이 부연 설명하였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이명박 정부가 “부자 정부가 아닌데도 부자들을 위한 정부로 왜곡돼 있으니 그것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서민정책을 중심으로 복원하겠다는 것이…MB노믹스(이명박 경제)의 핵심이다.”고 하였다. MB노믹스가 친기업에서 친서민으로 이동했음을 밝힌것이다.
한나라당측은 기업인의 투자의욕을 북돋우기위해 내세웠던 상속·증여세 완화법안을 보류했다. 그런가하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측에선 기업의 투자여력을 지원하려던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하고 재산세도 높이는 등 고소득층 증세를 추진중이다. 친기업에서 친서민으로 가볍게 변신하고 있음을 보여준 정책 사례들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 대통령은 기업인에 대해 불신과 경멸감을 토해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7월16일 작금의 국제금융위기와 관련해 “단순한 경기변동이나 경제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경영인이 윤리를 망각한채 탐욕스럽고 무책임하게 경영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1년반전만해도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었으나 이젠 기업인을 “탐욕스럽고 무책임”한 반사회적 존재로 말하기에 이르렀다. 기업인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증오와 불신을 떠올리게한 반기업적인 정서 표출이었다.
이 대통령은 집권한지 불과 1년반도 채 지나지 않아 친기업에서 친서민으로 돌아섰다. “친서민”을 강조한다는 것은 좋다. 그러나 친기업에서 친서민으로 우왕좌왕하다가 국가경제의 활력을 잃지않을까 걱정된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다가 모두 다 놓지고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대통령은 수시로 바람개비 처럼 가볍게 돌아가는 여론에 휘둘려 우왕좌왕 말고 듬직하게 서서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세워야 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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